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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님, '사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성상희 / "불법과 비상식의 '사드 배치'...노무현 정부의 '이라크 파병' 되풀이 않기를"
2017년 05월 12일 (금) 10:58:51 평화뉴스 pnnews@pn.or.kr

문재인 대통령님!

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심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조기 선거가 실시되었고, 그것은 집권세력의 부패와 실정에 대한 국민의 거대한 항의운동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였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한국사회에서 민주주의와 자유주의를 이념으로 하는 정치세력이 집권을 하더라도 그 소신대로 나라를 이끌어 가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당장 대통령님 앞에 놓인 현실을 보더라도 국회는 여소야대이고, 사법부는 전통적인 보수 법관과 검사들로 채워져 있어 행정권력을 제외하고는 불리한 환경입니다. 나라의 경제는 여전히 재벌을 중심으로 하는 대자본에 의존하고 있으며, 지식과 여론의 생성 공간인 언론과 대학의 흐름은 압도적으로 기득권 세력의 이익에 충실합니다. 이러한 환경은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이 맞닥뜨린 현실과 큰 차이가 없을 것입니다.

대통령님은 이제 ‘사드’라는 시험대 앞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사드의 한국 배치는 미국이 동북아시아에서 전략적 이해를 관철하는데 중요한 무기이고, 그만큼 안보 위협을 당하는 중국으로서는 강력하게 반대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한미동맹의 파트너인 미국의 전략적 이해를 별도로 한다면, 실제 핵무기 등 북한의 위협에 대해서는 실효성이 없는 무기라고 하는 것이 국내외 전문가들의 대체적 의견입니다. 주요한 안보전문가들 중에서 근거를 가지고 사드가 북한 핵무기에 대한 적절한 대응무기라고 명확하게 밝히는 사람을 한번도 본 적 없습니다.

   
▲ 사드가 반입된 성주 롯데골프장(2017.3.1)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뿐만 아니라 사드 배치에 대한 의사결정, 특히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의 롯데 골프장을 부지로 결정하고 사드 장비를 반입하는 최근의 과정은 온통 불법과 비상식 투성이입니다.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절차도 진행하지 아니하여 국방군사시설사업에 관한 법률, 환경영향평가법,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을 위반한 것이고, 국유재산특례제한법이 정한 국유재산의 무상공여의 규정을 벗어난 것이라는 지적에 대하여 정부는 설득력 있는 답변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통령님은 후보 시절 새 정부 출범 이후 법과 원칙에 따라 재검토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었으나, 선거 직전에는 북한의 흐름을 이유로 들어 조금 흔들리는 모습도 보여주었습니다.

법과 원칙을 존중하고 국민의 의견을 묻는 절차를 충실히 거친다면 사드 배치 문제는 새 정부의 좋은 성과로 남을 것입니다. 그러나 쉽지가 않습니다.

   
▲ 경찰 병력 너머로 사드 레이더를 실은 차량이 성주 소성리회관 앞을 지나고 있다.(2017.4.26) / 사진 제공. 성주 주민

저는 이 문제를 두고 노무현 정부 시절의 '이라크 파병'을 떠올립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침략전쟁을 부인하는 유엔헌장을 직접 위반하는 국제법 위반행위이고 전쟁범죄였습니다. 큰 전투는 끝났지만 이라크 파병은 이러한 전쟁 범죄에 가담하는 행위라고 비판받았습니다. 그리고 노무현을 지지하였던 유권자들 기준으로 보면 압도적 다수가 반대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노무현 대통령은 파병을 강행하였습니다. 미국에 의한 북한 침공이라는 한반도 전쟁 사태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이라크 파병은 자신을 지지한 국민 대중을 배반하는 행위였고, 미국 군산복합체와 한국의 기득권에게 무릎을 꿇는 거대한 이벤트가 되었습니다. 기득권 세력은 환호하였고, 지지세력은 대 실망을 하였으며, 이후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하였던 사람들 중 상당수가 지지를 철회하였습니다. 결국 노무현 대통령은 악랄한 후임자에 의하여 부패스캔들로 수사를 당하는 치욕을 겪었고, 마침내 스스로 목숨을 내놓는 것으로 자신을 지지하였던 사람들의 자존심을 지켰습니다.

승부를 걸어야 할 때는 걸어야 하는데 너무 쉽게 무릎을 꿇은 것이지요. 이라크파병에서 무릎을 꿇는 순간, 더 이상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하는 힘은 없어지게 됩니다. 파병을 거절하면 미국의 네오콘, 그리고 한국의 기득권 세력에게서 난리가 났겠지만, 한미 동맹을 파괴하지 않고 적절한 타협책을 찾을 수 있었을 것이며, 노 대통령은 국민의 자존심을 지키는 대통령으로 지지를 받았을 것입니다.

문 대통령께는 이 선택의 순간이 취임하자마자 바로 다가 왔습니다.  대선과정에서 경쟁 후보들이 이야기 하였습니다. “문재인이 되면 5년 내내 나라가 시끄러울 것”이라고. 이는 일정 정도 대통령 선거 결과에 사실상 불복하고 당선자를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속내를 밝힌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다수 지지자들의 뜻과 무관하게 사드 배치를 용인하는 순간 대통령님은 더 이상 대통령으로서 권위를 가지지 못하고, 지지자들에게는 실망을 주고 기득권 세력으로부터는 멸시와 조롱을 받으면서 5년을 힘들게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사드배치는 법을 위반하였다는 점, 미국의 요구에 의하여 한국이 수용할 강제당하고 있다는 점, 대통령을 지지하였던 사람들 대다수가 반대하는 반면에 그 반대진영에 섰던 사람들 중 상당수가 찬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라크 파병과 온전히 일치하고 있습니다.

   
▲ 성주군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피켓을 든 소성리 주민(2017.5.8)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첨예한 찬반 여론이 있는 상황에서 사드배치에 대한 최종 결정을 위해서는 국민여론의 결집, 국회에서의 논의와 동의절차, 적법한 절차의 준수 등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지금의 사드 장비 반입은 군사기지로서 기반공사도 전혀 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골프장 잔디 위에 천문학적 비용을 들이는 고가의 군사장비를 덩그렇게 던져놓는 것으로서, 군사전문가가 아닌 문외한이 보더라도 상식에 반하는 행동입니다.

민주주의 축제인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이 유력한 후보가 일관되게 다음 정부에서 결정하도록 시간을 갖자고 제안을 하였음에도, 탄핵당한 대통령을 이은 직무대행이 이를 무시하고 위와 같은 행위를 한 것은 이른바 ‘알박기’로서 차기 대통령의 권한 행사를 방해하는 무리한 행동이자, 국민주권을 무시하는 태도입니다. 그에 맞추어 군사기지의 건설과 장비 배치의 일반적 원칙과 기준에 어긋나게 사드장비를 골프장에 밀어넣은 미국 또한 동맹국으로서 최소한의 예의를 저버린 것입니다.

법과 원칙에 따르기만 해도 사드의 졸속 배치는 막을 수 있습니다. 여론의 수렴, 국회에서 논의와 동의 절차 등을 거치고, 환경영향평가 등 법이 정한 행정적 절차를 모두 거치면서 사드 배치에 대한 최종 결정을 한다면 사드배치에 반대를 하는 대통령님의 다수 지지자들도, 그리고 찬성을 하는 다른 국민들도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부디 문재인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의 안타까운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기를 간곡히 바랍니다.
지지자들의 정당한 요구를 배반하는 정치지도자가 성공하는 사례는 없습니다.

미국의 압박이 상당할 것이고 국내 기득권이 온갖 위협을 가하겠지만, 원칙에 입각하여 진정성 있고 꿋꿋한 자세를 유지한다면, 지지세력은 물론이고 비판적 입장에 섰던 사람들 중 다수도 대통령님을 지지하고 지원할 것입니다.

정치지도자로서 다른 누구보다 노무현을 사랑하였던 사람이 그 후계자라 할 만한 새로운 대통령에게
드리는 부탁입니다.

그것이 나라를 살리고 국민의 자존심을 지키며, 스스로를 지키는 길임을 인식하시기 바랍니다.
부디 훌륭한 대통령으로서 성공하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기고]
성상희 / 변호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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