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처음으로 피해 사실을 공개 증언한 지 34년이 흘렀다.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 이후 전국의 생존자들이 잇따라 피해 사실을 알리면서 국제 사회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알려졌지만, 여전히 일본 정부는 진정한 사과와 손해배상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
그 동안 피해자들은 세상을 떠났다. 정부에 등록된 피해자 240명 중 이제는 6명밖에 남지 않았다. 대구경북에는 올해로 아흔일곱 살 이용수·박필근 할머니 두 분만이 생존해 있다. 피해자들은 "남은 시간이 없다"며 "문제 해결"을 외치고 있다.
13번째 일본군 '위안부' 기림의 날을 앞두고, 대구에서 김학순 할머니의 용기있는 증언을 기억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기림의 날'을 지정해 운영한다.
(사)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은 오는 9일부터 15일까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주간을 운영한다고 1일 밝혔다.
시민모임은 오는 9일 오전 11시 중구 2.28중앙기념공원 앞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기념식을 연다. 행사는 대구경북지역 피해 생존자인 이용수·박필근 할머니의 근황 보고와 추모사 낭독, 헌정 공연, 헌화 등으로 구성됐다. 이날 행사에 이 할머니는 직접 참석한다.
근황 보고는 할머니들의 건강 상태 등을 알릴 계획이다. 특히 지난 5월 경북 포항에 있는 박필근 할머니의 집 앞에서 극우단체가 집회를 연 것에 대한 대응 경과보고도 함께 한다. 추모사는 평화의 소녀상이 있는 대구여자상업고등학교 학생이 할 예정이다.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당일에는 피해자들을 위로하는 음악회가 열린다. 오는 14일 오후 7시 30분에는 수성구 수성동 한영아트센터 안암홀(달구벌대로 2327)에서 '할머니께 바치는 위로와 희망의 노래' 음악회를 연다.
수요시위 등 항상 앞에서 목소리를 내고 용기 있는 모습으로 나선 할머니들을 시민들이 먼저 위로하겠다는 취지다. 이날 이용수 할머니도 노래로 화답할 예정이다. 또 기림의 날 주간 동안 희움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중구 경상감영길 50)도 무료로 개방한다.
행사를 후원하는 대구시는 당초 기림의 날에 예산 500만원을 지원했으나, 올해 처음으로 1,000만원으로 증액했다. 기념식뿐 아니라 음악회 등 부대행사도 함께 열었으면 좋겠다는 이유다.
주최 측은 "수십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지만, 대구지역 단체장들은 한 번도 기념식에 방문한 적이 없다"며 "행사에 참석해 문제 해결 의지를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때문에 현재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에게 기념식 초청장을 보낸 상태다. 대구지역 국회의원들에게도 초청장을 발송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혁수 (사)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 대표는 "지방에서 유일하게 위안부 역사관이 있는 대구지만, 중요한 행사가 주목을 거의 못 받고 있다"면서 "피해자들이 건강하게 계신 곳이 대구와 경북에 두 분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번 행사에는 단체장들이 참석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여성가족과 관계자는 "현재 위안부 기림의 날 기념식 행사를 한다고 보고가 된 상태"라고 밝혔다.
'기림일'은 1991년 8월 14일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최초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증언한 것을 기리는 날이다. 2012년 '제11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의'에서 매년 8월 14일을 '세계 위안부 기림일'로 지정했다. 한국에서는 2017년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호·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면서 이날을 국가기념일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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