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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주민 몸에서 '녹조 독소 유전자' 검출 논란...환경단체 "사회적 재난, 4대강 보 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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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 '녹조 독소 비강 영향' 연구
인근 거주민·현장 활동가 102명 대상
22명 가운데 11명 남세균 유전자 검출
눈·코·피부, 콧물·코막힘·발진 '이상'
"정부 방치 탓 위험 확산...대책 마련"
환경부 "흡입 경로 확인하기 어렵다"

낙동강 유역 주민들 몸에서 녹조 독소를 만드는 유해 남세균 유전자가 발견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논란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경기 성남시중원구), 이용우(인천 서구을) 의원, 진보당 정혜경(비례대표) 의원, 낙동강네트워크, 대한하천학회, 환경운동연합, 보 철거를 위한 금강·낙동강·영산강 시민행동은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마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8월 20일부터 9월 12일까지 3주 동안 낙동강 인근(강에서 2km 이내) 거주민, 현장 조사 참여 활동가 등 102명을 대상으로 '공기 중 녹조 독소가 비강에 미치는 영향' 1차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람 콧속 유해 남세균 독소 유전자 검출 1차 결과 발표 기자회견'(2024.10.7.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마당) / 사진 제공.대구환경운동연합
'사람 콧속 유해 남세균 독소 유전자 검출 1차 결과 발표 기자회견'(2024.10.7.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마당) / 사진 제공.대구환경운동연합

연구 책임자는 김동은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맡았고, 분석은 이승준 부경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가 진행했다.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명예교수, 강찬수 환경신데믹연구소 소장이 연구 자문에 참여했다.

김동은 교수가 낙동강 일대 조사 참여자의 거주지와 활동 지역을 방문해 현장에서 비강과 비인두 샘플을 채취하는 방식으로 조사가 진행됐다. 코 내시경으로 비강·비인두 부위를 먼저 관찰한 뒤, 소독된 면봉을 넣어 4~5회 굴려 검체를 채취해 시약에 접종하는 방식이다.또 검사 전 작업·활동과 흡연, 음주, 운동 습관 등에 대한 설문도 함께 이뤄졌다.

조사 대상자 102명 중 22명을 대상으로 비인두 샘플의 mcyE(유해 남세균 유전자) 검사 결과, 11명(50%)에게서 mcyE 유전자가 검출됐다. 특히 낙동강 권역 거주자 17명 중 10명(58.8%)에게서 mcyE 유전자가 나왔으며, 어민 9명 중 5명(55.5%), 주민·농민 4명 중 2명(50%)에게서 유전자가 검출됐다.

경북 안동댐 일대에 핀 녹조를 컵에 담고 있는 활동가의 모습(2024.7.26) / 사진 제공.대구환경운동연합
경북 안동댐 일대에 핀 녹조를 컵에 담고 있는 활동가의 모습(2024.7.26) / 사진 제공.대구환경운동연합

또 유해 남세균 유전자가 검출된 11명을 대상으로 낙동강 녹조 번성 시기에 일한 뒤 3일 이내 발성한 급성기 증상을 조사한 결과, 재채기를 호소하는 경우가 11명 중 8명(73%)으로 가장 많았다. 코 증상은 콧물(6명, 55%), 코막힘(5명, 45%), 후비루(4명, 36%) 순으로 많았으며 후각 이상을 호소하는 대상자도 1명이 존재했다. 

또 눈 가려움, 이상 눈물 분비 등 눈 증상 5명, 피부 가려움·따가움, 이상 발진 등 피부 증상을 겪은 이도 4명이었다. 이외에도 두통 호소 3명, 열감 1명, 호흡곤란 1명으로 조사됐다. 조사 대상자 11명 중 8명은 녹조 번성 시기 여러 증상의 악화를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조사 결과는 오는 10월 말쯤 발표할 계획이다.

조사단은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사람 코에서 유해 남세균 독소 유전자가 검출됐다는 것은 남세균이 인체에 들어왔음을 보여주는 증거"라면서 "4대강 사업에 따른 예견된 녹조 재앙이 국민 건강과 안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밝혔다.

대구 달성군 화원유원지 강물 위에 뜬 녹조 알갱이들(2024.8.20)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대구 달성군 화원유원지 강물 위에 뜬 녹조 알갱이들(2024.8.20)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환경단체는 "정부가 방치한 녹조 문제가 사회재난으로 확산하고 있다"며 "4대강 보 철거"를 촉구했다.

이들은 "8개 콘크리트 보가 들어선 낙동강은 흐르지 못해 매년 녹조가 창궐하고 있다"면서 "매년 계속되는 대규모 녹조로 우리 밥상에 오르는 농작물과 어패류에서 녹조 독소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4대강 사업으로 수질이 개선됐다며 전문가와 환경단체가 실증적으로 분석한 조사 결과를 모두 부정하고 있다"면서 "강을 존속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오염 물질 총량 관리 강화와 함께 강의 흐름을 회복하는 실질적 대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김동은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2024.10.7) / 사진 제공.대구환경운동연합
김동은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2024.10.7) / 사진 제공.대구환경운동연합

연구 책임자인 김동은 계명대 이비인후과 교수는 "에어로졸 형태의 남세균이나 독소가 호흡을 통해 코로 들어올 경우, 급성 염증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며 "알레르기 비염이나 기관지 천식 같은 호흡기 질환이 발생할 수 있고, 기존 질환도 악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환경부가 지금까지 녹조 독소의 인체에 대한 유해 영향은 전혀 위험성이 없다고 일관하고 있지만, 오늘 조사 결과는 전혀 다른 내용을 담고 있다"면서 "정부가 녹조 대책으로 땜질식 처방을 하고 있는데, 국정감사에서 이에 대해 시정을 요구하고 대책을 따져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경부는 환경단체 조사로 공기 중 녹조 독소가 인체에 어떻게 유입됐는지 파악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 물환경평가연구과 관계자는 "환경단체 조사에서 낙동강 주민들의 인체에 남조류 DNA가 검출됐다고 하더라도 어떤 경로를 통해 들어갔는지는 알기 어렵다"면서 "비강에서 검출됐다고 해서 무조건 공기로 흡입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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