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지자체들이 안쓰고 묵힌 여윳돈이 1조4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막대한 예산이 남은 이유는 거둬들인 세수를 적게 쓴 탓이다. 곳간에 1조를 꽁꽁 잠궈놓고 코로나19 팬데믹, 불경기에도 주민에게 풀지 않았다. 서민경제가 어려운데 민생 지원에 인색하다는 지적이다.
나라살림연구소(소장 정창수)는 '2021년 243개 지방정부 결산석 분석' 리포트를 발표했다. 잉여금 현황과 문제점, 개선방안 등을 보고서에 담았다. 코로나 상황에서 당시 중앙정부는 30조5천억원 재정수지 적자를 감내하며 전체 지출을 43조원으로 늘리고 120조원의 채무를 증대했다.
정부가 돈을 적극적으로 풀었지만 지방정부들은 정작 소극적으로 예산을 사용했다. 그 탓에 전체 지방정부의 잉여금에 잠김 돈은 68조5천억원, 재정안정화기금 여윳돈은 41조1천억이나 됐다. 코로나 이전인 지난 2019년 31조7천억원, 지난 2020년 39조7천억원보다 남은 돈이 더 많아진 셈이다.
특히 재정안정화기금은 재정이 어려울 때를 대비해 세입의 일부를 적립하는 용도로 만들어진 기금이다. 사실상 순세계잉여금의 '저금통'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순세계잉여금+재정안정화기금을 합친 여유재원 규모는 경기가 가장 어려웠던 해에 오히려 늘어났다.
여윳돈 최다 비율을 보면 30위 상위권에 대구 3곳(중구·서구·남구), 경북 6곳(청도·상주·군위·의성·안동·봉화) 등 9곳이 포함됐다. 9개 지자체가 한해 동안 남긴 예산은 1조4,726억3,500만원이다.
전국 3위는 ▲대구 중구다. 순세계잉여금 377억8,500만원+재정안정화기금 861억5,900만원 등 1,239억4,400만원, 세출 규모의 39.1%를 챙겼다. ▲전국 5위(33.2%)는 경북 청도군 1491억8,500만원+200억=1,691억원을 남겼다. ▲6위(29.7%)는 대구 서구 568억1,600만원+957억5,800만원=1,525억7,400만원 ▲7위(28.7%) 대구 남구 650억6,400만원+706억2,500만원=1,356억8,900만원을 묵혔다.
▲12위(24.4%) 경북 상주 1,563억7,100만원+1,013억2,000만원=2,576억9,100만원 ▲14위(24.2%) 군위군 380억9,200만원+509억5,300만원=890억4,500만원 ▲19위(22.8%) 의성군 966억3,300만원+698억5,300만원=1,664억8,600만원 ▲23위(21.1%) 안동 1,975억3,900만원+803억7,400만원=2,779억1,300만원 ▲25위(20.8%) 봉화군 844억1,700만원+157억7,600만원=1,001억9,300만원을 남겼다.
여유재원 1위는 인천 동구다. 세출금액 규모의 48.5%를 쓰지 않고 남겼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지방정부의 균형재정 원칙을 따르지 않고 재정집행을 하지 않은 금액이 너무 많다"며 "여유재원을 과다하게 축적할 특별하거나 결정적 요인은 없었다"며 분석했다. 또 "과도한 재원이 잉여금 형태로 잠겨 있으면 내수경기가 악화된다"면서 "지방정부가 지출하지 않은 돈만큼 민간자금을 위축시킨다"고 했다. 때문에 "'돈맥경화'가 우려되니 지방정부가 적극 지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위원장 임미애)은 지난 8일 논평을 내고 "팬데믹에도 여웃돈을 챙긴 지자체들의 엉터리 예산편성을 시정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경상북도 지자체들도 예외는 아니다"며 "예산을 지나치게 과소 편성해 팬데믹에도 코로나 극복과 민생안정을 위한 예산집행을 외면한 것에 대해 반성하고 이제라도 재원이 잠겨있는 일이 없도록 적극적으로 민생안정 예산을 집행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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