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시민 1,743명이 서명한 지원주택 제도화 논의 정책토론 청구를 또 거부했다.
대구시(시장 홍준표)와 시민단체 '대구광역시 지원주택 제도화 추진위원회'의 말을 26일 종합한 결과, 대구시는 지난 1월 12일 추진위가 청구한 '대구 지원주택 제도화 요구를 위한 정책토론'에 대해 "개최 불가"를 통보했다.
토론 불가 사유에 대해서는 '대구광역시 정책토론청구에 관한 조례' 제6조3호와 8조2항을 근거로 삼았다. 조례 제6조는 '대구시 정책토론청구심의위원회'의 기능을 규정하며, 3호는 위원회가 정책토론 실시 여부를 심의·결정한다는 내용이다. 8조2항은 위원회가 안건에 대해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구시는 미개최 사유에 대해 "심의위 위원 각각의 의견을 알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회의록에 대해서도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서 비공개 대상으로 결정했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구시 정책지원관실 관계자는 "심의위원회 위원 각각이 가부를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미개최 사유에 대해서 알 수 없다"면서 "청구 취지, 현안 등에 대한 논의 결과 다수결로 지원주택 제도화 정책토론은 안 하는 것이 맞겠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 전부"라고 했다.
이어 "지난해에도 정책토론청구 관련 회의록을 공개해달라는 요구가 있었는데,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서 비공개 대상으로 결정됐다"며 "회의록을 공개하게 되면 위원회 운영에 영향을 주거나 차질을 빚는 등의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시민단체는 지난 2023년 1,200여명의 서명을 모아 대구시에 정책토론을 청구했지만 "요건 부적합"을 이유로 거부당한 데 이어, 올해도 1,743명이 서명한 정책토론 재청구를 또 거부하자 "시민 목소리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대구노숙인종합지원센터, 대구장애인차별철페연대,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 등 14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대구광역시 지원주택 제도화 추진위원회'는 26일 오전 대구시청 산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시의 지원주택 제도화 정책토론청구 거부는 시민 목소리를 듣겠다는 태도는 고사하고 행정의 근본도 없는 것"이라며 "그저 토론하기 싫어서 거부하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추진위는 "정책토론 청구인 수도 충족했고, 청구 제외 대상 사무조차도 아니라고 한다면 토론 내용에 관한 것만이 미개최 사유로 꼽을 것인데, 무엇이 문제가 돼서 개최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려주지 않는 것이냐"면서 "사유로 명시한 조례 6조3항과 8조2항은 위원회 권한과 회의 규칙을 규정한 내용이지, 그 자체로 이유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에서는 장애인·홈리스·노인 등이 지역사회에서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지원주택을 조례로 제도화해 자립하고 있고,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는 것을 밝히고 있다"며 "대구시의 반인권적, 몰행정적 태도에도 지원주택에 대한 열망을 꺾지 않기 위해 시민들의 목소리를 더 많이 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은애 대구지원주택제도화추진위 상임대표는 "정책토론을 청구하는 사안의 내용이 분명하고, 인원도 충족됐고, 절차에 있어서 아무런 하자가 없어 당연히 될 줄 알고 기대하고 있었다"면서 "하지만 대구시는 1,000명이 넘는 시민들의 의사를 정책토론 거부라는 통보로 무시했다"고 말했다.
청구인 대표 서창호 집행위원장은 "정책토론을 한다고 사업이 바로 되는 것도 아니고, 주거약자들의 요구에도 대구시에서 논의되지 않으니 현재 상황이 어떤지 논의해보자는 취지"라면서 "하지만 이마저도 대구시는 원칙과 기준 없이 시민들의 요구를 묵살했다"고 규탄했다.
정의당 대구시당(위원장 한민정)도 이날 성명을 내고 "청구인 수 기준도 충족했고, 조례에서 정한 청구 제외 대상 사무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면 대구시는 마땅히 정책토론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하지만 대구시는 미개최 사유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정도면 토론하기 싫어서 거부하는 것 외에 이유가 없다고 봐야 한다"면서 "정책토론이라도 해 보고, 필요한지 아닌지를 논의해보자는 요구조차 받아들이지 못하는 대구시의 태도에 말문이 막힐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지원주택'은 노인과 장애인, 노숙인 등 사회적 약자들에게 행정기관이 주거와 함께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공공기관이 주거약자에게 공공임대주택과 이들의 생활을 돕는 활동보조사를 지원한다. 입주자들에게 주택의 시설관리, 공과금·임대료 등 주거유지 지원 서비스 등도 함께 제공한다.
현재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지원주택 관련 조례를 제정한 곳은 서울시와 경기도 두 곳이다. 서울시는 지난 2018년 '서울특별시 지원주택 공급 및 운영에 관한 조레'를 제정해 주거취약계층에게 지원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경기도도 2021년 '경기도 지원주택 공급 및 운영에 관한 조레'를 제정해 시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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