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디찬 경산 코발트광산 안에서 민간인 집단학살이 일어난 지 72년째, 부모가 국가폭력에 의해 희생당한 사건을 경험한 당시의 아이들은 백발의 노인이 됐다. 가족의 시신조차 찾지 못한 이들은 "아버지가 이곳에서 돌아가셨던 흔적이라도 찾아달라"고 국가에 호소했다.
사단법인 ‘한국전쟁전후 경산코발트광산 민간인희생자유족회(이사장 나정태)’는 28일 경북 경산시 평산동에 있는 경산코발트광산 민간인희생자 위령탑 앞에서 ‘한국전쟁전후 경산코발트광산 민간인희생자 제72주기 합동위령제'를 거행했다. 위령제는 오후 1시부터 2시간 동안 진혼무, 고유제(전통제례), 합동추모제 순서로 진행됐다.
민간인희생자유족회 나정태 이사장과 최승호 이사, 정근식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 채영희 10월항쟁유족회 이사장, 윤성해 경산 박사리유족회장, 박순득 경산시의회 의장, 김인수·양재영·박미옥·손말남 경산시의원, 정원채 경산시 복지문화국장 등 180여명이 참석했다.
경산 코발트광산 민간인 희생자 유족들은 ▲"잔여 유해 발굴" ▲"추모공원 조성" ▲"조사 개시 충족 요건 완화" 등을 촉구했다.
나정태 이사장은 "총을 맞고 돌아가신 아버지의 시신을 부여잡고 통곡하던 어머니의 등에 업혀 울던 핏덩어리였던 내게 부모의 죽음을 증명하라는 현실이 가혹하다"고 한탄했다. 이어 "지난 9월 1기 진화위가 수습하지 못하고 방치해놓은 3000개의 포대 중 10개의 포대에서 유해가 발굴됐는데, 2기 진화위에서 아직 발굴을 시작하지 않았다"며 "잔여 포대 유해 발굴 작업을 마무리해달라"고 호소했다.
정근식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은 "2007년부터 2009년까지 경산 코발트광산에서 363구의 유해를 발굴했으나 아직 굴 안에 남아있는 유해들이 많다"며 "올해 12월이나 내년 초에는 포대에 남아있는 유해들을 정리하는 사업을 진행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이 공간에 추모공원을 설립해 더 의미 있는 장소로 발전하길 소망한다"며 "지역 주민들이 경산 코발트광산 사건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경산시에서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경북도의회는 2015년 11월 제281회 2차 정례회에서 '경상북도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추모를 위한 위령 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고, 이듬해 2016년 11월 경산 코발트광산 옆에 위령탑이 건립됐다.
현재 21대 국회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개정안을 9건이나 발의했으나, 모두 처리되지 못하고 소관위나 법안소위에 계류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한병도, 이개호, 이재정, 윤미향, 서영교, 김교흥 의원,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 등이 과거사법에 대한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의 내용은 '소멸시효 적용 배제, 조사 기간 연장, 사안 이행계획·조치결과 제출 기한 마련' 등이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 따르면, 경산 코발트광산 민간인 희생 사건은 한국전쟁 발발 직후 경산, 대구 지역의 국민보도연맹원, 대구형무소 재소자, 요시찰 대상자들이 경산 코발트광산 등지에서 군경에 의해 집단으로 학살된 사건이라 규정했다. 진화위에서 추산한 경산 코발트광산 학살 피해자는 1,800명 정도이나 유족들은 학살 피해자가 3,500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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