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너무 힘들어요."
새벽 4시 28분, 동료에게 남긴 문자 메시지는 이렇게 끝났다. 그 전날엔 새벽 2시까지 배송, 문자를 보내던 날도 새벽 5시에 집에 가면 한숨 못 자고 밥 먹고 씻고 바로 터미널에서 또 물건 정리를 하고 420개의 택배를 날라야 했다. 나흘 뒤인 10월 12일, 서른여섯의 택배 노동자는 숨을 거두었다. 올해만 벌써 10명의 택배 노동자가 과로사로 숨졌다.
아내는 뉴스에서는 택배기사가 특고(특수고용노동자)라고 하면서 뭐를 해준다고 하는데 우리한테는 무슨 권리가 있냐고 물었다.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다. 그래도 요즘 수입은 좀 나아지지 않았냐고 되물었다. 코로나 때문에 일이 많아져 남편 혼자 감당하기 힘들어 본인까지 나가서 같이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아이들 돌보랴, 남편 일 도우랴 너무 힘들다고 했다. 필요한 도움을 주지 못해 미안했다. 그래도 아내가 도우니 지나친 과로는 면할 수 있을 것 같아 다행이구나 싶었다.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가 이어지자 국회와 대통령까지 나서서 시급히 특별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염려스러운 것은 이 죽음이 특별한 일이 아닌 것이다. 특별한 대책이 아니라 일상적이고 제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매년 약 2400명, 하루 6명이 살기 위해 일하러 간 곳에서 죽어간다. 이런 일이 매일, 매월, 매년 반복되고 있다. 우리 사회는 흔한 죽음에 대해 잠깐 안타까워하고 돌아선다. 그 사람이 '재수가 없어서', '주의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고 믿고 잊는다. 하나 하나의 귀한 삶이 왜 흔한 죽음이 되어 버렸는지 집요하게 따지고,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
노동 현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해당 기업의 경영 책임자, 원청, 발주처 등에 실질적인 책임을 묻고 처벌도 받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발의되었다. 6월에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책임자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과 국민동의청원에서 10만명의 동의를 받아 국회에 넘어간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 책임자 처벌 법률안'이다. 내가 생각하는 이 법의 가장 큰 취지는 산재 사망은 중범죄라는 사회적 인식을 갖는 것과 산재 사망의 책임이 최고 경영자와 기업에 있다는 것을 제도적으로 분명히 하는 것이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입법되어 살기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일터에서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 일이 획기적으로 줄어 들기를 바란다. 우리 모두 두 눈 크게 뜨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지켜봐야 한다. 이윤보다 생명이 소중하다.
[정은정 칼럼 12]
정은정 / 대구노동세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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