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교사로서 미안합니다", "혼자 감당하기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니 너무 미안합니다"
대구시교육청 앞 광장에 24일 검은 근조 리본과 화환, 포스트잇이 가득찼다. 학부형들로부터 갑질에 시달리다 지난 18일 교실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1학년 담임 신입 교사 고(故) A(23)씨를 추모하는 대구지역 분향소다.
대구경북 현직 교사들과 학생들, 학부형들이 줄을 서서 분향소에 국화꽃을 헌화했다. 분향소를 빼곡히 채운 포스트잇은 수백장에 이른다. "미안하다"는 추모 문구가 곳곳에 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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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한 중학생이 숨진 서이초 교사의 명복을 비는 포스트잇을 썼다.(2023.7.2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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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를 비롯해 경북 영천과 구미, 안동 등에서 현직 중·고등학교, 초등학교 교사들이 검은 옷을 입고 분향소를 찾았다. 이들은 기자를 붙잡고 고인이 겪었을 비슷한 자신의 '갑질 민원' 사례를 고발했다.
2년차 경북 초등학교 교사는 "학생들끼리 제가 없는 곳에서 장난치다 유리창을 깼다. 학부모에게 전화하니 '선생님 책임이다. 왜 유리창을 깨지게 만들었냐'고 하더라. 오히려 내가 사과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사는 "학생 약 먹을 시간을 나보고 챙기라고 말해서 황당했던 적이 있다"면서 "약 때를 놓쳐서 한 소리 들었다. 내가 의사, 간호사도 아닌데 아픈 것도 나보고 책임 지라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원을 완전히 분리하고 교사 노동권을 보장할 수 있는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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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백장의 포스트잇과 국화꽃(2023.7.2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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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학업에 대한 것 뿐 아니라 학생의 생활 등 모든 부분을 교사에게 책임 전가하고 있다"고 했다.
이보미(34) 대구교사노동조합 위원장은 "교육 현장의 곪은 문제가 이제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학교 현장 민원은 오직 교사 혼자 감당해야 할 몫이 됐다"며 "그 탓에 민원은 갑질이 됐다. 듣지도 보지도 못한 다양한 갑질이 민원이라는 이름으로 교사들에게 쏟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 보호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면서 "사실상 부재에 가깝다. 교사들은 소송과 괴롭힘에 시달리고 있지만 교사는 방치됐다. 때문에 이런 안타까운 일이 터진 것"이라고 했다.
이번 사태가 학생인권조례, 진보교육감 탓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생뚱맞은 지적"이라며 "학생인권과 교권은 상충하는 개념이 아니다. 이번 사건을 정치적으로 해선해선 안된다"고 경계했다. 그러면서 "우리 목소리를 전달하고 대안을 공유할 공개적인 자리가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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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은희 대구시교육감도 분향소를 찾아 헌화했다.(2023.7.2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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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희 대구시교육감도 이날 대구교육청 앞 분향소를 찾아 헌화하고 묵념했다.
강 교육감은 "이번 사태에 대해 같은 교육 가족으로서 참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며 "이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현장 교사들의 의견을 모아 대책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대구교사노조는 오는 29일까지 분향소를 운영한다. 서이초 교사 죽음에 분노한 교사들은 오는 9월 4일 연가·병가를 내고 휴업 등 단체행동을 예고했다. 대구에서도 많은 교사들이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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