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 협상 만료 시한이 오는 8월 1일로 확정된 가운데, 한국 정부가 협상 대상에 농산물 시장 개방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산 쌀, 사과, 소고기 등이 협상 대상에 포함돼 논란이다.
전국의 사과 생산량 60% 이상을 차지하는 주산지 경북지역 농민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관세를 이유로 또 다시 농민 희생을 강요한다"며 "생존권을 위협하는 수입안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경북도연맹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경북연합, (사)전국사과생산자협회 경북지부 등이 모인 '경북 농민의 길'은 지난 16일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 단체는 ▲대미 관세 협상 타결 과정에 협상 대상으로 미국산 사과 수입 반대 ▲농업민생 4법('양곡관리법',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농어업재해대책법', '농어업재해보험법') 즉각 재추진 ▲유임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 내란농정의 농망 관료 청산 등을 촉구했다.
농민들이 여당 당사 앞에서 단체 행동에 나선 까닭은 앞서 정부 당국자의 발언에서 촉발됐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14일 기자 브리핑에서 "농산물도 전략적인 판단을 할 시기"라며 "협상 전체 틀에서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고 했다. 또 "모든 협상에서 농산물이 고통스럽지 않았던 적이 없다"면서 "산업 경쟁력은 강화됐다. 유연하게 볼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사과와 소고기, 쌀 등 미국산 농축산물에 대한 시장 개방을 언급한 것이다. 앞서 2008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과정에서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둘러싼 '광우병 파동' 등 농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경북 농민들은 기자회견문에서 "또 다시 농업을 희생시키는 전제로 관세 협상에 나서고 있다"며 "20%도 되지 않는 곡물자급률, 1,000만원도 되지 않는 농업소득, 역대 최대의 농가부채, 농가경영주 중 70% 이상이 60대 이상. 이것이 지난 통상협상 결과가 낳은 우리 농업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미국 사과 수입에 대한 검토 지시는 전국 사과의 62%를 생산하는 경북 사과 생산 농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선전포고"라며 "8단계 검역 절차 중 2단계 문턱도 넘지 못한 미국산 사과 수입은 우리의 검역주권과 국민건강권을 함께 파괴하는 행위로 더 이상 검토도, 진행해서도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쌀 추가 개방, 30개월 이상 소고기에 사과 수입까지 농업 파괴 요구를 한다"면서 "중요한 것은 먹거리를 지키는 일이다. 자동차, 스마트폰, 반도체를 먹고 살 수도 없는 것 아니냐"고 항변했다.
또 "이재명 정부는 내란세력인 송 장관을 유임시켜 농정대전환을 바라는 농민의 기대를 꺾었다"며 "지금이 이재명 시대인지 윤석열 시대인지 혼란스럽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 당시 야5당이 추진한 농업민생 4법은 애초 합의대로 제정해야 한다"면서 "쌀 등 농산물 가격을 결정할 때 생산비가 고려되고, 농민들이 농업에 종사하며 존엄하게 살 수 있는 공정 가격을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주권정부 이재명 정부가 만약 농민을 배반해 약속을 어긴다면, 농민들은 사과 수입 저지를 위해 선두에서 투쟁하겠다"며 "국민들도 제2의 한미FTA, 제2의 광우병 촛불로 화답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재동 전농 경북도연맹 의장은 "이 대통령이 대선 기간 농민들과 약속한 농정대전환은 인적 쇄신에서 시작하는 것"이라며 "송 장관 유임 철회와 농망관료들을 청산하는 이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한다. 이재명정부의 농정이 윤석열의 농업천대, 농민홀대 농정이 아니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충북 충주시의회는 "사과를 비롯한 전략적 농산물을 미국과의 통상협상 대상에서 제외하라"는 결의안을 17일 채택했다. 사과 생산량 60%인 주산지 경북도의회의는 비슷한 결의안을 채택할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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