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온실가스 감축 예산' 6,267억...감축 효과·분석은 없어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 입력 2023.12.14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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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분석·목표 담은 '온실가스 감축 인지 예산서' 미작성
정부 포함 서울·부산 등 지자체 11곳 시행, 대구 하세월
조례 만들어 놓고도 상위 법 '핑계'..."개정안 통과돼야"
환경단체 "탄소중립? 사업 내용조차 알 수 없어, 즉각 시행"


6,267억원. 대구시(시장 홍준표)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책정한 내년도 예산의 총합이다.

내년 일반회계의 7.5%나 된다. 하지만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실제로 지역 온실가스를 얼마나 줄였는지, 어떤 효과를 거뒀는지 분석하는 '온실가스 감축 인지 예산서'는 작성하지 않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 인지예산 작성하라" 피켓팅(2023.12.13)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온실가스 감축 인지예산 작성하라" 피켓팅(2023.12.13)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대구환경운동연합, 대구녹색소비자연대, 생명평화아시아 등 모두 18개 단체가 참여하는 '대구기후위기비상행동'이 지난 13일 발표한 '2024년 대구시 예산안 대비 온실가스 감축예산'은 각 실국별 대구시 일반회계 예산 8조3,450억원의 7.5%인 6,267억원이다. 다만 대구시는 온실가스 감축 관련 예산을 따로 분석하지 않아 총합이 얼마인지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사업과 예산이 각 부서에 산발적으로 퍼져있어 성과나 효과, 목표를 한번에 들여다보고 분석하기 힘들다.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들은 국자가 추진하는 사업들이 환경에 미칠 영향을 미리 분석하고 이후 효과를 분석하는 '온실가스 감축 인지 예산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사업 각각에 대한 예산이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데 쓰이는지, 배출하는 데 쓰이는지 평가한다. 기후위기 대비를 위해 시행 사업 전반에 대해 온실가스 감축을 염두하고 진행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현행 법이 이를 뒷받침한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제24조)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예산과 기금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재정 운영에 반영하는 온실가스 감축 인지 예산제도를 실시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정부도 이에 발맞춰 지난 2021년 6월 '국가재정법'을 개정해 온실가스 감축 인지 예·결산제도를 도입했다. '국가재정법'(제27조1항)은 '정부는 예산이 온실가스 감축에 미칠 영향을 미리 분석한 온실가스 감축인지 예산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같은 조 제2항은 '온실가스 감축 인지 예산서에는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기대효과, 성과목표, 효과분석 등을 포함해야 한다'고 돼 있다.

정부 역시 온실가스 감축 인지 예산서를 작성했다. 기획재정부(장관 추경호)는 지난 9월 '2023년도 온실가스 감축 인지 예산서·기금운용계획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환경부, 교육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13개 정부 부처가 관련 사업 예산서를 제출했다. 모두 288개 사업, 11조8,828억원 규모다.

하지만 나라살림연구소는 지난 10월 18일 '2024년 중앙정부 예산 예산서 분석 보고서'에서 "온실가스 감축 인지 예산서는 2023년에 이어 2024년도에 감축 사업만 평가하고, 배출 사업은 평가하지 않았다"며 "정부 지출이 온실가스 감축·배출에 미치는 영향을 총체적으로 제시하는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내년도 대구시 예산안에 "기후위기 대응"이라고 적힌 스티커를 붙이는 퍼포먼스(2023.12.13)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내년도 대구시 예산안에 "기후위기 대응"이라고 적힌 스티커를 붙이는 퍼포먼스(2023.12.13)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대구시의 상황은 더 나쁘다. '온실가스 감축 인지 예산서' 자체가 없어 효과와 분석은 하세월이다.

지난해 6월 대구시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조례'를 제정했다. 조례(제15조)에 따르면, '시장은 예산과 기금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시의 재정 운용에 반영하는 온실가스 감축인지 예산제도를 실시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조례를 만들고도 대구시는 시행하지 않고 있다. 대구시는 상위 법 미비를 탓했다. '지방재정법'상 지자체가 온실가스 감축인지 예산제도를 시행해야 한다는 조항이 없어 시행할 근거가 없다는 주장이다.

허종정 대구시 기후환경정책과장은 "온실가스 감축인지 예산제 도입을 내용으로 하는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면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조례가 제정돼 있어도 지방재정법이 개정돼야 지자체 예산서를 지방의회에 넘길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다"고 밝혔다. 이어 "법이 개정되면 환경부에서 가이드라인이나 매뉴얼이 내려올 것"이라며 "법 개정 즉시 시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지자체 온실가스 감축인지 예산제도 도입을 내용으로 하는 '지방재정법' 개정안 3건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계류 중이다. 개정안이 통과돼야 예산서를 시행하겠다는 게 대구시 입장이다.

반면 서울, 부산, 경기, 경남, 충남, 전북, 전남 등 7개 광역단체, 서울 은평구와 강북구, 경기 광명시, 전북 전시 등 4개 기초단체 등 11개 지자체는 해당 예산서를 시행 중이다. 8곳은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의 온실가스 감축 인지 예산제 시범사업 지역이고 나머지 3곳은 자체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2024년 온실가스 감축인지 예산서 작성 촉구 기자회견' (2023.12.13. 대구시청 동인청사)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2024년 온실가스 감축인지 예산서 작성 촉구 기자회견' (2023.12.13. 대구시청 동인청사)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이와 관련해 환경단체는 대구시를 향해 온실가스 감축 인지 예산 제도 시행을 촉구했다. '대구기후위기비상행동'은 지난 13일 대구시청 동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시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제정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조례에 온실가스 감축인지 예산제도를 시행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는데도,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면서 "내년도 예산안에 이를 반영하라"고 촉구했다.

비상행동은 "대구시는 지난해 12월 탄소중립을 위한 8대 핵심과제를 내놨지만, 내년도 예산에는 어떤 사업이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배출하는지 별도로 분석하지 않았다"면서 "탄소중립 사업이 어떤 예산으로 편성됐는지, 비율은 얼마인지, 탄소 감축을 할 수 있는 사업인지 전혀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왼쪽부터) 정유진 대구기후위기비상행동 집행위원, 황순규 진보당 대구시당위원장(2023.12.13)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왼쪽부터) 정유진 대구기후위기비상행동 집행위원, 황순규 진보당 대구시당위원장(2023.12.13)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정유진 대구기후위기비상행동 집행위원은 "대구시가 내년도에 추진하는 사업들에 대해 온실가스 배출·감축 여부를 분류해봤다"면서 "시는 도로기반 확충에만 2,000억원을 투입하고, 금호강 개발사업 등 대규모 토건 사업에 많은 예산이 책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황순규 진보당 대구시당위원장은 "지금의 예산 체계로는 기후위기 극복은 고사하고 지연시키지도 못할 정도"라며 "폭염과 기상이변으로 인한 고통을 감내하라고 할 것이 아니라면 달라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구시는 말로만 탄소중립이라 하지 말고, 실질적인 대책과 그 바탕이 될 온실가스 감축 인지 예산서 작성부터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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