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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라는 거짓말, 대책이라는 거짓말
[정은정 칼럼]
2021년 10월 20일 (수) 15:22:20 평화뉴스 정은정 칼럼니스트 pnnews@pn.or.kr

2017년 5월 1일, 127주년 세계노동절 오후 2시 50분경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 크레인이 휴게실에 쉬고 있던 노동자들을 덮쳐 6명이 사망하고, 20명이 크고 작게 다치는 사고가 일어났다. 노동절 집회 후 뒷풀이까지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뉴스를 들었다.

두 살 아래 동생이 거제의 여러 조선조에서 물량팀으로 일하고 있었다. 하지만 바로 연락을 하지 못했다. 괜한 말을 꺼내서 불행을 불러오게 되는게 아닐지 두려웠다. 언론과 SNS에서는 사고에 대한 안타까움과 분노와 슬픔을 쏟아졌지만 나는 한마디도 하기 어려웠다. '무슨 일이 있었으면 벌써 연락이 왔겠지, 아무 일 없으니 연락이 없겠지' 하며 견디다가 이튿 날 밤 늦게 겨우 "잘있나?" 하고 문자를 보내니 "네...바로 옆에서 사고남..." 하고 짧은 답이 왔었다. "그래~ 그래~"라고만 답했다. 다행이라고 할 수 없었으니.

모두 알다시피, 10월 6일 전남 여수의 한 요트 업체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홍정운 군이 숨졌다. 잠수 자격증이 없었고, 수영도 못하는 그 고등학생은 요트 바닥에 붙은 따개비를 제거하려 잠수 작업을 하다 바다에 빠져 목숨을 잃었다. 현장실습계획서에 적힌 원래 업무는 탑승객 관광 보조와 안전수칙 안내 등이었다. 근로기준법 시행령에는 만18세 미만의 노동자는 수중 작업을 금지한다. 그러나 정운군의 학교에선 '잠수기술'을 포함한 실무 기술 습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현장실습 보내기 '적절'한 업체라고 평가했다고 한다.

고교 현장실습은 1963년 처음 도입되었는데 학교 기자재 부족이 이유였다고 한다. 60여년이 지났지만 학교는 학생들의 실습을 책임지지 않은 채 '현장실습' 제도를 지속하고 있다. 현장실습은 '교육과정으로서의 훈련'이 아니라 '기업에 필요한 노동력을 제공하는 수단'이다. 심지어는 학생들을 노동자들의 쟁의행위를 불법적으로 탄압하는데 동원되기도 했다.

   
▲ 사진 출처. KBS 뉴스해설 <또 되풀이 된 '실습생 참사'...말뿐인 대책, 이젠 안된다>(2021.10.13) 방송 캡처

지난 2015년, 부산에 있는 독일계 자동차 부품 기업 ㈜말레베어공조는 쟁의조정 시기에 특성화고 실습생 18명을 채용하고, 노조가 파업을 하자 대체인력으로 투입했다. 애초 노사분쟁 중인 업체에 학생들의 실습 교육을 맡기는 이해받지 못할 행동을 한 시교육청과 학교에 대해 고교 실습생을 불법 대체인력으로 악용하려는 회사의 속셈을 알고도 보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6월에 발표된 국가권익위원회는 조사에 따르면 전국 585개 직업계고등학교 19만7천명 중 매년 2만여명이 현장실습에 참여하고 있는데 학생 과반수는 무슨 일을 하는지 자세히 모르고 일하러 갔고, 각 학교 현장실습운영위원회 전체 위원 7,491명 중 학생은 전국에 9명 0.1%에 불과하고, 전체 직업계고 중 48.1%가 이전 현장실습에 참여한 학생이 실시한 만족도 평가 결과를 학생과 학부모에게 공개하지 않는다고 한다.

2017년 제주의 한 음료 제조업체 현장실습생 이민호 님의 사망 사고와 전주 LG유플러스 고객상담센터 현장실습생 홍수연 님의 사망 이후 학생들을 값싼 노동력으로 써먹는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제' 폐지 요구가 터져나왔다. 이에 교육부는 '조기취업 형태'의 현장실습을 2018년부터 전면 폐지하고, 기존 6개월이던 현장실습 기간을 3개월로 줄여 '학습중심' 현장실습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안전사고 부담 및 책무성 강화로 인한 현장실습 참여 기업이 위축된다며 2019년 1월 31일 '직업계고 현장실습 보완방안'을 했는데 기업 선정 절차인 현장실사 (기업방문 횟수 줄임)를 완화하고 현장실습(집중, 학기)이란 것을 신설한다. 이로 인해 학생들이 가는 현장실습 업체의 질이 크게 하락했다.

홍정운 님의 사고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빠르게 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했다고 해서 찾아보니 "특성화고 현장실습은 취업을 위한 상당한 연결고리가 되는데, 한 번 사고가 나면 그때마다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실제 한동안 중단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사고가 난다고 폐지해버리는 것은 올바른 해결방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염려하는 것이 학생들의 학습권과 안전인지 현장실습 폐지인지 아리송하다. 현장실습생들의 죽음이 부실한 기업과 비도덕적인 사업주만의 책임일까? 교육에 필요한 제도와 설비를 갖추지 않고, 아직 배워야 학생들을 열악한 기업으로 몰았던 제도와 법, 정부는 정말 책임이 없는 것일까? 언제까지 교육이라고, 대책이라고 거짓말을 하고 있을 것인가?

사무실에 스물세 살 청년이 같이 일하고 있다. 공고('특성화고'라고도 하고 '직업계고'라고도 하는)를 다녔다. 고3 현장실습부터 산업기능요원까지 3년간 공장에서 일했다고 했다. 적절한 마스크가 없어 신나 냄새에 취해야 했고, 아저씨들에겐 익숙한 고성과 폭언에 힘들었다고 했다. 힘들면서도 그만둘 줄 몰랐고, 그만둬도 된다는 사실이 머릿속에 없었다고 했다. 홍정운 군의 죽음이 있고 안타까운 또 일이 생겼구나 하고 있는데 이 동료 청년은 "이따금 견딜 수 없는 비관이 덮쳐온다. 낙관은 멀고 세상은 더럽다"고 울었다.

   







[정은정 칼럼 21]
정은정 / 대구노동세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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