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아흔일곱 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이재명 대통령에게 "더 이상 견디지 못한다"며 "일본에 배상을 꼭 받아내달라"고 호소했다.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1991년 최초로 '위안부' 피해 사실을 증언한지 34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일본의 제대로 된 사과와 배상은 받아내지 못했다.
그 동안 정권이 여러 번 바뀌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올해까지 오자 이용수 할머니는 "이재명 대통령님 들리십니까. 저는 14살에 끌려가 대한민국을 찾은 이용수입니다"라고 소리쳤다.
(사)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대표 서혁수)은 9일 오전 대구 중구 2.28기념중앙공원에서 '대구시민과 함께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식을 열었다.
이용수 할머니는 "여전히 수요일마다 수요시위에 나가는데, 가방을 메고 가는 내 자세가 삐뚤어져 있었다"며 "남달리 건강하고 예뻤는데, 나이를 드니 목소리와 모습도 변하고 모두 망가졌다"고 했다.
이어 "14살에 일제에 끌려가 대만에서 당한 피해를 세계를 다니며 증언했고, 일본은 말만 하면 거짓말이기 때문에 법대로 하기 위해 국제사법재판소(ICJ)로 가자고 말해 왔다"며 "법대로 해서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나는 달게 받겠다. 끝까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외쳐 왔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 2021년과 2023년에 이어 올해 4월 한국 법원이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배상 책임이 일본 정부에 있다고 판결한 점에 대해 "무척이나 기뻐서 하늘을 보며 할머니들 마음을 풀라고 이야기했다"며 "하지만 아직까지 일본은 배상하지 않고 있는데,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문제 해결"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윤 전 대통령이) 대통령이 안 돼도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말에 너무 고마웠다"면서 "하지만 거짓말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며 원망하지도 않았지만, 결국 이 일조차 지나가며 너무 힘들어서 어떻게 하냐는 생각도 많이 했다"고 토로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서는 "마침내 대통령이 바뀌었는데, 일본과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위안부' 문제를 꼭 해결해야 한다"며 "이 문제를 새로 된 대통령이 해결해서 좋은 대한민국이 됐으면 하는 게 저의 마지막 말씀이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념식을 마친 뒤 이용수 할머니는 2.28중앙공원 앞에 세워진 소녀상을 찾아 헌화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소녀상 옆에 세워진 의자에 앉아 동상을 쓰다듬으며 "머지않아 웃을 날이 돌아올 것"이라며 "니가 무슨 죄가 있노? 우리 대한민국을 돕고 세상 사람들을 다 건강하게 도와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기림일'은 1991년 8월 14일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최초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증언한 것을 기리는 날이다. 2012년 '제11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의'에서 매년 8월 14일을 '세계 위안부 기림일'로 지정했다. 한국에서는 2017년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호·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면서 이날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했다. 정부에 등록된 피해자는 모두 240명으로, 이들 중 6명만이 생존해 있다. 대구경북지역에 생존 피해자는 이용수 할머니와 포항 박필근(97) 할머니 2명이다.
(사)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은 오는 14일 기림의 날 당일 오후 7시 30분 수성구 수성동 한영아트센터 안암홀(달구벌대로 2327)에서 '할머니께 바치는 위로와 희망의 노래'음악회를 연다. 또 오는 14일까지 희움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중구 경상감영길 50)을 무료 개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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