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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 대구 항쟁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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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특별기고] 김균식(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경상·강원지부장)


오월이 왔다. 어김없이 찾아온 오월 앞에서 80년 오월 대구의 풍경 속으로 들어간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다시는 마주하기 싫은 국가권력의 무지막지한 폭력 앞에서 그냥 무너져버린 내 꼬락서니에 말 못할 분노와 절망에 빠져 술로 하루를 보내곤 했다. 또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라는 광주민중항쟁과 피투성이로 산화해 가신 5월 영령들 앞에서 '살아남은 자'로써의 부채감에 중력 잃은 바람처럼 헤매이기도 하였다.

모든 것은 때와 인연이 있다고 했던가? 43년이란 긴 시간이 흐르고 흐른 2023년 5월 초입. 우연과 필연의 선율에 실린 것 같은 애닯은 소쩍새와 드리밍하는 듯한 쏙독새 울음소리가 선방의 죽비처럼 어깨를 내리치고선, 43년전 80년 5월 대구의 풍경 속으로 걸어들어가 그날 그때의 그 당당한 투쟁과 혹독했던 고통을 제대로 호출해 광주.전남의 5.18이 아닌 대구의 5.18 역사를 새롭게 기술하라는 명령을 엄숙하게 내리네. 그동안 지나치거나 묻어두었던 불편한 진실을 날것 그대로 드러내라고.
 
사진 출처. 5.18 민중항쟁기념 40주년 사진전(2020.5.18 대구2.28기념중앙공원. 사진 제공: 매일신문)
사진 출처. 5.18 민중항쟁기념 40주년 사진전(2020.5.18 대구2.28기념중앙공원. 사진 제공: 매일신문)

그리하여 이하에서는 본인이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 전문위원과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경상.강원지부장으로 활동하면서 알게 된 사실과 새롭게 발견된 정보에 근거한 의미 있는 정리와 해석을 통해, 그동안 왜곡된 채 묻어둔 대구의 5월과 그 역사적 의미를 지역운동의 관점으로 확장시킬 뿐만 아니라 43년전에 일어났던 그때 그날의 뜨거운 함성을 작금의 시점에서 기억하고 잊지않기를 아니 실천적으로 이어받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하나 둘 떠나가는 그날의 당신들과 아직도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고통에 지쳐 있는 유족들 및 최근에 새롭게 발굴되고 다시금 확인, 검증의 시간을 갖게 될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되움이 되고자 소망하는 바이다.

앞으로의 기술 순서는 아래와 같이 진행하고자 한다.
1)전두환 외 반란군부에 맞서 민주주의와 자유를 지키고자 용기있는 실천을 하였던 아름다운 청춘들의 행적 속으로 걸어들어간다.
2)국가권력이 자행한 반인권적 범죄행위에 따른 5.18유공자들의 고통의 현장을 찾아나서 그 민낯과 속스린 대면을 한다.
3)국가폭력의 현장에서 저질러진 가혹행위를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그 참담함을 공개해 민주주의와 인권의 역사에 작은 밑거름이라도 되기를 간절히 희망하는 바이다.
 
80년 5월 대구의 역사 속으로
 
박정희의 죽음으로부터 도래한 민주화 열기는 대구에서도 야만의 감시와 통제에서 벗어난 대학가에서 그 바람이 일어나기 시작하여 수많은 학생들과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에 힘입은  거대한 파도가 물결을 형성해 전두환 외 반란군부와의 일전을 준비한다.

권력장악에 미친 전두환 외 반란군부에 맞서 민주정부 수립과 민주주의 쟁취라는 깃발 아래 각 대학에 맞는 투쟁을 진행하던 학생들은 공청회, 토론회, 초청강연, 문화행사, 농성, 가두시위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학내에서의 민주화 열기를 고조시키면서 대중적 힘을 획득한다. 학생운동은 민주화 일정을 진행하지 않은 채 자신들만의 권력장악을 위한 집권 프로그램을 진행시키는 전두환 외 반란군부와 신현확 등의 유신 잔재세력과의 연합, 미국의 암묵적 동의에 딴지를 걸기 위해 대학 문을 뛰어넘어 직접 거리로 나아가 민주정부 수립이라는 정치민주화 요구를 시민들에게 호소하며 함께 할 것을 요청한다.
 
사진 출처. 5.18 민중항쟁기념 40주년 사진전(2020.5.18 대구2.28기념중앙공원. 사진 제공: 매일신문)
사진 출처. 5.18 민중항쟁기념 40주년 사진전(2020.5.18 대구2.28기념중앙공원. 사진 제공: 매일신문)

4.19혁명 20주년을 계기로 대정부 투쟁을 고조시켜온 학생운동 지도부는 정치 상황을 분석할 뿐만 아니라 3개 대학(경북대,계명대,영남대) 복학생협의회를 구성하여 투쟁 일정이나 방법 등을 조율하며 "계엄철폐" "유신잔재 세력 퇴진"을 위한 깃발을 올리고 그 실천에 돌입해 연일 가두시위에 나서며 경찰과의 신경전을 포함한 마찰을 이어갔다. 특히 계명대학교는 긴급조치때부터 전투적 시위로 그 명성을 알리기도 했지만 80년 5월 11,12,13 학내외 시위로 경찰과 해병대로 추정되는 군병력에게 커다란 타격을 입혔다.

그런 가운데 대구지역 노동현장도 그 수준은 낮았지만 임금 인상과 노동조건 개선투쟁에 나서서 쌍마섬유, 한일섬유, 중앙섬유, 아시아공업, 동명산업, 한철 등에 노동조합이 결성되고 노동조건 개선투쟁이 전개되어 지역 노동현장에 민주화 바람이 일어난다.(한국민주노동자연합,1994.10.2) 즉 시대에 눈 뜬 노동자들의 피어린 자각이 시작된 것이다.

대구 5월투쟁의 분수령이자 정점이 일어나고 광주 밖 5.18 진압의 현장이 대구에서 실험적으로 진행된다.

한편에서는 어마어마한 시위대열이 대구 시내를 장악한 채 벌어지나 제대로 된 진행이 무산되어 광주 고립을 예견할 수 있는 대탄압의 서막이 대구에서 전국에서 최초로 시험되었다고 주장한다. 아래에서 그 구체적 사실을 적시한다. 즉 또다른 곳인 대구의 군부대인 50사단 연병장과 향토관( 일명 진격관) 에서는 충정훈련을 받은 젊은 군인들과 합수부 요원들에 의한 복수놀이와 천인공노할 매타작에 의한 악의 평범성이,국가폭력의 민낯이 전개된다.

#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써 존엄과 가치를 지니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

헌법에 표현된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몸바쳐 뜨겁게 뜨겁게 투쟁하였던 그날의 벅찬 감정과 장면들이 대구지역의 유구한 민족.민주.통일운동의 전통과 자부심으로 제대로 자리잡기를 바라며 대구 5월투쟁의 정점이자 5.18민주화운동의 맹아적 모습을 대구에서 실험한 것 같은 전두환 외 반란군부의 5월 14일의 대구투쟁 진압과 관련한 그동안 공개되지 않은 국가기록원, 국방부 과거사 진상규명위원회 자료 등을 소개하면서 그날의 투쟁의 소용돌이와 국가의 야만성을 보여주는 국가폭력의 몇 장면을 소환해 그 아수라장의 끔찍함을 지적하며 이 글을 마무리 한다.
 
사진 출처. 5.18 민중항쟁기념 40주년 사진전(2020.5.18 대구2.28기념중앙공원. 사진 제공: 매일신문)
사진 출처. 5.18 민중항쟁기념 40주년 사진전(2020.5.18 대구2.28기념중앙공원. 사진 제공: 매일신문)
사진 출처. 5.18 민중항쟁기념 40주년 사진전(2020.5.18 대구2.28기념중앙공원. 사진 제공: 매일신문)
사진 출처. 5.18 민중항쟁기념 40주년 사진전(2020.5.18 대구2.28기념중앙공원. 사진 제공: 매일신문)
3개 대학( 경북대.계명대.영남대) 복학생협의회의 조율에 따른 연합 시위로 대시민 호소로 민주정부와 전두환 외 반란군부에 대한 정치적 타격을 위한 80년 5월 14일 투쟁의 가두 진출 첫테이프는 역시 계명대가 가볍게 경찰과의 마찰을 건너뛰고 오후 3시경에 대구백화점까지 진출해 연좌농성을 벌였으나 타대학이 오기도 전에 경찰과 군 병력으로 추정되는 집단에 의해 여태까지는 확연히 다른 토끼몰이식 진압에 의해 시위 지도부 일부가 체포되어 군부대(50사단) 넘겨지고 인간 존엄성과 자존감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 보이지 않는 큰 상처를 안기는 국가폭력의 민낯 앞에 대면해 인간으로서의 참담함과 공포감 앞에서 전율한다.

이후 경북대 시위대 7,000여명이 경찰과의 몇차례 공방전 끝에 시내로 진출하였으나 계명대 2차 시위대 5,000여명이 구속학생 석방을 요구하는 남부경찰서 포위 투쟁과도 제대로 결합하지 못한 채 학교로 돌아가 버려 큰 낭패한다. 또 영남대 1만2,000여명의 어마무시한 정말 장관이었던 시위대는 경산 캠퍼스를 출발해 몇차례 경찰과 밀고 당기는 공방은 있었지만 끝내 경찰의 진압을 돌파했다. 하나 이 시위대도 3개대 연합 시위는 성사시키지 못하고 2.28기념탑에서 약식 대회후 대명동 캠퍼스로 들어가 버린다.

참으로 두고 두고 땅을 치는 연합 시위와 대시민 국민대회의 꿈이 무산되어 버린 채 전두환 외 반란군부의 집권 플랜에 일조하는 기회를 줘버린다.공동투쟁과 긴밀한 연대의 성취로 전민중적 국민대회가 열려 광주의 "민족민주성회"와는 다르지만 사회민주화 투쟁의 횃불이 솟아오르지 못함을 두고 후회막급일 뿐이다. 결국 광주를 고립시키고 전두환 외 반란군부의 광주민중항쟁 진압에 일조한 부채감을 두고 두고 갖게 한다.

이에 따라 계명대 시위대는 2차례에 걸친 실패와 연합시위 무산에 따른 울분과 분노에 더욱 더 격렬할 수 밖에 없었다. 경찰과 전투경찰에 대한,중앙.삼덕.신대봉파출소 타격 및 투석, 경찰버스.호송버스 타격 및 방화 등의 게릴라식 투쟁을 타대학 학생,청년,노동자,일반시민 등과 함께 밤늦게까지, 그리고 시내 전역을 누비며 전개한다.(이는 고등군법회의판결문과 국가기록원 계엄사후보고 자료 중 50사단 연행학생 자료,경북 계엄분소 소요자 검거 현황,학교 지역별 소요현황,서울중앙지검자료 등). 이로 인해 계명대학교에 대해서는 5월 15일 새벽에 전국 최초로 휴교령이 내려진다. 그리고 최포된 계명대생들의 형법상 중죄에 의한#대구폭도#라는 꼬리표의 소요죄가 붙는다.
 
사진 출처. 5.18 민중항쟁기념 40주년 사진전(2020.5.18 대구2.28기념중앙공원. 사진 제공: 매일신문)
사진 출처. 5.18 민중항쟁기념 40주년 사진전(2020.5.18 대구2.28기념중앙공원. 사진 제공: 매일신문)

그리고 대구 5월투쟁의 어마무시한 현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제대로 된 복기가 진행되지 못한 점은 참 아쉬운 일이었다.요즘 같으면 생각지도 못하겠지만.

이제 이 글의 논점 중 가장 첨예한 주장이다. 전두환 외 반란군부가 80년 5월 14,15일의 대구 상황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그때와 관련 비밀 문건을 비롯한 관련자들에 대한 파악,5.18조사위의 입장 등 5.18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관한 중요한 과제로 떠오를 수 밖에 없다.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제기되는 지점으로 국가폭력이라는 반인권적 중대범죄행위가, 즉 참혹하고 무자비하였던 국가 공권력의 만행을 기억할 뿐만 아니라 "반성 없는 역사는 미래가 없다"는 교훈이 지금 이 시기에 4,16과 10.29 그리고 지하철 참사같은 사회적 참사의 얼굴 위에 오버랩되는 생각은 본인의 오버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80년 5월 14일 오후 6시경부터 구50사단 연병장과 향토관(일명 진격관)에서 자행된 젊은 군인들과 국가 공권력인 합수부 요원들에 의한 천인공로할 만행이 날뛰었던 광경을 생각하면 43년이 지난 지금도 치가 떨리고 소름이 온몸에 돋아난다.그리고 이후 예비금속으로 잡혀 들어와 겪게 되는 관련자들의 진술을 조각 조각 맞추어 보면 상상을 초월 한다.그리고 50사단 헌병대 영창에서 헌병들에 의해 저질러진중대한 인권침해도 5월 15일부터 2군사령부 5관구 헌병대로 이송될 때까지 지속 되었으니 말이다.
 
사진 출처. 5.18 민중항쟁기념 40주년 사진전(2020.5.18 대구2.28기념중앙공원. 사진 제공: 매일신문
사진 출처. 5.18 민중항쟁기념 40주년 사진전(2020.5.18 대구2.28기념중앙공원. 사진 제공: 매일신문

그리고 국가기록원 계엄사후보고 자료에 나오는 민간인 56명, 계명전문 8명, 한사대 4명, 영진공전 3명, 영남전문 5명, 경주대 2명, 경북공전 2명, 대구보건전문 4명, 대구공전1명 등은 본 필자가 가장 최근에 접한 자료여서 어깨가 더욱 무거워지기도 하고 이분들에 대한 해결책에 가슴이 답답해 지기도 하다.

이와 같이 대구지역에서 일어난 국가공권력에 의한 이같은 범죄행위를 이제야 알고 부끄럽기도 하지만 늦었더라도 내 남은 인생의 과제로 생각하고 그 해결책 찾기에 용기와 결기를 다진다.

마지막으로 50사단 연병장에 도착해 착검된 총과 적당한 간격으로 도열한 군인들,그리고 탱크들로 생각되는 무시무시한 분위기에 술 냄새인지 진짜 묘한 냄새 풍기며 다가와 "대가라 박고 고개 들지마"라는 어린 군인들의 춤추는 곤봉, 내리쳐지는 개머리판, 팔이고 등이고 허리고 허벽지고 온몸을 마구잡이로 때리는 이들의 분풀이 내지 복수놀이 항의하다 기절했던 기억과 깨어일어나 침 흘리며 게슴츠레 눈을 떠니 가슴 씀떡한 웃음 띄며 다가와선 "너가 김균식이야" 라던 이름 모르는 악마들, 앞에서 조금 언급했던 50사단 헌병 근무자 중 신병들의 모욕적인 폭언과 조롱, 매일 반복되는 기합과 얼차려를 포함한 비열한 짓거리에 욕이 절로 돋아난다.

끝으로 국가라는 이름하에서저질러진 공권력의 범죄행위가 완전히 제발 조금이라도 빨리 사라지기를 소망 또 소망해 본다. 현 정권의 말도 안되는, 어이 없는, 기가 차는 짓거리를 하루 빨리 볼 수 없는 해결책 찾기를 고민하면서, 다시금 '민주주의'와 '민족 주권-자주'라는 단어가 고리타분하거나 지나간 논리가 아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진정으로 밝고 맑은 모습의 5월 하늘이, 국가폭력과 악의 평범성이 이 사회에 자리잡지 못하는 그런 세상을 위해 다시금 결연한 자세와 꿈을 밀고 나가는 설레임의 가치를 믿어본다.

[5.18 특별기고]
김균식 /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경상·강원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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