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4명이 매몰되고 11명이 숨진 지난 2014년 2월 17일 경북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 참사'.
참사의 주요 원인 중인 하나인 건축자재 '그라스울(Glass Wool) 패널'이 참사 이후 11년째 당국과 지자체의 아무런 제재 없이 시중에서 더 많이 유통되고, 건설현장에서 버젓이 사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11년 전 정부가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고 바뀌는가 했지만 여전히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특히 문제의 그라스울은 화재에 취약한데다가 1급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까지 방출하고 있지만, 사용을 차단할 법적 권한은 없다. 시민단체는 "국민 생명과 안전 보호를 위해 근본적 해법"을 촉구했다.
(사)대구경북녹색연합(대표 이재혁)은 17일 보도자료를 내고 "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고 11년째, 습기에 약하고 열에 녹아버리는 건축자재 그라스울과 패널바인더(접착제)를 여전히 현장에서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라스울'은 유리섬유에 패널바인더(접착제)를 이용해 만든 제품이다. 솜사탕 같은 유리섬유를 접착제로 굳혀서 형태를 만들어 양쪽에 0.5mm 철판을 붙인 것이 그라스울 패널이다. 건설현장에 많이 사용된다.
'패널바인더' 역시 문제가 되고 있다. 패널바인더의 경우, 새집증후군의 원인 물질인 1급 발암물질 포름알데히드를 방출한다. 그라스울을 붙이기 위한 접착제로 쓰인다. 그라스울 패널은 취급 시 비닐로 포장해 이동해야 한다. 작업 지침에도 보호안경과 방진 마스크, 장갑을 반드시 착용하도록 돼있다.
대경녹색연은 "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고 직접 원인은 그라스울 패널과 패널바인더였다"며 "하지만 11년이 지난 지금까지 공사시 습기에 대한 방지 장치는 하지 않고, 더 많이 유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라스울(유리섬유)은 열에 약해 쉽게 녹아버리지만 불이 잘 붙지 않는 '불연재'라는 이유로 실물화재시험을 면제 받아 버젓이 방치되고 있다"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금도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또 "그라스울 패널로 건축된 공장이나 건물들에 대해 물기나 습기 방지 장치를 하지 않아 구조 안전에 취약한 상태"라며 "습기가 반복적으로 침투한 뒤 마르게 되면 그라스울의 형태가 변형 수축하여 0.5mm 철판에 의존하는 패널 특성상 구조 안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유리섬유가 조각나 미세먼지로 흡입 시 호흡기 등 인체에 유해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그 탓에 미세먼지나 오염물질이 없어야 하는 클린룸(청정룸)에는 그라스울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그라스울은 '불이 잘 붙지 않고 화재에 강하다'고 알려졌지만, 실제 화재시 1,000도가 넘는 환경에서 그라스울은 녹아버린다"며 "제품 설명에 나온 최대 사용 온도 역시 300도~400도"라고 설명했다.
실제 화재 현장에서 공장 관계자나 화재 진압에 투입된 소방관들이 희생당한 일부 사건들을 살펴 보면, 그라스울 패널이 열에 녹아 붕괴한 참사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가 그라스울에 대한 실물화재시험을 면제한 것은 특혜 시비와 다른 건축자재들과의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환경부는 그라스울과 패널바인더가 건설 현장 안전과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정밀 조사를 진행해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폐그라스울에 대한 처리 방법도 반드시 유해성 검증을 통해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경녹색연은 "이뿐 아니라 붕괴 사고로 인한 당시 20대 초반 피해자 A씨는 여전히 병원에서 고통받고 있다"며 "아직도 사고로 인해 정상적인 생활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분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원도 필요하다"면서 "금전적 보상이 끝이 아니라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정부와 우리 사회의 몫"이라고 했다. 이어 "그라스울 패널에 대한 전반적인 검증을 통해 붕괴 사고와 화재 사고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업계 측은 "그라스울 주 원료인 유리섬유에 유해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마우나리조트는 경주 양남면 동남로에 있는 휴양시설이다. 2014년 2월 17일 폭설이 내리자 리조트 강당이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다. 수련회 참가를 위해 리조트에 온 대학생 214명이 붕괴된 건물에 파묻혔고 이 중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건물 천장에 사용된 자재가 그라스울 패널이다. 박근혜 정부는 철골 구조강화 정책을 내놓는 등 수습에 나섰지만, 건축자재와 관련한 대책은 마련하지 않았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