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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를 향한 분노, 어디로 향하는가
[남은주 칼럼] "분노의 방향, 성폭력 예방을 위한 노력으로 바뀌기를 희망한다"
2020년 12월 15일 (화) 11:54:03 평화뉴스 남은주 칼럼니스트자 pnnews@pn.or.kr

지난 토요일 잔인한 아동성폭력 범죄자 조두순이 12년 형을 마치고 출소하였다.
조두순의 출소를 앞두고 언론보도가 이어졌으며 지자체와 경찰은 여러 가지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시민들의 두려움과 분노를 잠재우기에는 부족하였고 조두순이 출소하는 날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계란투척과 욕설, 차량에 올라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일부 유투버들은 조두순에게 위해를 가하겠다며 거주지까지 몰려가 주민들을 불편하게 하였다. 조두순이 출소하기 전날 오후 7시부터 출소한 날 오전 9시까지 유튜버와 관련해 경찰에 신고된 주민 불편 신고는 70건에 달했다고 한다.

왜 12년을 선고 받았나

시민들의 이러한 분노에는 범죄의 잔인함과 피해자의 피해에 비해 너무 낮은 형량을 받았다는 여론이 있다. 먼저 조두순 사건은 검사가 성폭력특별법이 아니라 형량이 더 낮은 형법상 강간상해·치상죄를 적용한 문제가 있었다. 또한 1심결과에 대해 검찰이 상고하지 않고 오히려 조두순이 상고하여 검사가 상고하지 않으면 1차 법원에서 판결된 형량보다 많은 형량을 선고할 수 없는 ‘불이익 변경 금지의 원칙’에 의해 나머지 재판에서도 더 많은 형량을 판결할 수 없었다. 여기에 술로 인한 심신미약을 감형을 해주는 양형기준에 의해 감형되어 12년 형을 선고 받았다.

   
▲ 출처. KBS 뉴스광장 / '조두순 집 앞에서 소란 피운 유튜버 등 입건'(2020.12.14) 화면 캡처

조두순 사건 이후 2010년에 국회는 유기징역의 상한을 기존 15년에서 두 배인 30년으로 늘렸으며, 가중하면 각각 25년과 50년까지 유기징역에 처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아동·청소년에 대한 강간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하고 전자발찌 착용 최대 기한을 30년까지 연장하도록 법을 개정하였다.

솜방망이 처벌과 변화하고 있는 성폭력 범죄

조두순 사건이 발생한지 12년이 경과하였다. 성폭력 범죄는 줄어들고 있을까?
최근 4년간 13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범죄는 하루 3.4건 꼴로 발생했으며, 재범률도 지난해 6.3%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13세 미만 아동 대상 성폭력범죄 발생건수가 2016년 1,083건, 2017년 1,261건, 2018년 1,277건, 2019년 1,374건으로 해마다 증가하여 하루 평균 3.4건의 아동대상성폭력범죄가 발생하고 있다. (출처 : 시사포커스 2020년 9월 14일자 기사)

   
▲ 성범죄자 신상정보등록 현황 / 출처. 법무부 '2020 성범죄백서'

법무부가 발간한 2020성범죄백서에서는 전체 성범죄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2020성범죄백서는 2000년 이후 20여 년간 누적된 74,956명의 성범죄자와 2,901명의 재범자 특성을 분석한 결과이다. 성범죄백서는 시민들의 성폭력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요구와는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2008년 237건이던 강간 사건이 2018년에는 2,470건으로 10배 증가했는데 성폭력 사범 구속률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19세 미만 성폭력 사범의 구속률은 2015년 14.4%에서 2019년 9.3%로 27%(비율대비) 감소했고, 지난 10년간 성범죄로 인한 징역 비율은 2008년 38%에서 2018년 19.9%로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출처 : 미디어리퍼블릭 2020년 10월20일 기사)

   
▲ 성범죄자 선고형별 비율 / 출처. 법무부 '2020 성범죄백서'

성범죄백서에 의하면 강제추행, 강간에 이어 '카메라 등 이용촬영'이 가장 많은 사건으로 등록되었다. 2013년부터 등록한 카메라등이용촬영범죄 즉 불법촬영범죄는 2018년에 2,388건을 기록했고 지금까지 약 9,000건이 넘는 사건이 발생했다. 불법 촬영 범죄자들은 재범률도 높은데 재범비율은 75.0%로 카메라등이용촬영범죄가 성범죄 재범사례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프라인의 성범죄 발생률도 늘어나고, 온라인 세상에서는 더 많은 성범죄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분노의 방향이 성폭력예방으로 나아가기를 희망 한다

성폭력이란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불쾌한 성적 언어나 행동으로 상대방에게 굴욕적인 감정이나 신체적 손상, 정신적 고통을 느끼게 하는 모든 행위를 말한다.’ 이 짧은 개념을 이해하는데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 성인지감수성이 필요하다.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이라는 말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주체성을 가진 사람으로 봐야하며 성적인 대상으로 취급하지 않아야 한다. 위계적이며 권력이 있고 젠더인식이 없을수록 자신이 접하는 모든 사람의 경계를 침범하는지도 모르고 침범한다. 나이나 출신학교,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질문하며 외모에 대해 평가하는 말을 주로 하는 사람은 우선 앨로우 카드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불쾌한 성적 언어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한다. 공적인 관계인지 사적인 관계인지, 성적인 관계는 어떤 단계를 거쳐서 되는지 알려고 생각한 적이 없음으로 알 수가 없다. 또한 상대방의 의사를 파악하는 능력이 부족하여 거부의사를 파악하는 능력이 매우 떨어진다. 어떤 성적인 말이나 행동을 하기 전에는 서로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야 하며 상대방의 상태나 감정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여성학자인 정희진 선생님은 최고의 권력은 ‘몰라도 되는 권력’이라고 했다. 아직도 성인지 감수성이 어렵거나 모르겠다는 당신은 최고의 권력을 누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조두순은 잔인한 아동성폭력 가해자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성폭력가해자는 일상속의 평범한 사람들이며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60~70%의 아는 사람에 의해 성폭력 피해를 당한다. 조두순 또한 피해아동과 5분 거리에 거주하는 이웃이었다. 조두순에 대한 폭발적인 분노는 어떤 분노인지 묻고 싶다. 필자는 이 분노의 방향이 성폭력예방을 위한 노력으로 바뀌기를 희망한다. 무엇이 성폭력 인지, 성인지 감수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성폭력피해자 보호를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2차 피해를 유발하는 것은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이기를 바란다. 그래야 좀 더 나은 세상이지 않겠는가. 성폭력이 만연하는 사회에서 살고 싶은 사람은 없을 테니 말이다.

   







[남은주 칼럼 16]
남은주 / 대구여성회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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