"김상동 교수님 학생들한테 부끄럽지도 않습니까"
"밀실 취임이 자율성 수홉니까. 치욕스럽습니다"
"탄핵소추된 대통령이 임명한 총장자리 좋습니까"
"학생들 내쫓고 문 걸어 잠그고 몰래 취임합니까"
"우병우가 꽂았다. 특위 진상규명까지 취임 반대"
"불통, 부정의가 박근혜 대통령과 아주 똑같습니다"
2일 대구시 북구 산격3동 경북대학교 본관 5층 중앙회의실 앞. 학생, 교수, 교수직원, 취재진 등 1백여명의 인파가 좁은 계단에 뒤엉켰다. 고성이 오가고 곳곳에서는 작은 몸싸움도 벌어졌다. 일부 학생들은 눈물을 흘렸고 교수들은 피켓을 들고 주저 앉았다. 교직원들은 삿대질을 하며 문 앞을 지켰다.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한 경북대 제18대 신임총장 김상동(57.자연과학대학 수학과) 교수의 취임식장 앞 풍경이다. 학내 구성원들의 간접선거로 2번이나 1순위 오른 김사열(60.생명과학부) 교수 대신 2순위임에도 불구하고 총장이 된 김상동 교수는 총장 부재사태 2년4개월만에 정식으로 취임식을 가졌다.
이날 취임식은 오전 10시부터 글로벌플라자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학생들이 단상을 점거해 본부는 장소를 급작스럽게 변경했다. 때문에 취임식은 본관 5층에서 진행됐다. 그러나 본부는 찬성하는 1백여명만 식장에 받아들이고 항의하는 학생, 교수 등 취재진 출입은 막았다. 이 자리에는 유성걸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 함인석, 노동일 전 경북대 총장 등이 참석했으며 40여분간 이어졌다.
몰래 취임식이 진행되는 동안 학생, 교수들은 취임식장 5층 앞에서부터 본관 로비 계단까지 피켓과 현수막 등을 들고 저항했다. 취임식 종료 후 김 신임총장은 박사복을 입고 꽃다발을 든 채 내려왔다. 즉각 고성이 오가고 몸싸움이 벌어졌다. 김 신임총장은 꽃다발을 비서에게 넘기고 굳은 표정으로 고성을 들으며 2층 총장실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학생, 교수들은 김 신임총장에게 다가가려 했지만 교직원들과 경비원들이 저지했다. 총장실 문이 닫힌 뒤에는 입구에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권도훈(25.미술학과) 경북대 총학생회 신임 부총학생회장이 신임총장과 면담에 들어가면서 소요는 일단락됐다. 권 부회장은 "특위 진상규명까지 취임식 연기하고 몰래 취임식에 대해 공식 사과하라"고 김 신임총장에게 요구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김 총장은 받아 들일 수 없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어 김 신임총장은 기자들과도 간담회를 열었다. 그는 "우병우, 최순실 전혀 모른다. 만약 관계가 있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고소할 것"이라고 인사개입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또 "특위 진상규명을 나도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러나 특위에서 그런(총장 취임 반대) 결론이 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어 "더 이상 취임식을 연기 할 수 없다", "(1순위 김사열 교수)그 분에게 할 말 없다"고 일축했다.
지난해 10월 대통령이 여러 의혹에도 불구하고 2순위 총장을 낙점하자 학내에서는 거센 저항이 일었다. 때문에 당초 김 신임총장은 지난해 11월 25일 취임식을 갖기로 했지만 여론이 좋지 않아 취임식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그러다 갑자기 연초에 취임식을 강행해 이 같은 불상사가 발생했다.
특히 김사열 교수를 배제한 가장 큰 배경이 박근혜 정권 실세인 '우병우(49)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라는 의혹성 보도까지 나오면서, 경북대 2순위 총장 임명은 '우병우 인사'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그러면서 우 전 수석을 포함한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고 비선실세들이 각종 인사에 개입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경북대 총장 인사도 이 사태의 연장선에 놓여있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이와 관련해 '경북대 민주적 정상화를 위한 범비상대책위원회(경북대 총학생회··경북대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경북대 비정규교수노조, 경북대 행동하는 교수연구자 모임, 이것이 민주주의다 학생실천단, 경북대 민주동문회, 동문 법률자문단)'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2순위 총장 임명 진상규명, 총장 취임식 거부"를 촉구했다. 이들은 5일째 본관에서 릴레이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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