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 KEC 가스누출 사고 당시 근처 현장 노동자들에게는 대피지시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1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 중 7명은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 받은 뒤 심각한 피해가 없는 것으로 확인돼 퇴원했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 구미지청은 현장 점검을 펼쳤고 큰 이상이 없다고 판단해 따로 조사는 벌이지 않았다. 대구지방환경청은 현장 시료를 가져가 2~3일 안에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하지만 1공장 근처에 있던 4공장, 5공장, 식당 등 현장 노동자 50~60여명에 대해서는 대피지시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전 2시 야식 시간이 돼 식당에 가던 중 일부가 1공장에서 심한 연기가 나는 것을 보고서야 무슨 일이 난 것 같다고 눈치를 챘다. 그러나 그때까지도 누출사고인지는 몰랐다.
이어 한 관리자가 식당에서 식사가 안된다며 우유와 빵을 주고 계속 작업을 지시했다. 반도체 공정상 노동현장에는 휴대폰을 들고 갈 수 없기 때문에 바깥 상황은 정확히 알지 못했다. 1공장과 주민에게 대피명령이 있은 후에도 밤샘 작업은 계속됐다. 21일 오전 7시 퇴근하고서야 상황을 알았다. 또 21일 오전에 출근한 노동자들 중 일부가 누출장소인 1공장 청소작업에 동원돼 함께 논란이 되고 있다.
금속노조 KEC지회(지회장 황미진)는 "주민 대피명령까지 떨어졌는데 사측은 노동자들에게는 작업을 강요했다"며 "전형적인 안전불감증"이라고 비판했다. 또 "전문청소업체가 아닌 노동자들에게 사고 발생 현장을 청소시킨 것도 심각한 문제"라며 "'눈이 따갑다', '무섭다', '가렵다'는 호소를 하는데도 무조건 안전하다고 일을 하라고 하니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냐"고 따졌다. 때문에 "정확한 사고원인 조사와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면서 "당국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일시적으로 작업을 중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일부 노동자들은 작업을 거부하고 당국의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사측은 일부는 인정하면서도 나머지는 "일방적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KEC 경영관리팀 A팀장은 "4공장과 5공장은 1공장과 50m~100m 정도 떨어져 거리가 멀고, 공장 마다 2~3중 문으로 돼 있어 공장안에 있는게 더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또 "따로 대피지시를 내릴만큼 큰 사고가 아니였고 빠르게 수습을 마쳤다"면서 "매뉴얼상 대피지시를 무조건 하라고는 나와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후속 조치에 대해서는 "매일 2번씩 최첨단 장비로 수치를 측정하고 있지만 모든 수치상 문제가 없고 안전한 것으로 나오고 있다"며 "사내 3개 노조를 대상으로 각각 사고 관련 설명회도 열었지만, 오히려 이를 거부한 것은 KEC지회다. 작업 거부는 지시불이행으로 징계 대상"이라고 했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 구미지청 산재예방지도관 한 감독관은 "이번 사고는 재해조사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조사를 따로 실시하지 않았다"며 "중대재해와 중대산업사고 기준이 있는데 누출 물질이 산업사고에 해당 하는 물질이어야 하고, 사망자 1명 이상, 부상자 10명 이상 등 재해자 발생 기준에도 해당하지 않아 휴업명령 기준에 미달한다. 그래서 작업중지 명령을 내릴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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