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시민 500여명이 "기후위기를 넘어 기후정의로 나가자"며 도심을 행진했다.
'2025 대구기후정의행진 조직위원회'는 6일 오후 중구 2.28기념중앙공원에서 '대구기후정의행진'을 벌였다. 조직위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 생명평화아시아, 대구환경교육센터,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진보당·기본소득당·정의당 대구시당 등 68개 시민사회단체·노동계·진보정당이 참여한다.
2.28기념공원에서 시작해 CGV대구한일, 동성로28아트스퀘어(옛 대구백화점 앞), 중앙파출소 삼거리를 거쳐 2.28기념공원까지 1.5km를 행진했다. 주최 측 추산 시민 500여명이 행진에 참여했다.
이날 행진의 컨셉은 사람들에게 버려진 동물들이 모여 힘을 합쳐 음악대를 만들기로 하는 내용의 고전동화 '브레멘 음악대'였다. 북극곰과 개, 고양이, 바다거북이, 코끼리, 닭 탈을 쓴 사람들이 마이크를 잡고 동물들이 처한 멸종과 학대, 해양쓰레기 등의 문제를 알렸다.
시민들은 각자 박스 폐지와 폐현수막을 찢어 만든 피켓을 들고 나왔다. "지구는 하나, 생명도 하나", "한번 사라지면 영영 못봐요. 지켜주세요", "난개발 중단, 생태계 보존", "일회용품을 줄이자" 등 기후위기 심각성을 알리고 대응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특히 옛 중앙파출소 앞에서는 '다이인(Die-in. 시위 참가자들이 공공장소나 거리에서 죽은 것처럼 누워 있는 것) 행동'을 벌였다. 기후위기로 생명과 존재가 소멸 위기에 처했다는 것을 경고하는 의미다.
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은 폭염과 폭우, 가뭄 등 재난이 해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와 지자체가 기후위기 원인이 되는 온실가스 배출 감소와 탄소중립을 위한 강제성 있는 정책을 펼쳐주기를 바랐다.
시민 이수민(26)씨는 "요즘 너무 덥기도 하고, 폭우와 가뭄을 보면서 기후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행진에 참여하게 됐다"며 "정부와 지자체는 기후정책을 더 연구해야 하고, 기업도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윤민(51)씨는 "대구가 예전보다 더 덥고 습해진 것 같다"며 "아이들이 여름에도 나가 놀지 못하고 에어컨 밑에서 활동해야 하는 것이 힘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어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쪽방 거주민 등 기후위기 취약계층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도 문제"라며 "지자체가 꼼꼼하게 이들을 보살피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권지향(47)씨도 "지금 입추(立秋)가 지났는데도 여전히 덥고, 올해는 특히 온열질환 때문에 안 좋은 소식들이 너무 많이 들린 것 같아 행진에 나오게 됐다"면서 "정부와 지자체는 기후위기를 생존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탄소 배출이나 에너지 문제 등에 대해 강제성이 있는 강한 정책들을 펼쳐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행진에 앞서 2.28기념중앙공원에서 금호강 팔현습지 보도교 건설, 미군기지 환경 오염 문제, 낙동강 녹조, 시민이 바라는 환경정책 투표 등을 주제로 한 18개 부스를 운영했다.
부스들 중 '무배당 기후위기 바로행동 보험' 코너가 눈에 띠었다. 보험에 가입하면 기후위기로 인한 불편함을 호소할 경우 보상해준다는 가상 보험이다. 대신 보험료는 돈이 아니라, 음식물 남기지 않기, 대중교통 타기 등 일상 속 환경을 지키기 위한 행동을 실천하는 것이었다.
지속가능을 주제로 한 비영리단체인 '더커먼크루' 강경민(39) 대표는 "미래에 예상되는 손해를 미리 대비하기 위해 보험을 가입하는데, 그런 관점에서 기후위기로 인한 일자리나 식량 문제를 미리 예방하자는 주제"라며 "보험을 가입하는 사람은 동시에 보험설계사가 되는데, 많이 가입시킬수록 기후위기를 늦출 수 있으니 함께 공동의 미래를 함께 보장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어진 집회에서는 ▲에너지·교통·주거·교육·돌봄·생명 등 차별 없는 기본 권리 보장 ▲탈석탄·탈핵 실현, 공공중심 재생에너지 전환 ▲노동자의 생명과 권리 보호, 정의로운 전환 실현 ▲금호강, 팔현습지 등 지역 생태계 보전, 무분별한 개발 중단 ▲시민과 지역사회의 기후-생태 정책참여 확대 ▲기후-생태 배움터와 공동체 마련을 위한 지원 등 6대 요구안을 다룬 결의문을 낭독했다.
조직위는 결의문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면 탄소 배출량이 많은 화석연료와 핵발전을 멈춰야 한다"며 "핵발전은 사고와 폐기물 문제로 미래 세대에 부담을 떠넘긴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구의 주요 생태 공간인 금호강과 팔현습지는 무분별한 개발로 훼손될 위험에 놓였다"면서 "자연을 희생하는 개발은 진보가 아닌 퇴보다. 개발을 멈추고 지역 생태계를 기반으로 한 지속가능한 도시로 전환하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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