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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자리 잃은 진보정치를 생각하며
[신동희 칼럼]
2022년 06월 27일 (월) 17:14:48 평화뉴스 신동희 칼럼니스트 pnnews@pn.or.kr

“혁명은 안 되고 나는 방만 바꾸어버렸다
그 방의 벽에는 싸우라 싸우라 싸우라는 말이
헛소리처럼 아직도 어둠을 지키고 있을 것이다
나는 모든 노래를 그 방과 함께 남기고 왔을 게다
그렇듯 이제 나의 가슴은 이유없이 메말랐다“
- 김수영 <그 방을 생각하며>


선거를 치른 다음 날, 이 시가 생각났다. 촛불혁명 이후, 세상이 달라졌다고, 다양성과 민주주의가 살아있는 이전과는 다른 정치를 향해 나아가리라는 기대가 여지없이 무너졌다. 이유있는 패배감과 무력감이 오래 오래 뒤끝으로 남았다. 혁명은 안 되고 바꿀 방도 없이, 갈 곳도 없이 우두커니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 서 있는 느낌이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무엇을 향해 나아가야 할까? 우리는 다른 정치를 만들 수 있는 걸까? 답을 알 수 없거나 긍정적인 답을 할 수 없는 허무하고 패배적인 질문들이 밀려왔다 맥없이 사라지곤 했다.

거대양당구도는 더 강화되었고 공고하다. 다양한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소수정당은 설 자리를 잃었다. 촛불시기 타올랐던 정치에 대한 효능감과 기대감은 어느 새 사라지고 정치의 무능함과 혐오감, 무관심이 지배적이다. 선거시기에 지역주민들을 만나면서 느낀 점이다. 정치는 내 일상을 바꾸지 못하고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표정과 눈빛. 그 무언의 언어들. 그것이 43.2%라는 낮은 투표율로 나타났다.  

모든 정치는 식상하다고 느끼는 시민들에게 어떤 언어로 다가가야 좋은 가치와 좋은 정책이 시민의 일상에서 공감되고 체감될 수 있을까.
 
   
▲ 대구 진보정당 6.1지방선거 후보자...(윗줄 왼쪽부터) 한민정(정의당)·신원호(기본소득당) 대구시장 후보, 양희(정의당)·김지원(기본소득당)·황정화(녹색당)·김진희(진보당) 대구시의원 비례대표 후보, 김성년(정의당) 기초의원 후보 / (아래 왼쪽부터) 정의당 임아현·정유진·백소현, 진보당 황순규·이용순·조정훈 후보, 녹색당 장정희 기초의원 후보

무엇이 해답인지는 여전히 알지 못한다. 하지만, 다른 정치로 나아가기 위해 좀 달라지기를 바래본다면 하나는 팬덤정치이고 하나는 사표방지심리다.

특정 정치집단 혹은 특정 정치인을 옹호하고 지지하는 팬덤정치는 결국 정치가 제기능을 하지 못하게 만든다. 맹목적인 지지층의 결집과 팬덤형성은 정치와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을 가로막고 혐오를 부추기는 정치를 만든다. 맹목적인 열광과 지지의 이면에는 항상 타집단 혹은 집단 밖에 있는 이방인을 향한 배제와 혐오가 동반될 수밖에 없다. 정치인을 향한 무조건적인 옹호는 정치와 민주주의를 후퇴하게 만든다.

우리나라의 정치는 거대양당의 밥그릇싸움으로 얼룩져왔다, 선거가 다가오면 거대양당이라는 선택지만을 앞에 두고 더 나쁘고 더 싫은 정당이 집권하는 것을 막기 위해 덜 나쁜 정당, 덜 싫은 정당을 선택하는 일이 반복된다. 하지만 결국 정치는 더 나아지지 않고, 마지못해 선택된 지지를 등에 업고 거대양당은 더 권력화 되어간다. 그 와중에 거대양당이 품지 못하는 약자의 목소리는 배제되는 일이 반복된다.

민주주의 정치의 핵심은 다당제 정치인데 거대양당이 주고받는 정권교체는 다당제 정치를 요원하게 만든다. 믿고 지지하는 정책과 정당에 투표하는 것은 사표가 아니라, 결국 양당제 구도를 변화시키는 생생하게 살아나는 표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덧붙이자면, 진보정치는 이제 빈방에 서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처지가 되었다. 빈방에서 다시 나아갈 바를 찾고 채워 나가야할지, 아니면 방을 바꾸어야할지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바뀌는 것이 방만은 아니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대와 노래와 의지를 잃은 공허함과 가벼움 위에서 진보정치의 나아갈 방향과 가치가 근본에서부터 차곡차곡 되짚어지기를, 오래 걸려도, 쉽게 찾아지지 않아도, 길을 찾아 나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나부터 그럴 수 있기를 바란다.

 
   
 
 





 [신동희 칼럼 5]
 신동희 / 꿈꾸는마을도서관 도토리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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