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가 개교 70년을 기념해 발간한 '경북대 70년사' 중 일부다. 대학이 '명예훼손'을 이유로 책을 도서관에 비치하지 않고 발간 권수도 10분의 1(1,000권→100권)로 줄여 안팎에서 '사초(史草) 비공개' 논란이 일자 지난 27일 직접 책 내용을 확인했다. 대학은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밝히지 않았다. 다만 시민사회는 '총장사태' 서술 부분이 아니겠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70년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목차는 제5장 '총장 장기 공석 사태의 시말과 해결'이다. 경북대 70년사 편찬위원회(편찬위원장 주보돈 사학과 명예교수)는 이 목차에서 이명박 정권의 국립대 총장 간선제 변경과 박근혜 정권의 국립대 총장 임용거부 사태에 대한 내용을 자세히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제6장 '대학의 조직과 지표', 제7장 '대학운영 그 허와 실', 제13장 '교수회 대학 민주화의 길' 등 다른 챕터 에서도 총장 간선제 변경→총장 임용거부→2순위 총장(김상동 현 경북대 총장) 임명 등 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 경북대에서 발생한 여러 사태에 대해 신랄하게 비평했다. 앞선 정권, 교육부, 관료사회에 대한 비판뿐 아니라 경북대 교수 사회 스스로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70년사에 담았다.
제7장 380쪽에선 총장 간선제에 대해 서술했다. 편찬위는 "교육부 강요로 대학 자율을 포기하고 임의추출 총장추천위 선출 방식을 통해 총장을 선출했지만, 특별한 인사가 응모한 것도 아니고 선출 과정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지도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직선도 간선도 아닌 이상항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또 제13장 819쪽에서는 총장 임용거부 사태에 대한 문제를 꼬집었다. 편찬위는 "간선제 추천도 교육부는 이유 없이 임명을 거부했다"면서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다. 직선제는 억지로 막고 간선제를 해도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거부하면 그만, 구시대의 임명제와 무엇이 다르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822족에서 "교육부 몽니에 구시대 임명제 수준으로 전락했다. 교수회는 유명무실 존재가 됐다. 조상을 팔아 간신히 체면을 유지하는 양반 같은 형국"이라고 자조했다. 이어 "정권의 집요한 통제와 간섭으로부터 대학 독립성, 자율성을 지키기 위한 도전과 시련의 역사"라고 70년사를 마무리했다.
주보돈 편찬위원장은 편찬 후기에서 "편찬을 담당할 위원을 구성하는 권한 일체와 어떤 간섭도 안된다는 두 가지 조건을 내걸어 편찬을 받아들였다"면서 "춘추필법(春秋筆法.진실을 기록하는 역사 서술법)에 따른 술이부작(述而不作.사실을 서술하되 조작하지 않는다)의 엄정함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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