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C 노사와 경북소방본부의 말을 24일 종합한 결과, 구미공단 반도체기업 KEC(케이이씨) 1공장에서 지난 21일 오전 12시 30분쯤 가스누출 사고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에는 오전 1시 47분쯤 신고됐다. 반도체 제조 첫번째 과정 전공정을 담당하는 1공장에서 사용하는 트리클로로실란(TCS) 117kg이 유출됐다. 트리클로로실란이 든 가스통을 이동하다가 밸브가 파손돼 가스가 누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해화학물질로 알려진 해당 물질은 무색 액체로 사람이 흡입하면 두통, 어지러움증, 호흡곤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장기간 노출될 경우에는 구토, 저혈압에서 심하면 소화계통 질환을 가져올 수 있다.
이 처럼 누출사고는 큰 문제 없이 마무리 수순으로 접어드는 듯 보였다. 하지만 사측이 사고 같은 시간 대 근처 공장에서 일하던 일부 노동자들에게는 대피를 지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노조가 반발하고 있다. 사측은 21일 사고 당일 사고 발생 장소인 1공장 야간조 노동자 30여명에게 대피명령을 내렸다. 경상북도 역시 당일 오전 2시 43분쯤 주민에게 대피하라는 긴급재난문자를 띄웠다.
하지만 1공장 근처에 있던 4공장, 5공장, 식당 등 현장 노동자 50~60여명에 대해서는 대피지시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전 2시 야식 시간이 돼 식당에 가던 중 일부가 1공장에서 심한 연기가 나는 것을 보고서야 무슨 일이 난 것 같다고 눈치를 챘다. 그러나 그때까지도 누출사고인지는 몰랐다.
황미진(39) KEC지회장은 "누출사고가 나면 벨을 울리고 1차 집결지에 모이는 게 매뉴얼"이라며 "이 모든 게 이번에 지켜지지 않았다. 축소하려 하지 말고 정확하게 밝히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측은 일부는 인정하면서도 나머지는 "일방적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KEC 경영관리팀 A팀장은 "4공장과 5공장은 1공장과 50m~100m 정도 떨어져 거리가 멀고, 공장 마다 2~3중 문으로 돼 있어 공장안에 있는게 더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또 "따로 대피지시를 내릴만큼 큰 사고가 아니였고 빠르게 수습을 마쳤다"면서 "매뉴얼상 대피지시를 무조건 하라고는 나와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후속 조치에 대해서는 "매일 2번씩 최첨단 장비로 수치를 측정하고 있지만 모든 수치상 문제가 없고 안전한 것으로 나오고 있다"며 "사내 3개 노조를 대상으로 각각 사고 관련 설명회도 열었지만, 오히려 이를 거부한 것은 KEC지회다. 작업 거부는 지시불이행으로 징계 대상"이라고 했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 구미지청 산재예방지도관 한 감독관은 "이번 사고는 재해조사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조사를 따로 실시하지 않았다"며 "중대재해와 중대산업사고 기준이 있는데 누출 물질이 산업사고에 해당 하는 물질이어야 하고, 사망자 1명 이상, 부상자 10명 이상 등 재해자 발생 기준에도 해당하지 않아 휴업명령 기준에 미달한다. 그래서 작업중지 명령을 내릴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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