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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달서구 '22억 전세사기'...청년 피해자 30여명, 임대인 '집단 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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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역 인근 빌라촌, 건물 4채 피해
임대인 A씨 '사기죄' 혐의 경찰 피소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 5월 만료
대책위 "최소 보호책...특별법 연장"
달서구 "피해자에 생활지원금 지원"

"사회생활을 처음으로 시작하며 처음 부모님의 품을 벗어나 전세 계약을 체결해 남들처럼 평범히 잘 지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기뻤지만, 이 생각과 계획은 전세 사기로 물거품이 돼 버렸습니다"

대구 달서구 상인동 전세 사기 피해자인 권수현(가명.30)씨는 6일 이 같이 말했다.

권씨는 은행 대출 6,400만원과 자비 1,600만원을 더해 모두 8,000만원으로 지난 2022년 8월 달서구 상인동 상인역 인근 다가구주택에 임대인과 2년 전세 계약을 맺고 입주했다.

대구 달서구 상인동 전세 사기 피해자 권수현(30.가명)씨가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2025.3.6)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대구 달서구 상인동 전세 사기 피해자 권수현(30.가명)씨가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2025.3.6)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계약 체결 당시 부동산 중개업자가 "임대인의 경제적 여력이 좋으며 여러 채의 건물을 잘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고, 등기부등본상 건물 가액의 절반이 넘는 금액이 근저당으로 잡혀 있었지만 임대인은 "금방 갚을 것이다. 걱정 안 해도 된다"고 해 안심하고 계약을 맺었다.

계약이 만료되기 4개월 전인 지난해 4월, 임대인이 세입자들을 불러 모아 "경제적 사정이 녹록지 않다"고 말했고, 보증금 반환이 어렵다는 말을 듣고 심각성을 알기 시작했다.

같은 건물 세입자들도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었다. 권씨는 지난해 8월 계약기간이 끝났지만 임차권등기명령을 설정한 뒤 피해건물에서 계속 거주하고 있다.

대구 달서구 상인동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하고 있다.(2025.3.6)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대구 달서구 상인동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하고 있다.(2025.3.6)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대구 달서구 상인동 일대에서 전세사기 피해를 입은 청년들이 임대인을 '사기죄' 혐의로 집단 고소했다.

권씨를 포함해 달서구 상인동 상인역 인근 다가구주택 세입자 19명은 6일 오전 해당 건물 임대인 40대 A씨에 대해 '사기죄' 혐의로 대구 달서경찰서에 고소했다.

지금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건물 4채 33가구, 금액은 22여억원이다. 나머지 피해자들은 경매에서 건물이 팔리면 선순위보증금을 받을 수 있거나, 이미 건물에서 퇴거해 연락이 되지 않아 고소를 하지 않았다.

달서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관계자는 "오늘 임대인에 대한 고소장이 접수된 상황"이라며 "우선 피해자 4명에 대한 조사부터 진행한다"고 밝혔다.

'상인동 전세 사기 피해자 집단 고소 기자회견'(2025.3.6. 달서경찰서 앞)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상인동 전세 사기 피해자 집단 고소 기자회견'(2025.3.6. 달서경찰서 앞)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오는 5월 31일 만료되는 '전세사기특별법'에 대한 기한 연장도 같은 날 촉구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 대구대책위원회'는 6일 달서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인동 전세 사기 피해자들은 전세사기특별법 유효기간이 오는 5월 만료되면 피해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된다"면서 "피해자들을 외면하지 말고 특별법 기한을 연장하라"고 요구했다.

전세 사기 피해 임차인들에게 세금 징수나 경매·공매 절차 등에 관한 특례를 부여해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은 지난 2023년 6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전세 사기 피해건물 경매·공매 유예, 정지 ▲피해자들이 피해건물에 대한 경매 우선매수권 지급 ▲공공임대주택 지원 등을 내용으로 한다.

하지만 특별법이 2년 동안만 적용되는 한시법인 탓에 오는 5월 31일 유효기간 만료를 앞두고 있다. 특별법이 만료되면 피해자 결정 신청이 불가하기 때문에, 그 이후 피해가 발생해도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해 피해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전세사기 특별법 연장하라" 피켓팅(2025.3.6)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전세사기 특별법 연장하라" 피켓팅(2025.3.6)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때문에 특별법의 유효기간을 연장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지난달 7일 국회에 발의돼 국토교통위원회에 회부됐다. 더불어민주당 염태영(경기 수원시무)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유효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대책위는 특별법의 유효기간 만료일이 두 달여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개정안 발의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도 상임위에 계류돼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개정안 통과"를 요구했다.

대책위는 "상인동 피해자들은 피해 회복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피해 건물별로 대표자를 구성해 가해 임대인에 대한 형사 고소를 하고 전세사기 피해자 인정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피해자들을 위한 최소한의 보호책인 전세사기특별법이 만료된다면, 이들은 어디에 하소연하고 도움을 받는다는 말이냐"고 지적했다.

때문에 "전세사기특별법의 기한 연장과 추가 개정이 시급하다"면서 "여야는 탄핵 정국 속에서 정치적 공방을 멈추고 전세 사기 피해자들을 위한 특별법 기한 연장과 함께 추가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태운 대구 전세사기 피해자 모임 대표가 "특별법 시효 연장"을 촉구했다.(2025.3.6)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정태운 대구 전세사기 피해자 모임 대표가 "특별법 시효 연장"을 촉구했다.(2025.3.6)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정태운 대구 전세사기 피해자 모임 대표는 "전세 사기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특별법은 피해자를 외면하는 도구로 변질했다"면서 "피해를 입었지만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 없는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국토부와 정부는 피해자 인정 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구조적 범죄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달서구청은 피해자들에게 가구원 수에 따라 1회에 한해 최대 120만원의 생활안정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달서구청 토지정보과 관계자는 "시비 70%, 구비 30% 매칭 사업으로 전세 사기 피해자들에게 최대 120만원의 생활안정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면서 "이사비는 대구시에서 최대 100만원을 지원하고 있고, 이외 다른 지원사업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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