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태워버린 경북 산불. 남은 것은 1조1,306억원의 막대한 산불 피해 청구서다.
집도, 밭도, 농작물도, 농기계도 모두 불에 타 사라졌는데 피해 복구는 막막하기만 하다.
초대형 산불 피해에 한해 국가가 복구 비용 70% 이상을 부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경북 지방의원들은 국회를 향해 '초대형산불특별법'에 대한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와 소방청, 산림청이 잠정 집계한 경북지역 산불 피해 금액은 23일 기준 1조 1,306억원이다. 피해 면적(영남 전체)은 9만9,289ha로 서울의 1.5배다. 사망자 31명, 중상자 8명, 경상자 36명 등 사상자는 75명이다. 피해 시설물은 6,944곳이다. 지역별로 경북이 6,776곳으로 가장 많다. 산불로 인해 대피한 이재민은 3,307명이다. 안동과 의성이 3,267명으로 경북 북부지역에 피해가 집중됐다.
주택 피해는 4,458채로 전소된 집은 3,618채다. 농작물 2,062ha, 시설하우스 1,397동, 축사 485동이 불에 탔다. 농기계 1만4,544대도 피해를 입었다. 한우 4,65마리와 돼지 1만9,750마리, 닭 12만7,309마리도 화마를 피하지 못했다. 어선 29척과 어망 35건, 양식장 5곳, 양식어류 47만 마리가 불에 탔다.
문화재 피해도 컸다. 사찰 5곳과 불상 4개, 정자 2개, 고택 15채가 속수무책 당했다. 공공시설 피해 금액은 6,216억원에 이른다. 기업 피해도 만만치 않다. 중소기업 91곳과 소상공인 사업장 966곳, 안동 남후농공단지 28곳, 영덕 제2농공단지 3곳도 산불 피해를 피하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경북도당 기초·광역의회 원내대표협의회(회장 김상민)'는 23일 경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북을 포함한 영남권을 휩쓴 초대형 산불이 진화된 지 3주가 지났지만, 피해 주민들의 삶은 여전히 멈춰있다"며 "피해 규모와 범위 모두 산불 재난 역사상 유례 없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처럼 참담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대응은 더디기만 하다"면서 "현행법으로는 주민들의 피해 회복을 뒷받침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특히 "행정의 지체로 인해 재난 지원 체계는 피해 규모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게다가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산불 진화 후 고작 9일 만에 휴가를 내고 대선출마를 선언했다"며 "국민의힘 당내 경선에서 탈락해 슬그머니 도지사에 복귀해 무책임의 극치를 보이고 있다"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2025년 경북·경남·울산 초대형 산불 피해보상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초대형산불특별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해당 법안은 '민주당 산불재난긴급대응특별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이 지난 18일 발의했다. 대표 발의자는 임미애(비례대표) 국회의원이다.
이 법안은 ▲국무총리 산하 '초대형산불 피해 지원 및 보상위원회' 설치 ▲피해 복구 단가 현실화 ▲복구 비용 70% 이상 국가 부담 법제화 ▲기존 보상 체계에서 배제된 농가·중소기업·이재민 실질적인 지원 대상 포함 ▲주거·금융·복지·세제 등 종합적인 지원 체계 구축 ▲공동체 복원과 지역 재건까지 아우르는 공동주택단지 조성 ▲지역경제 회복을 위한 사업비 지원 ▲외국인 체류자격 특례 등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 경북 기초·광역 원내대표협의회는 "재난 회복은 특정 정당, 지역 문제가 아닌 국가 책임"이라며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재난 대응에 있어 국회가 국민 고통 앞에 머뭇거리면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이어 "시간이 지체될수록 피해 주민들 고통은 깊어진다"면서 "초당적으로 협력해달라"고 호소했다.
지자체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경북도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국회 입법조사처와 산불 피해지원 특별법 제정을 위해 협의 중"이라며 "특별법 통과를 위해 경북도 역시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철우 경북지사와 이관후 국회 입법조사처장은 지난 22일 함께 산불 피해 현장을 둘러봤다. 이 지사는 "산불 피해로 인한 지역의 2차 피해까지 우려되는 상황에서 조속한 산불 피해 복구와 지원, 피해 지역 재건을 위해 국회가 신속하게 특별법을 제정하는 게 절실하다"고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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