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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37명 전세금 25억 '꿀꺽'...경산 임대인에 징역 9년 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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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 임대인 60대 A씨 '사기죄' 1심
빌라 5채 신축, 2030 상대 깡통원룸
검찰 "피해자들 엄벌 탄원" 9년 구형
A씨 혐의 인정..."보증금 돌려주겠다“
피해자들 " 검찰 구형대로 선고해야"

경북 경산시에서 2030 청년들을 대상으로 전세 사기를 벌인 임대인에게 징역 9년이 구형됐다.

대구지법 제2형사단독(부장판사 김석수) 심리로 열린 23일 오전 1심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임차인 37명을 대상으로 24억7,000여만원의 전세 사기를 벌여 '사기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임대인 60대 A씨에 대해 징역 9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우리는 투자자가 아닙니다. 피해자입니다" 피켓팅(2024.7.23)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우리는 투자자가 아닙니다. 피해자입니다" 피켓팅(2024.7.23)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검찰은 "피고인은 깡통 원룸을 만들어 임차인 37명에게 25억원 상당의 피해를 발생시켰다"며 "피해자들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징역 9년을 구형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A씨는 이날 피고인 심문에서 혐의를 인정했다. 그는 "피해를 입은 분들에게 정말 죄송하다"며 "못 돌려준 보증금은 꼭 돌려드리겠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A씨 측 변호인도 "피고인은 건물을 신축해 등기를 마친 뒤 곧바로 매도하는 방식으로 부동산 개발을 해 돈을 번 경험이 다수 있었다"며 "기존의 방법처럼 신축해서 매도하고, 또 매수인을 구할 수 있다면 피해자들에 대한 임대차보증금을 문제 없이 반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만연히 기대한 나머지 범행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은 부동산 경기 악화 등으로 보증금 반환이 어려워지자 다른 사업도 새롭게 시작하며 별도 수익원을 마련하려 하거나, 부동산을 매도하려고 여러 차례 시도했다"면서 "현재 본인과 가족들의 전 재산을 처분하는 한이 있더라도 피해자들의 금전적 손해를 끝까지 회복하고 용서를 구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피해자 측에서는 전액 반환해야 합의할 수 있다고 했고, 엄벌을 요구하고 있다"며 "피해 회복이 이뤄진 부분이 없고, 피고인 측에서 추가로 신청할 증거는 없다고 밝혔기 때문에 심문을 종결하겠다"고 했다.

A씨에 대한 1심 선고 기일은 오는 2월 18일이다.

A씨는 2020년 4월부터 2024년 1월까지 자기 자본 없이 경산에 빌라 5채를 신축하고 임차인 37명으로부터 전세보증금 24억7,725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지난해 9월 12일 구속 기소됐다.

피해자 대부분 2030 세대 청년층이거나 신혼 부부들이다. 이들은 지난해 2월 임대인 A씨를 사기죄 혐의로 경산경찰서에 고소했다. 경찰은 8개월 가량 수사 끝에 지난해 9월 4일 A씨를 송치했다.

임대인 A씨에 대한 검찰 구형이 내려진 뒤 피해자들이 법원 앞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2025.1.23)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임대인 A씨에 대한 검찰 구형이 내려진 뒤 피해자들이 법원 앞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2025.1.23)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재판을 방청한 피해자들은 검사의 구형대로 재판부가 선고를 내려주기를 바랐다.

석진미 '경산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피해 금액이 25억원이나 돼서 솔직히 9년도 조금 적다고 생각한다"면서 "피해 회복이 아예 안 됐으니 아쉽지만, 재판부가 구형 그대로 판결해주면 피해자들이 조금이라도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검찰 구형은 대구경북지역에서 전세 사기를 벌인 임대인들이 받았던 형량보다 높은 편이다.

대구에서는 지난해 7월 북구 침산동 한 다세대주택에서 39명을 대상으로 15억5,000만원의 전세 사기를 벌여 사기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B씨에 대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징역 7년을 구형했으나, 선고심에서는 2년이 감형됐다.

또 대구 남구 대명동 일대에서 임차인 104명을 대상으로 88억여원의 전세 사기를 벌여 사기죄 혐의로 기소된 60대 C씨는 1심에서 징역 13년을 선고받았다. 

경산에서는 지난해 1월 사동 한 원룸 세입자들에게 전세 자금 4억원을 돌려주지 않아 사기죄 혐의로 기소된 임대업자이자 공인중개사인 50대 D씨에 대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B씨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지난해 5월 기각됐다. 이어 상고심에서도 기각 판결을 받았다.

전세사기 피해자 결정문을 들고 있는 시민(2023.12.5)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전세사기 피해자 결정문을 들고 있는 시민(2023.12.5)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한편 인천에서 148억원대 전세 사기를 벌여 기소된 '건축왕' 60대 E씨가 23일 대법원에서 징역 7년형이 확정됐다. E씨는 지난 2021년 3월부터 2022년 7월까지 인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주택 191채의 전세 보증금 148억원을 받아 가로채 '사기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지난해 2월 1심에서는 징역 15년을 선고했으나, 항소심에서는 형량이 절반 가량 줄어든 징역 7년으로 감형됐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 대구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범죄의 심각성과 피해 규모를 생각하면 턱없이 부족한 형량인데도 대폭 감형을 선고한 항소심을 납득할 수 없었는데, 대법원은 이를 확정했다"며 "사법부는 가해자 엄벌을 통해 대한민국 법치와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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