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권 4개 대학, '의대 정원 2배' 신청...학생들은 동맹휴학, 교수들은 취소소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북대·영남대·계명대·대가대 '360명 증원'
전국 40곳 3,401명 신청...정부 배정 논의
진료거부 전공의에 행정처분 사전통지서
영남대의대교수회 "혼란 자처, 중단" 규탄
대구권의대학생연합 "증원반대" 호소문
휴학과 수업 거부로 학사 일정 연기돼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정문(2024.3.6)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정문(2024.3.6)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대구권 4개 대학이 각자 의과대학 정원을 2배 이상 늘려달라고 정부에 신청했다. 

경북대학교를 포함해 영남대학교와 계명대학교, 대구가톨릭대학교 등 대구권역 4개 대학에 6일 확인한 결과, 경북대는 의대 현재 정원 110명에서 250명으로 140명 증원을 신청했다. 영남대는 현재 76명에서 152명으로 76명, 계명대는 현재 76명에서 최소 180명에서 최대 200명까지 2~3배, 대구가톨릭대는 현재 40명에서 80명으로 40명 증원을 신청했다.

최소 360명에서 최대 380명까지 대구경북지역의 의대 학생 정원을 늘려달라는 요구다. 

대학들은 "대구경북지역의 부족한 의사 수로 인한 의료 공백을 줄이기 위해 의대 정원을 증원해야 한다"며  "증원 기회가 적기 때문에 이번에 최소한 기존 정원의 2배 이상을 증원 요청했다"고 입을 모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도 제11회 국무회의를 주재했다.(2024.3.6) /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도 제11회 국무회의를 주재했다.(2024.3.6) / 사진.대통령실

모두 윤석열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2,000명 증원' 방침에 따른 것이다.  교육부(장관 이주호)는 지난 2월 22일부터 3월 4일까지 '2025학년도 의과대학 정원 신청'을 받았다. 전국의 40개 대학교가 현재 의대 정원보다 3,401명을 증원해달라고 신청했다. 정부의 '2천명 증원' 예상을 웃도는 수치다.  

정부는 대학이 제출한 수요와 지역, 필수의료 지원 필요성, 소규모 의과대학의 교육역량 강화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원을 배정한다. 복지부와 교육부, 의료계 전문가들로 이뤄진 위원회를 꾸려 대학별 정원 신청 결과를 비교한 뒤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대구경북을 포함해 전국 전공의들의 집단사직, 진료거부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의대를 증원한다.  집단행동에 나선 의사들에 대한 강경 대응도 이어간다.  정부는 지난 5일부터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하고 근무지를 이탈한 전국 전공의 7,000여명에게 면허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위한 사전통지서를 발송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6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해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하는 불법적인 집단행동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국민들에게 위험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부처가 힘을 모아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의대 정원 졸속 확대, 의료체계 붕괴된다"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의사들의 피켓팅(2023.12.16) / 사진.대한의사협회
"의대 정원 졸속 확대, 의료체계 붕괴된다"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의사들의 피켓팅(2023.12.16) / 사진.대한의사협회

의대 교수들과 학생들은 여전히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 33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는 지난 5일 법원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이주호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의대 증원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영남대학교 의과대학교수협의회(의장 배정민)는 이날 성명을 내고 "정부는 2천명의 의대생을 증원하고자 1만5천여명의 전공의를 의료현장에서 쫓아내고, 2만여 명의 의대생들의 학습권을 빼앗았다"며 "복지부가 촉발하고 악화시킨 의료공백의 혼란한 상황에 대해 복지부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의대 증원 반대 이유를 적은 카드뉴스와 호소문(2024.3.6) / 화면 캡처. 대구권역 의과대학 연합 TF
의대 증원 반대 이유를 적은 카드뉴스와 호소문(2024.3.6) / 화면 캡처. 대구권역 의과대학 연합 TF

지역 대학생들은 사실상 동맹휴학을 벌이고 있다. 대구권 의과대학 학생들로 구성된 '대구 권역 의과대학 연합 TF'(경북대·영남대·계명대·대구가톨릭대)도 지난 1일 학교별로 호소문을 SNS에 게시해 의대 증원 신청에 대해 반대했다.

'계명대학교 의과대학 학생 일동' 명의로 올려진 호소문에는 "의과대학 교육 현장에서 일한 모든 이들은 필수의료 부족 문제가 의사 정원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적정 증원 인원이라는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

증원 반대 이유에 대해서는 "증원이 단기간에 대폭 이뤄진다면 우수한 교육과정과 시설, 실습 등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게 된다"면서 "객관적 증원 규모 추산 없이는 단 한 명의 증원 규모도 작성하지 말아달라"고 촉구했다.

영남대학교 의과대학 비상대책위원회도 "2월 20일을 기점으로 동맹휴학과 수업, 실습 거부를 선언한다"며 "지금의 정책을 강행한다면 우리가 맞이할 미래 대한민국 의료는 무너질지도 모른다"고 했다.

대학들은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하며 휴학 등 수업 거부에 나선 학생들에 대해 학사 일정 연기 등의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경북대학교 교무처 관계자는 "의대 증원에 반대하며 휴학 중인 학생들이 있어 수업 진행은 현재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학사 일정을 연기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학생들이 돌아와야 일정을 진행할 수 있는데, 언제쯤일지는 모른다"고 답변했다.

계명대학교 홍보팀 관계자는 "휴학계에 학부모와 지도교수 동의 서명이 없으면 접수 자체가 되지 않는다"면서 "학생들이 개강한 뒤 수업 거부 형태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수업이 연기된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수업 거부 인원에 대해서는 파악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계명대학교 총장님과 교수님들께 올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으로 SNS에 호소문이 게시됐다. (2024.3.1) / 화면 캡처. 대구 권역 의과대학 연합 TF 인스타그램
'계명대학교 총장님과 교수님들께 올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으로 SNS에 호소문이 게시됐다. (2024.3.1) / 화면 캡처. 대구 권역 의과대학 연합 TF 인스타그램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