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에서 5.18민주화운동 유공자들에 대한 정신적 피해를 인정한 첫 판결이 나왔다.
1980년 당시 대학생 신분으로 5월 대구지역에서 민주화운동을 벌인 이들을 불법구금하고 고문한 전두환 신군부. 지역 피해자만 100여명이 넘는다. 이후 국가는 특별법을 만들어 5.18 유공자로 인정하고 보상금을 지급했지만 일부 물질적 피해만 보상했다. 오랫동안 괴롭힌 정신적 피해 보상은 없었다.
사법부는 국가를 향해 이들에 대한 정신적 피해에 대해서도 손해를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대구지법 제12민사부(재판장 채성호)는 5.18 유공자인 계명대학교 졸업생 3명과 이미 숨진 유공자 A씨의 유가족 2명이 대한민국(법률상 대표자 법무부장관 한동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들의 대한 정신적 피해를 인정해 국가에 이들에 대한 손해배상을 하라고 지난 24일 판결했다.
재판부는 "영장 없이 구금·체포하고, 자백을 받기 위해 고문·협박, 육체적·정신적 피해를 가하는 불법행위를 수사기관이 자행했다"며 "직무상 공권력을 남용한 고위·과실에 의한 불법행위"라고 지적했다.
특히 "민간인 집단희생사건과 인권침해·조작의혹사건의 경우 국가배상청구권에 장기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어 "2021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민주화 운동 보상금 수령했을 경우 정신적 손해배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위헌이다.)이 나올 때까지 정신적 손해배상 위자료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었기 때문에 원고들의 위자료 청구권 소멸시효는 완료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원고들은 이미 '광주민주화운동보상법'에 따라 관련 위원회들로부터 보상금, 생활지원금, 위로금 등을 지급받았다. 하지만 당시 보상금에는 정신적 손해 부분은 빠졌다. 사회보장 지원의 일종에 불과했다.
재판부는 사건이 발생한 1980년으로부터 40년 이상 세월이 흘러 불법행위 시와 비교해 위자료 금액을 산정했다. 이를 어길 경우 연 12%의 비율로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 위자료는 유가족 2명에 3억원(각 1억8,000만원, 1억2,000만원), 졸업생 3명에 각 3,800만원, 4,000만원, 8,000만원이다.
법무부는 재판 과정에서 "당시 법에 따라 보상이 완료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지급받은 보상금 등에 정신적 손해배상금이 포함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법무부 주장을 기각했다. 또 "소멸시효가 끝났다"는 법무부 주장 역시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재판부는 유공자들과 유가족이 청구한 손해배상금에 대해서도 '사찰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전액이 아닌 일부만 인정했다.
5.18 유공자 정신적 피해 보상 판결은 대구에 앞서 광주와 서울, 부산 등에서도 있었다. 현재 대구지역에서만 100여명의 유공자와 유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정신적 피해 손배소송을 벌이고 있다. 이번 사건을 담당한 법무법인 '맑은뜻'이 담당하고 있는 유사한 사건만 모두 16건(22명)이다.
김무락(원고 소송대리인) 맑은뜻 변호사는 "5.18 유공자들에 대한 가혹행위에 대해 정신적 피해까지 인정한 의미가 큰 판결"이라고 밝혔다.
다만 "위자료 산정 기준과 관련해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단순 구금 일수에 따라 위자료 금액을 기계적으로 판단한 것 같다"면서 "정신적 피해와 관련해 배상 기준이 제대로 정해지지 않은 것 같아 추후 법제화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다른 지역에서 유사한 손해배상 인정 판결과 관련해 법무부는 이미 항소했다. 이번 대구지법 1심 판결에 대해서는 항소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 일부 유공자는 위자료 금액이 적다며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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