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의 최종 책임자인 지방자치단체장들이 1년에 3시간 재난안전관리교육에도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2년간 시장, 군수, 구청장 등 전국의 '기초단체장' 5명 중 1명은 재난안전교육을 받지 않았다. 특히 재난안전교육 0번, 임기 중 한 번도 듣지 않은 지자체장이 가장 많은 곳은 경북지역이다. 포항, 경주, 구미시장 등 11명이 교육을 받지 않았다. 대구에서는 수성구, 달서구청장 2명이 교육을 미이수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기본소득당 용혜인(비례대표) 국회의원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 받은 '지방자치단체장 재난안전관리교육 이수 현황'에 따르면, 최근 2년 동안 재난안전교육에 한 번도 참석하지 않은 전국의 시장, 군수, 구청장 등 지자체장은 모두 228명 중 43명(18.85%)이다.
◆ 지역별로 보면, 경북이 11곳으로 전국 최다다. 22개 시.군 중 절반이 미이행한 셈이다. 이강덕(국민의힘.남) 포항시장, 주낙영(국.남) 경주시장, 김충섭(국.남) 김천시장, 김장호(국.남) 구미시장, 박남서(국.남) 영주시장, 남한권(국.남) 울릉군수, 김하수(국.남) 청도군수, 이병환(국.남) 성주군수, 김주수(무소속.남) 의성군수, 윤경희(국.남) 청송군수, 박현국(국.남) 봉화군수가 재난안전관리 교육을 받지 않았다. 대구 9개 구.군 중에서는 김대권(국.남) 수성구청장, 이태훈(국.남) 달서구청장 등 2명만 교육받지 않았다.
경기도 8곳(수원, 부천, 양주, 남양주, 여주, 김포, 연천), 서울 4곳(노원, 강서, 구로, 동작), 강원도 4곳(강릉, 동해, 고성, 인제), 충남 4곳(천안, 서산, 태안, 금산), 전남 4곳(목포, 순천, 장흥, 영광), 경남 2곳(양산, 합천), 인천 2곳(부평, 강화), 전북 1곳(부안), 광주 1곳(북구) 순이다.
정당별로 보면, 국민의힘 소속 지자체장 25명이 교육을 받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12명, 무소속 6명이다. 2023년과 2024년 두 해에 걸쳐 모두 재난안전교육을 이수한 지자체장은 박형덕(국) 경기도 동두천시장, 김경희(국) 이천시장 2명에 불과했다. 재난안전교육을 한 차례만 이수한 지자체장은 198명에 이른다.
◆ 심지어 해당 기간에 '특별재난지역구'로 지정된 지자체장들도 교육을 받지 않았다. 2023년 산불과 냉해, 집중호우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박남서(국민의힘) 영주시장은 교육에 불참했다. 김홍규(국) 강릉시장, 함명준(민주당) 고성군수, 박범인(국) 금산군수, 노관규(무소속) 순천시장, 주낙영(국) 경주시장, 김충섭(국) 김천시장, 김주수(무) 의성군수, 윤경희(국) 청송군수, 박현국(국) 봉화군수도 마찬가지다.
17개 시.도 광역단체장들도 재난안전교육을 받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기초단체장들과 달리 이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 교육의 주부부처인 행정안전부가 17명의 시.도지사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해야 하는데, 지난해 12월 개정법 통과 이후 9개월 동안 교육 계획조차 수립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 재난안전교육은 매년 1회 대면교육으로 3시간 진행된다. 재난대책본부장으로 관할 지역 재난 대응과 수습을 총괄하는 지자체장을 대상으로 한다. '10.29 서울 이태원 참사' 후 윤석열 정부가 만든 국가안전시스템 개편 종합대책 일환으로, 지난 2023년 처음 시행됐다. 2023년 말 개정된 '재난안전법'이 시행되면서 올해 6월부터 모든 지자체장들은 임기 중 2회 이상 재난안전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한다.
'재난안전법'상 지자체장은 재난을 예방하고 대비하는 권한과 책임을 갖는다. 재난 발생 시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장으로서 관할 지역 재난 대응과 수습을 총괄적으로 지휘하는 막중한 책임을 맡는다. 이 역을 수행하기 위해 평사시 재난안전 관리와 지휘 역량이 충분해야 한다는 것이 해당 교육의 취지다.
현재 민선 8기 지자체들의 임기는 오는 2026년 6월 30일까지다. 교육을 한 번도 이수하지 않은 시장과 군수, 구청장 등 43명을 포함해 교육 이수가 별도로 인정되지 않은 홍준표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등 민선 8기 시.도지사 17명은 잔여 임기 2년 내 교육을 2회 이상 받지 않으면 현행법을 '위반'하게 된다.
행안부는 올해 10월과 11월 사이 단체장 등에 대한 교육을 추가적으로 실시한다는 입장이다.
용혜인 의원은 "이태원·오송 참사는 오세훈·박희영·김영환·이범석 등 지자체장이 재난을 예방하고 대비하지 못해 많은 시민이 목숨을 잃은 명백한 인재(人災)"라고 지적했다.
이어 "재난 양상이 나날이 심각해지는데 예방하고 수습해야 할 지자체장들이 1년에 3시간짜리 교육도 받지 않는 현실을 국민들이 어떻게 납득해야 할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또 "국회가 법을 개정해 재난안전교육 의무화가 이뤄졌지만 주무부처 행안부의 태만으로 올해 역시 시.도지사 중 단 한 명도 교육을 이수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재난안전법 위반 없이 모든 지자체장이 임기 내 교육을 적법하게 이수할 수 있도록 계획을 수립하고 현황을 관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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