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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로사' 쿠팡 칠곡 노동자 유족, 산재 사망 3년 만에 손배소송..."사과·보상"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3.03.31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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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에 짐 400kg 분류...고 장덕준씨 유족, 쿠팡 손해배상청구
복지공단 "유해 환경·만성 과중업무" 결정에도 산재 인정 안해
"대화 끊고 외면, 책임" / "가장 안전한 환경, 과로사는 왜곡"


3년여 전 과로사한 쿠팡 칠곡물류센터 야간노동자 고(故) 장덕준(27)씨 유족이 손배소송을 한다. 

유족에게 31일 확인한 결과, 고인의 아버지 장광(61)씨와 어머니 박미숙(55)씨를 포함한 여동생 2명 등 유가족 4명은 지난 28일 쿠팡풀필먼트서비스와 엄성환, 정종철, 무뇨스제프리로렌스, 브라운라이언애셔 등 4명의 쿠팡 대표이사들을 상대로 서울동부지방법원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고 장덕준씨 유족 어머니 박미숙씨와 아버지 장광씨(2023.3.28) / 사진.유족 제공
고 장덕준씨 유족 어머니 박미숙씨와 아버지 장광씨(2023.3.28) / 사진.유족 제공

쿠팡이 장씨 사망에 책임이 있으니 유족 4명에게 모두 2억1,000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원고 측 소송대리인은 법무법인 여는(김민경, 정병민 변호사)과 권영국 변호사가 맡았다.

소장에서 유족 측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서를 보면 사인은 급성심근경색증"이라며 "혈압, 당뇨 등 원인이 될 기존 질환 자체가 없었고, 음주·흡연도 하지 않아 다른 이유로 사망했다"고 했다. 

또 "근무지 대구 칠곡 지역 하루 최고 기온은 30도 이상인 날이 35일, 열대야가 13일 지속됐다"며 "내부 환기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작업 공간은 더 고온·다습한 환경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업무량 폭증으로 업무량이 급격히 증가하기도 했다"면서 "고인의 입사 당시 신체 조건은 172cm 몸무게 71kg이었지만, 근무 이후에는 체중이 15kg이나 급격히 빠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현장 조사 결과, 평소 3.95~5.5kg 물품을 하루 평균 80~100회 운반하고, 무게 20~30kg 중량물을 하루 평균 20~40회 가량 이동시키기는 일을 했다"며 "사망 전인 지난 2020년 4월에는 중량물을 옮기다 '무릎관절증' 근골격계 질환을 입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고인은 유해하고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작업환경에서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를 수행해 과도한 업무량에 시달렸다"고 밝혔다.
 
"과로사 없도록"...장덕준씨 유족의 쿠팡 상대 손배소송 기자회견(2023.3.28) / 사진.유족 제공
"과로사 없도록"...장덕준씨 유족의 쿠팡 상대 손배소송 기자회견(2023.3.28) / 사진.유족 제공

실제로 근로복지공단 대구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지난 2021년 2월 4일 장씨에 대한 죽음을 산재 사망(업무상질병)으로 판정했다. 그러면서 지난 2020년 10월 12일 고인이 숨지기 전 1주간 평균 업무시간은 주 62시간 10분, 발병 전  2주에서 12주까지 평균 업무시간은 주 58시간 18분을 초과했다고 했다. 업무부담 가중 요인에 복합적으로 노출돼 사망이 업무와 상당한 인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했다. 

쿠팡은 산재 판정과 관련해 유족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는 보도자료를 냈다. 대구에 사는 유족들은 민주노총 과로사대책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의 도움을 받아 사측과 대화를 이어갔다. 유족의 요구는 직접 사과, 보상 지원, 재발방지 대책 등 크게 3가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관심도가 떨어지자 쿠팡은 사과도 보상도 하지 않았다. 결국 쿠팡은 지난해 12월 유족에게 "더 이상 유족과 만나지 않겠다. 사과나 보상도 어렵다"는 최종 입장을 전하고 대화 창구를 닫았다.

고인의 어머니인 박미숙씨는 "산재 판정이 났지만 쿠팡은 어떤 것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사과하고 지원하겠다는 약속도 깨고 덕준이를 두번 아프게 하고 있다"고 지난 30일 평화뉴스와 통화에서 밝혔다. 이어 "대화를 끊고 외면한다고 해서 과로사가 없는 일이 되는 게 아니다"면서 "우리 가족들과 덕준이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만들어 산재 사망이 더 없도록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족과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쿠팡대책위)',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는 이와 관련해 지난 28일 서울 잠실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을 규탄했다.  
 
쿠팡 칠곡물류센터 장덕준씨의 근무 일지 및 근무시간 2020년 8월 / 자료.강은미 의원실
쿠팡 칠곡물류센터 장덕준씨의 근무 일지 및 근무시간 2020년 8월 / 자료.강은미 의원실
   
쿠팡 측에 입장 확인을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답을 하지 않았다. 대신 쿠팡은 지난 28일 '민주노총과 대책위는 허위 주장을 중단해 주기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유족 주장을 반박했다. 

쿠팡은 "유가족에 대한 지원을 위해 노력해 왔으나 유가족으로부터 협상권을 위임받은 민주노총 등은 안타까운 일을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며 지속적으로 사실을 왜곡했다"며 "매우 유감스럽다"고 했다. 

이어 "쿠팡은 가장 안전한 근무환경을 제공한다"면서 "고인 건 이외에 쿠팡 사업장에서 산재로 승인된 질병 사망은 0건"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고인 근무시간은 주 44시간(사망 전 3개월 평균)인데, 민주노총은 주 58시간 넘게 근무했다는 허위 주장을 하고 있다"며 "허위 주장을 중단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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