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보기

목숨까지 앗아간, 대구 전세사기 임대인에 '징역 13년' 선고...87명 71억 피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구 임대인 60대 A씨 '사기죄' 1심
검찰 구형 15년보다 줄어든 13년형
당초 피해 104명 88억→87명 71억
법원 "청년 사망에도 반성하는지 의문"
피해자들 탄식 "고통 생각하면 부족"

대구 남구 대명동에서 전세 사기로 71억원을 빼앗고, 한 청년을 사망에 이르게 한 임대업자에 대해 법원에서 징역 13년형이 내려졌다.

대구지법 형사11단독(부장판사 전명환)은 15일 오후 1심 선고공판에서 남구 대명동 일대에서 지난 임차인 104명을 대상으로 88억여원의 전세 사기를 벌여 사기죄 혐의로 기소된 60대 A씨에 대해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세입자로서, 시민으로서 당신을 추모합니다" 피켓팅(2024.5.13)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세입자로서, 시민으로서 당신을 추모합니다" 피켓팅(2024.5.13)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지난 9월 4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이 "피해가 심각하고 피해자 1명이 사망한 점, 피고인이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재판에 임하는 태도가 불량하다"는 이유로 법정 최고형인 징역 15년을 구형했으나, 선고심에서는 2년이 감형됐다.

또 피고인의 담보 소유 가치가 임대차보증금 합계액보다 높았을 당시 이뤄진 계약 행위는 무죄로 판단해 피해 규모를 87명, 71억원으로 산정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 대부분은 2030세대 사회초년생으로 임대차보증금이 자신들의 재산 대부분이고, 일부 피해자들은 금융기관에 대출도 마련했다"며 "사회초년생이 아니라도 자기 소유의 주택을 갖지 못하고 빌라에 세를 들어 사는 피해자들에게 임대차보증금은 재산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추측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범행으로 피해자 대다수는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면서 "피고인으로부터 임대차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피해자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큰 자본을 들이지 않고 부동산 자산을 늘리기 위해 임대 사업을 시작했고, 임차인에게 임대차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수 있음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을 시기가 있었을 것인데도 지속적으로 계약을 체결해 피해를 확대시켰다"며 "피고인은 범행 발생 원인을 시세 하락 등 외부적 요인을 드는 것으로 볼 때, 자신의 잘못을 진지하게 뉘우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있다"고 덧붙였다.

대구 중구 동성로에 차려진 대구 전세사기 피해자 30대 여성 A씨의 분향소에서 초에 불을 밝히고 있다.(2024.5.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 중구 동성로에 차려진 대구 전세사기 피해자 30대 여성 A씨의 분향소에서 초에 불을 밝히고 있다.(2024.5.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선고 결과가 나오자 이날 재판을 방청했던 피해자들은 "힘이 빠진다"며 탄식했다. 전세 사기로 피해자들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았는데도 형량이 적다는 이유다.

피해자 B(37)씨는 "검찰이 구형한 징역 15년도 피해자들에게는 적은 형량"이라며 "피해자들이 평생을 모은 돈이고, 아직까지 고통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고 결과가 크게 와닿지는 않는다"고 토로했다. 

피해자 C(39)씨도 "여태 모은 돈을 잃었고, 집을 사기 위해 대출받은 돈을 20년~30년 동안 갚으면서 살아가야 하는데 13년을 선고했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면서 "임대인이 항소해 형량이 또 줄어들게 될까 봐 걱정"이라고 한탄했다.

대구경실련, 대구참여연대, 정의당·진보당 대구시당 등 9개 시민사회단체·진보정당이 모인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 대구대책위원회'도 이날 성명을 내고 "검찰 구형보다 낮은 징역 13년형이 나온 것이 다소 아쉽다"며 "이후 항소심 등을 통해서도 반성조차 없는 가해자에게 더 이상의 관용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구 대명동 일대에서 전세 사기를 벌인 임대인 A씨는 다세대주택 12채를 보유하며 2020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전세보증금을 축소 고지하거나, 전세보증금을 반환 가능할 것처럼 임대인 104명을 속여 계약을 체결한 뒤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혐의를 받았다. 피해 규모는 88억여원으로 조사됐다.

특히 A씨의 건물 중 하나인 대명동 한 다세대주택에서 지난 5월 1일 새벽 세입자 D씨(여성.30대)는 지난 2019년 전세보증금 8,400만원을 내고 입주했지만 계약 기간이 끝나도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해 세상을 떠났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가치를 생각하는 대안언론, 평화뉴스 후원인이 되어 주세요. <후원 안내>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