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표님, 이철우 지사가 왜 모시고 왔습니까? 장관 언제 하셨죠? 문화재단 대표로 오셨는데 아직 경북 22개 시·군, 지역 문화에 대해 이해도가 떨어지시는 것 같아요. 기본 소양은 갖추셔야 하는것 아닙니까?"
경북문화재단에 대한 경북도의회의 지난 7일 행정사무감사에서 국민의힘 이춘우(영천시 제1선거구) 의원이 김재수(67) 경북문화재단 대표이사를 꾸짖었다. 다른 의원들도 행감 내내 상황은 비슷했다.
감사 동안 의원들 질의에 대해 김 대표가 제대로 답변하지 못한 탓이다. 해당 기관의 업무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아 반박하거나 해명조차 하지 못했다. 대부분 직원들이 대신 마이크를 잡고 해명에 나섰다. 그럼에도 김 대표의 답변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의원들로부터 "감사를 중단해야 한다"는 항의가 이어졌다.
행정감사 도중 피감 기관 대표의 부적절한 태도로 인해 행감이 중단되는 이례적인 일이 발생했다.
경상북도의회 문화환경위원회(위원장 이동업)는 13일 "경북문화재단(대표 김재수)에 대한 행정감사를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경북도의회 각 상임위원회가 경북도 실국과 출자출연기관들을 상대로 2024년도 행정감사를 진행하는 가운데 행정감사를 전면 중단한 것은 경북문화재단이 유일하다.
경북 예천군 호명면에 있는 '경북문화재단'은 경상북도의 출자·출연기관 중 하나다. 경북의 역사문화와 전통을 계승하고, 지역문화 예술을 진흥, 도민의 창조적인 문화활동을 지원하는게 재단 설립 목적이다.
경북도는 2019년 재단을 설립했다. '경북문화재단 설립 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매년 보조금도 지원한다. 2024년도 예산 전체 457억원 중 절반 넘는 275억원(국비 144억원·지자체 130억원)이 보조금이다.
재단 대표이사 임명 권한은 경북도지사에게 있다. 이철우 지사는 올해 초 박근혜 정부 시절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지낸 김재수 전 장관을 경북문화재단 대표이사에 임명했다. 김 대표는 3월 취임했다. 김 대표의 임기는 2024년 3월 11일부터 오는 2027년 3월 10일까지 3년이다.
◆ 김 대표는 임기 처음으로 행정감사를 받았다. 하지만 감사 내내 의원들로부터 질책이 쏟아졌다.
이춘우 의원은 "3월에 오셔서 일주일에 3일만 출근하신다. 도대체 무엇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며 "소통 부재가 심각하다. 도대체 무엇을 하시는 분이냐?"고 따졌다. 또 "이 지사가 여러 뜻이 있어 모시고 왔겠지만, 중앙부처에 아직 인맥이 있는 것이냐? 그런데도 재단이 왜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것이냐. 기본 내용에 대해 깊이가 없고, 경북도, 문화도 제대로 이해 못하시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김재수 대표는 "여러가지 인맥이 있다"며 "업무는 뭐 실속있게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경북도의 제일 큰 문제는 업무 중복인데, 문화재단은 뭘 해야 할 지도 모르고 그저 사업을 짜집기만 하고 있다"면서 "지역 이해도가 부족하고 독자적 역할도 부재하다"고 꼬집었다.
김 대표는 "그 부분(업무 중복)에 대해서 비슷한 생각"이라며 "다만 우리가 하는 업무는 문화 마인드를 넣어서 하는 것이라 다른 기관에 없는 차별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같은 당 소속 정경민(비례대표) 의원은 "대표님은 월, 화, 수 주 3일만 출근하신다"면서 "그런데 내역을 받아보니 외부강의가 많았다. 그리고 그 외부강의 대부분이 수요일이다. 그러면 수요일은 다른 날로 대체 근무를 하시는 것이냐. 유연 근무를 하시는 것이냐"고 물었다.
김 대표는 "그렇지는 않다. 보통은 수요일까지 일하는데 그래서 주로 수요일 강의를 많이 한다"고 답했다. 정 의원이 "그러면 수요일에는 저녁 강의를 하는 것이냐"고 묻자, 김 대표는 "낮에도 한다"고 덧붙였다. 정 의원은 "대표의 출근 태도와 업무 부실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 의원은 "경북문화재단 대표이사인데 강의 주제를 보면 '산림 치유' 내용이 많다"면서 "'산림 힐링', '산림 치유' 업무와 무관한 강의 활동이 많다. 김 대표 페이스북 글도 대부분 그렇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오늘 업무 보고를 봐도 행감 자료와 전혀 매칭이 안되는 내용들"이라며 "재단 대표가 재단 업무에 대한 관심이 부족해선 안되지 않냐. 근본적인 쇄신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 질타는 계속됐다. 국민의힘 박규탁 의원(비례대표) 의원은 "직제상 문화예술진흥원장이 사무처를 지휘하게 되어 있으나 실제는 달랐다"며 "직제 규정과 실제 운영이 맞지 않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1급 직원 3명 업무 분장이 불명확해 업무 혼선이 발생하는 점도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단순한 소통 문제를 넘어 조직 전체 관리가 부실하다"면서 "그 탓인지 경북문화재단 기관 청렴도가 3등급에서 5등급 최하위로 하락했다. 굉장히 우려스럽다"고 했다.
◆ 윤철남(영양군 선거구) 의원은 높은 퇴직율을 지적했다. 경북문화재단에서 최근 3년간 채용한 인원 39명 중 11명이 퇴직했다. 퇴직율은 28%다. 이 가운데 6명은 입사 1년이 채 안돼 퇴사했다. 윤 의원은 "이직률이 너무 높고, 지금 상황이 나아지고 있지 않다"며 "김 대표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 대표는 "여러 분석과 토론을 했는데 근본적으로 (다른 회사로) 가는 것을 어떻게 막겠냐"면서 "재단 비전 보이지 않는 것 아니냐. 나름 노력을 했는데 좀 더 좋은 직장에 가는데 어떻게 막겠냐"고 다소 황당한 해명을 내놨다.
◆ 참다 못한 이동업(포항시 제7선거구) 문화환경위원회 위원장이 감사 도중 "답변이 부실하다"면서 "일단 오늘 감사를 일시 중지하고 (답변을) 준비할 시간을 드릴테니 답변에 성의를 보여달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어진 전체 감사 과정에서 김 대표의 답변 태도는 변함이 없었다.
박규택 의원은 "김 대표 태도로 봐서 더 이상 질의와 답변이 되지 않을 것 같다"며 "감사를 중단하자"고 제안했다. 다른 의원들이 동의하며 이 위원장은 감사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이 위원장은 "대표라면 재단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하는데, 오늘 감사 내내 김 대표 답변을 보니 고민 흔적이 전혀 없다"며 "무슨 일이든 하려고 하면 할 일이 너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단 일이 전혀 안되고 있다. 대표의 책임감이 결여된 것은 아닌지 스스로 생각해보라"고 비판했다.
문화환경위는 경북문화재단 감사를 전면 중단하고, 추후 일정을 잡아 면밀한 감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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