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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동상' 동대구역에 기습 설치...전국 시민사회 "독재자 OUT"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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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제막식 앞두고 동상 세워
시민단체·경찰, 역사 광장서 충돌
표지석에 "내란원조 독재자, 철거"
인도 표지석에 "홍준표 대선 OUT"
시민단체 "민주주의 역사 퇴행" 규탄
"시대정식 퇴행, 홍준표 시장 퇴진"
광주·대전 등 시민단체도 규탄 성명
철도공단은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

동대구역 광장에 '박정희 동상'이 기습 설치됐다. 

대구시는 지난 21일 밤 3m 규모의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을 동대구역 광장 인근에 세웠다. 오는 23일로 예정된 제막식 이틀 전이다. 제막식 전에 동상을 볼 수 없도록 22일 현재 천 등으로 감싸놓은 상태다. 

동상 뒤에는 대리석으로 제작한 표지석을 뒀다. '대한민국 제5~9대 대통령 박정희 생애 1917.11.14 ~1979.10.26'이라는 글귀가 적혔다. 앞서 8월 14일에는 동대구역 광장에 5m 높이 '박정희 광장' 표지판을 세웠다. 

박정희 동상을 덮은 천을 벗겼으나 단열재에 동상이 싸여 있고, 시민단체 인사들과 경찰이 충돌하는 모습(2024.12.22)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박정희 동상을 덮은 천을 벗겼으나 단열재에 동상이 싸여 있고, 시민단체 인사들과 경찰이 충돌하는 모습(2024.12.22)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독재자 동상 웬 말이냐" 동상 옆 표지석에 분필로 적고 있는 모습(2024.12.22)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동대구역 광장 행사장 바닥에
동대구역 광장 행사장 바닥에 "동상 철거", "홍준표 대선 OUT" 등의 규탄 메시지가 적혔다.(2024.12.22)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동상 기습 설치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사회는 거세게 반발했다. 

시민단체 인사들은 22일 오후 동상 주위에 분필로 "독재자 동상 철거", "내란 원조", "독재자 동상 웬 말이냐", "우리의 광장 돌려달라" 등 박 전 대통령을 규탄하는 글과 함께, 이를 추진한 홍준표 대구시장을 향해서도 "퇴진하라", "물러나라" 등의 비판성 낙서를 적었다.

또 시민단체가 이날 긴급 규탄 기자회견을 열기로 하자 대구시 공무원 20여명과 경찰 병력 60여명이 출동해 현장을 통제했다. 동대구역 광장 주변에 천막과 펜스를 설치하고, 동상 주위에 차들을 세워 출입을 막았다. 시민단체 인사들은 "광장은 시민의 것", "왜 못 들어가게 철통같이 막는 것이냐"며 경찰과 실랑이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일부 인사들이 동상을 감싼 천을 벗기려하자 경찰 병력과 한때 충돌했다.

'박정희우상화반대범시민운동본부'는 22일 오후 동대구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친일 부역자이자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찬탈한 내란 원조인 박정희 동상을 세우는 것은 민주주의 역사를 퇴행시키는 일"이라며 "즉각 철거"를 촉구했다.

'박정희 동상 설치 반대 긴급 기자회견'(2024.12.22.동대구역 광장)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박정희 동상 설치 반대 긴급 기자회견'(2024.12.22.동대구역 광장)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내란 원조 박정희 동상 반대한다" 피켓팅(2024.12.22)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이들은 "홍 시장은 내란 수괴 윤석열 옹호도 모자라서 내란 원조 박정희 동상을 세웠다"면서 "계엄군의 총구에 맨몸으로 맞선 시민들과 광장을 메운 수백만의 촛불이 내란 세력 청산·민주 헌정 회복을 외치고 있는 이때 홍준표는 박정희 우상화로 시대정신을 퇴행시키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어 "대구 굴기를 외친 홍준표는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개발 독재를 호령했던 박정희가 자신의 길을 상징하는 인물로 보인 것"이라며 "홍준표는 취임 2년 반 동안 21세기의 단체장이 아니라 제왕적 횡포를 부려 대구시정은 끝없이 퇴행했고, 시민들의 삶은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의 조기 퇴진이 가시화된 지금, 홍준표는 차기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노욕을 드러내고 있다"면서 "아무리 보수라도 시대착오적 망상에 빠져 대구를 망치고, 내란에 동조하는 사람을 용납할 시민은 없다"고 강조했다.

엄창옥 '박정희우상화반대범시민운동본부' 상임대표는 "내란 범죄자를 처단하고 정권에서 쓸어내리려는 시대 정신이 대한민국을 뒤덮고 있는 시국에 군사반란을 통해 정권을 잡은 박정희의 동상을 시민 광장 한가운데 세우려는 발상이 어느 나라의 발상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반시국적, 반민족적, 반민주주의적인 홍준표 시장의 행패를 시민들의 손으로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성종 집행위원장은 "내일 오후로 예정된 박정희 동상 제막식은 시민들의 동의를 얻지 못하는 제막식"이라며 "더 많은 시민들이 동대구역 광장에 모여 제막식을 저지하고 동상을 끌어내릴 수 있는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엄창옥 '박정희우상화반대범시민운동본부' 상임대표, 임성종 집행위원장(2024.12.22)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왼쪽부터) 엄창옥 '박정희우상화반대범시민운동본부' 상임대표, 임성종 집행위원장(2024.12.22)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이처럼 시민단체 인사들과 경찰이 이날 동상 설치를 놓고 몸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동상을 둘러싼 천이 일부 벗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단열재와 테이프가 추가로 감싸고 있어 동상의 실물은 이날 확인할 수 없었다. 

'박정희우상화반대범시민운동본부'는 오는 23일 오전 대구시청 산격청사 앞에서 '박정희 동상 설치 반대 긴급 기자회견'을 연다. 이날 오후에는 동대구역 광장 일대에서 '제막식 반대' 규탄대회를 열 예정이다. 민주당 대구시당(위원장 허소)도 이날 오전 동대구역 광장에서 '박정희 동상 불법 설치 규탄 기자회견'을 연다.

대구경북을 포함해 전국의 시민사회단체들도 동상 설치를 반대했다.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대구경북교수연구자연대회의'는 지난 20일 성명을 내고 "박정희는 제왕적 권력을 누려왔던 18여년 동안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세 번의 계엄령을 선포하고 긴급조치와 위수령을 남발해 한국의 민주주의를 폭력으로 억압했다"면서 "동상을 세워 독재자 박정희를 기리는 일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거꾸로 되돌리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세상을 바꾸는 대전민중의힘'도 지난 21일 성명에서 "박정희는 5.16군사 쿠데타 주범이자 인혁당 조작사건 등으로 수많은 민주통일운동가를 탄압하고, 사법 살해를 저지른 범죄자"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란 수괴, 독재자를 영웅으로 덧씌우려는 저의가 무엇인지 홍준표 대구시장은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광주NGO시민재단, 광주전남시민행동 등 광주지역 32개 단체도 지난 21일 성명을 내고 "홍준표 시장은 민주주의의 위기를 자신의 권력 쟁취 기회로 보는 것이 아니라면, 그리고 자신이 그리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라면 당장 독재자 박정희 동상 설치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시민단체 인사들이 박정희 동상을 덮은 천을 벗기려 하고 있다.(2024.12.22)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시민단체 인사들이 박정희 동상을 덮은 천을 벗기려 하고 있다.(2024.12.22)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이게 실화냐" 동대구역 광장에 건립 예정인 박정희 동상을 규탄하는 시민사회 인사들(2024.8.1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시민사회의 반발뿐만 아니라 법적인 문제도 예상된다.

국가교통부 산하기관인 '국가철도공단'은 대구시가 협의 없이 동상을 동대구역 광장에 설치하자 지난 13일 대구시를 상대로 대구지방법원에 '공사중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공단은 동대구역 고가교가 국가 소유 토지 지상에 설치된 구조물로, 준공 전까지 대한민국 또는 채권자인 국가철도공단에 소유권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국가 땅에 대구시가 허가도 받지 않고 마음대로 박정희 동상을 세운 것은 위법하다는 게 공단 측 주장이다.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의 목적물 가액을 5,000만원으로 책정하고, 대구시가 동상 설치를 강행하는 경우 위반 행위 1일당 500만원을 부과해줄 것을 법원에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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