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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닫힌 동네병원 앞 허탈한 환자들 "무책임"...대구 의사 5백여명 '집단 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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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 반대' 의협 18일 집단 휴진
대구 개원의·의대 교수 등 500여명
상급종합병원, 개원병원 참여율 저조
병원 앞 발 돌린 환자들 "당황, 불편"
시민단체 "정부 무능.의협 기득권"
"생명 위협, 명분 없는 휴진 철회"
대구시, 평일 연장 진료·모니터링

불 꺼지고 문 닫힌 병원 앞에서 환자들이 허탈해하며 발걸음을 돌렸다.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하며 전국 의사들이 집단 휴진에 들어간 18일 첫날 대구 한 동네병원 모습이다. 

현장에서는 당장 "당황스럽다", "불편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동네병원을 가기 전에 전화를 해보기도 하고, 이웃에게 영업을 하는지 묻기도 한다. 

거친 말을 하는 시민들도 있다. "아무리 그래도 환자 생명을 담보로 의사들이 이래도 되냐"는 것이다. 한 사람이 목소리를 높이자 다른 이들도 동참한다.  

"6월 18일은 오전진료만 합니다. 19일부터는 정상 진료합니다" 대구 달서구 한 병원에 붙은 안내문(2024.6.18)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 대구 달서구 감삼동 한 병원 앞은 18일 오후 문이 닫힌 채 "오늘은 오전 진료만 합니다. 19일부터는 정상 진료합니다" 안내문이  붙었다. 같은 건물 다른 병원 2곳 모두 "오전 진료, 오후 휴진" 문구가 붙어 있었다.

휴진을 하는지 모르고 병원을 찾은 박모(30)씨는 "피부 트러블 때문에 병원에 왔는데, 불도 꺼져 있고 휴진한다는 안내문만 붙어 있으니 당황스러웠다"며 "의정 갈등이 얼른 해결돼야 시민들도 이런 불편함을 겪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모(70)씨도 "의사가 없으니 불편하다"며 "서로가 협조해서 타협점을 마련해야 하는데, 서로 고집을 부리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정부도 2,000명 증원에서 1,500명으로 양보했는데, 의사들도 양보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휴진 중인 병원을 찾은 한 시민이 안내문을 보고 있다(2024.6.18)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휴진 중인 병원을 찾은 한 시민이 안내문을 보고 있다(2024.6.18)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 대한의사협회가 윤석열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해 '원점 재검토'를 촉구하며 18일 하루 집단 휴진에 나섰다. 대구에서도 개원의, 의대 교수 등 500여명의 의사들이 이날 휴진에 들어갔다.

보건복지부(장관 조규홍)에 따르면, 18일 휴진을 사전 신고한 의료기관은 전국 1,463개소로 전체 명령대상 의료기관의 4.02%였다. 대구지역의 경우 2,041곳 중 1.67%인 34곳에 그쳤다.

대구지역 개원의, 의대 교수 등 500여명은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의료농단 저지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날 하루 휴진하고 서울로 상경했다.

대구시의사회 관계자는 "정확한 규모 파악은 힘들지만, 대구시의사회 회원 500여명 정도가 서울 궐기대회에 참석하는 것 같다"며 "업무개시명령으로 오전에는 진료를 하고, 오후에 서울로 올라가는 회원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 의사들의 집단휴진에도 불구하고 대구 5개 상급종합병원은 '정상 진료'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대구지역 5개 상급종합병원(경북대병원, 영남대병원, 계명대 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칠곡경북대병원)에 18일 확인한 결과, 일부 교수들이 개별적으로 휴가를 낸 상황이지만 모두 정상 진료 중이다. 진료 차질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남대병원 혁신커뮤니케이션팀 관계자는 "개별적으로 휴가를 내는 상황이라 현황 파악은 되지 않는다"며 "교수들이 원래 진료가 없는 날일 수도 있다. 평상시와 큰 차이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계명대 동산병원 홍보팀 관계자는 "정확하게는 알 수 없지만 대략 20% 정도의 교수들이 휴가를 쓴 것으로 파악했다"며 "수술 등 중요한 사유가 아닌 일정은 미룬 것으로 알고 있다. 진료 차질은 없다"고 밝혔다.

◆ 지역 시민단체와 노동계는 의사들의 집단휴진이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판하며 "휴진 철회"를 촉구했다.

'의사 집단휴진 철회 촉구 기자회견'(2024.6.18. 대구2.28중앙기념공원)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의사 집단휴진 철회 촉구 기자회견'(2024.6.18. 대구2.28중앙기념공원)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우리복지시민연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대경지부 등 24개 시민사회단체·노동계는 18일 오전 2.28기념중앙공원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의사 집단휴진을 철회하고, 공공의료를 확충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국민의 절대다수가 의대 증원에 찬성하고 있고, 집단행동에 반대하고 있다"며 "의사들은 모든 국민이 다 아는 기득권 지키기를 내려놓고 집단휴진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정부를 향해서도 "의대 정원 수에만 매몰돼 지금의 사태를 불러온 정부는 공공의사 양성과 복무 방안 등 지역·필수·공공의료 확충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4개월 가까이 의료대란을 버텨온 환자들이 생명을 포기하지 않도록 국민의 생명을 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왼쪽부터)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 조중래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경북대병원분회장(2024.6.18)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왼쪽부터)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 조중래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경북대병원분회장(2024.6.18)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의사들의 집단휴진은 대한민국의 보건의료가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것을 절실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이 사태의 근본적 원인은 윤석열 정부의 무능과 불통, 의료계의 기득권 지키기 싸움일 뿐"이라고 규탄했다.

조중래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경북대병원분회장은 "대구지역 상급종합병원에서도 집단 휴진에 참여하는 교수들이 있다"며 "규모는 크지 않지만 환자들의 피해는 크다"고 밝혔다. 이어 "지역 의사 부족, 필수 진료과 부족, 공공의료 부족에 대한 대책을 정부에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 수 증원만을 반대하는 의사들은 국민 지지를 받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 대구시는 지역 병의원의 진료 여부를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등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

김흥준 대구시 보건의료정책과장은 "휴진율에 대해서는 답변할 수 없다"며 "현재 휴진 규모를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진료 공백 최소화를 위해 오늘부터 구.군 보건소나 대구의료원에서 평일 연장 진료를 시행하고 있다"며 "휴진율 30% 미만일 때는 현재 조치대로 진행하고, 그 이상일 경우 연장 진료를 더 확대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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