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정치와 행정, 시민 삶의 중심지로 기능한 대구 중구의 기록들을 담은 사진전이 봉산문화회관에서 열리고 있다.
경상도를 관할하는 경상감영이 1601년 중구 포정동에 설치된 뒤, 1736년 경상감영을 중심으로 대구읍성이 지어졌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대구군수였던 박중양(1874~1959)은 일본인들 요구에 따라 1906년 10월 대구읍성을 철거했다. 대구읍성이 있던 터는 길이 돼 현재의 동성로-서성로-남성로-북성로가 됐다.
일제로부터 해방된 이후에도 정국은 혼란했다.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으로 이승만 독재정권의 불의에 맞서 싸우기 시작했다. 대구역 앞 광장은 사람들이 모여 각종 행사와 집회를 여는 장소였고, 중앙로는 민주화를 부르짖으며 시위를 벌이던 거리였다.
1960년 2월 28일 자유당에 맞서 "학원의 자유를 달라"는 구호를 외치며 중앙로에서 경북도청으로 진입하는 학생들, 이어진 4.19혁명으로 시민들이 대구역 광장에 모여 "이승만 대통령 하야"를 외치는 모습 등이 사진에 담겼다.
중구는 대구경북의 공공기관들이 모인 '행정 중심지'기도 했다. 1960년대에는 경북도청과 도 경찰국, 법원, 병무청, 국세청 등 관공서가 밀집해 있었다. 중구 동인동에는 대구시청, 포정동에는 경북도청, 공평동에는 대구지방법원, 문화동에는 대구지방국세청, 삼덕동에는 대구교도소가 있었다.
전시장을 찾은 시민들은 사진을 보며 옛 추억에 잠겼다. 장발 단속을 하는 모습, 길거리 음식을 파는 서문시장의 상인들, 어린 시절 나들이 장소였던 달성공원, 대구역 입영열차에 탄 아들을 보내는 부모님을 담은 사진을 보면서, "그땐 그랬지"라고 말하며 그 시절을 회상하기도 했다.
중구청·중구도심문화재단(청장 겸 이사장 류규하)은 지난 16일부터 오는 2월 3일까지 봉산문화회관에서 '사진으로 보는 중구 100년'을 주제로 사진전을 열고 있다.
'북성로 도시재생뉴딜사업'의 일환으로 열린 사진전은 근대화 시기인 189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100년간 중구 곳곳의 역사적 장소와 건축물, 거리 풍경, 생활상 등을 담은 사진 4,000여점을 수집해 이중 200여점을 전시했다. 지난 16일부터 현재까지 250여명이 전시를 관람했다.
전시는 7개 주제로 이뤄졌다. ▲경상감영, 대구읍성 등 근대화 시기 건축물과 일제강점기 모습을 나타낸 '해방 전' ▲정치적 집회의 장이었던 대구역 광장과 2.28민주운동의 집결지 중앙로 등을 보여주는 '정치와 광장' ▲경북도청, 대구교도소 등 옛 공공기관의 모습을 담은 '관공서' ▲대구역과 동성로, 반월당 네거리 풍경을 담은 '대구역과 도로' ▲시대 변화에 따른 학교와 학생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교육' ▲서문시장, 달성공원 등 서민들의 당시 생활상을 담은 '생활과 문화' ▲고층 건물이 들어서기 전 대구 도심을 찍은 '시가지 풍경' 등이다.
옥동철 중구도심문화재단 북성로문화지원팀장은 "사진전은 중구의 역사와 문화를 되돌아보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며 "전시를 찾은 시민들이 그 시절을 이야기하며 추억을 많이 느끼고 간다"고 밝혔다. 이어 "지역 역사와 문화를 깊이 이해하고, 중구의 미래를 새롭게 그려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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