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생계를 볼모로 갑(甲)질 하는 대구 대리운전 업체"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 입력 2017.01.11 18:0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장점유율 90%의 협회, 보험료·이용료 기사에게 전가 / 노조 "정당한 경쟁 막고 부당 제재 남발" 비판


"다른 업체에 등록했다는 이유만으로 연말 대목에 일주일동안 일을 못했다. 부당하다는 생각에 일을 그만두고 싶었지만 나이가 많아 다른 직업 구하기 어려워서 참았다. 대기업이 들어오면 동네 상권이 다 죽는다는 논리를 펴는데 업체 스스로가 운전기사들한테 갑질하는 것이다"

14년째 대구에서 대리운전을 전업으로 해 온 이모(56)씨는 이같이 말하며 업체의 횡포를 비판했다. 김씨는 "수수료도 보험료도 내 돈으로 내가면서 일하는데 업체가 무슨 권한이 있어서 일방적으로 일을 못하게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손님이나 콜센터의 문제도 기사들이 떠안기도 한다"고 말했다.

대리운전 기사가 받은 협회의 제재사항 공지사항 / 제공.대리운전노조 대구지부
대리운전 기사가 받은 협회의 제재사항 공지사항 / 제공.대리운전노조 대구지부

회사에 다니다 2년 전 대리운전을 시작한 김 (50)씨도 "목적지도 구간도 전부 회사가 마음대로 정해 일을 하다 보면 불합리한 것이 한 두 개가 아니다"면서 "건 당 수수료에 보험료, 이용료까지 하면 4천원가량 제한다. 그러면서 1년마다 재계약을 내세워 온갖 부당한 조항을 넣는다"고 성토했다.

두 사람 모두 지난달 중순 'K 대리운전 어플'에 등록했다는 이유로 업체로부터 5일간 업무정지를 당했다. 운전 후 다른 목적지나 귀가할 때 이용하는 순환버스 차량 이용도 제지당했으며 해당 어플 이용이 또 다시 적발되면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위협까지 받았다. 이들과 같이 부당한 대우를 받아온 기사들은 지난 6개월간 170여명에 이른다.

업무정지, 승차제재 등의 중단을 촉구하는 노동자들(2017.1.11.남구 대명동)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업무정지, 승차제재 등의 중단을 촉구하는 노동자들(2017.1.11.남구 대명동)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순환버스 차량에 걸린 '승차제재' 현수막 / 제공.대리운전노조 대구지부
순환버스 차량에 걸린 '승차제재' 현수막 / 제공.대리운전노조 대구지부

대리운전 기사들은 지역 업체 세 곳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대구대리운전자협회'에 연간 1인당 백만원 가량의 보험료를 내고 있다. 협회가 대구 대리운전 시장의 90%의 점유율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 콜을 받으려면 업체 별로 한 달마다 프로그램 이용료 1만 5천원을 낸다. 한 곳이 아닌 여러 업체에 등록해야 많은 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6월 K업체가 대리운전 시장에 진출하면서 이 곳을 이용하는 대리운전 기사들이 빠른 속도로 늘었다. 건당 3,700원의 수수료를 제하는 기존 업체와 달리 건당 20%를 부과하며 보험료와 프로그램 이용료도 전액 무료이기 때문이다. 노조에 따르면 대구에도 1천명 이상이 등록했지만 협회는 파파라치 제보까지 받으며 대리기사들의 활동을 제재하고 업무정지·계약해지 위협을 가하고 있다.

대구 대리운전 업체의 횡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2017.1.11)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대구 대리운전 업체의 횡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2017.1.11)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이와 관련해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대구지부(지부장 황창현)'는 11일 오후 남구 대명동 대리운전 업체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신규 업체의 시장 진출을 통한 정당한 경쟁으로 노동환경이 개선되고 서비스의 질이 향상돼야 함에도 업체는 기사들의 생계를 볼모로 업체는 이익을 지키려 한다"며 "노동탄압을 중단하고 처우 개선에 힘쓸 것"을 촉구했다.

또 "협회는 영세업자라는 명분을 내세워 대리기사들의 탄압을 정당화하고 있다"며 "높은 수수료율과 독과점 횡포로 거대 시장을 장악해 온 이들은 약자가 아니다. 피해자는 열심히 일하고 착취 당하는 대리기사들"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에 협회를 부당노동행위로 제소했다.

보험료, 프로그램 이용료를 기사에게 전가하는 업체를 규탄하는 피켓(2017.1.11)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보험료, 프로그램 이용료를 기사에게 전가하는 업체를 규탄하는 피켓(2017.1.11)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황창현 대리운전노조 대구지부장은 "업계나 시장상황이 변하면 업체도 변해야 하는데 이들은 노동자들을 억압하며 자신들의 이익만 챙기고 있다"며 "노조의 요구도 듣지 않고, 부당한 제재나 기사들의 열악한 처우를 당연하게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업체 대표를 비롯한 대리운전협회 측의 답변을 듣기 위해 수 차례 통화를 시도하고 문자를 남겼지만 답을 하지 않았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