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금호강 팔현습지 보도교 공사를 환경부가 강행하자, 지역 환경단체가 "생태계 파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에 8일 확인한 결과 '금호강 고모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 보도교 건설을 올해 안에 진행할 계획이다.
'금호강 고모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은 동구 효목동과 수성구 매호동 팔현습지 일원에 보도교를 설치하고, 슈퍼제방을 쌓는 사업이다. 전체 길이는 고모보축 3.9km, 보도교 886m를 포함한 산책로 연결도로 1.5km 등 5.5km다. 사업 발주처는 낙동강유역환경청이고, 사업비는 올해 3월 기준 304억원이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현재 최종 설계안을 만드는 중이다. 9월 중순쯤 설계안이 나오면 주민, 환경단체 등의 의견을 받은 뒤 오는 10월이나 11월 중으로 공사에 들어간다.
이를 위해 시공업체는 지난 9월 5일 팔현습지 초입에 세륜시설(자동차 바퀴를 세척하는 시설) 설치를 위해 900㎡의 풀밭을 밀어냈다. 현장에는 자갈이 쌓였고, 철근과 비계 등이 놓였다.
이에 대해 시민들과 환경단체의 항의 민원이 잇따르자,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업체 측 실수"라며 "원상 복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지난 6일부터 현장에 둔 물품들을 수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성호 낙동강유역환경청 하천공사2과장은 "보도교의 습지 이격거리나 높이 등에 관한 부분은 환경단체와 논의를 거쳐서 진행하고 있고, 최종적으로 의견을 일치시키는 마무리 단계"라며 "지난 5일 공사는 현장에서 급한 마음에 작업에 들어간 것이고, 바로 원상 복구 조치를 해놨다"고 밝혔다.
이어 "9월 중순쯤 최종 설계도를 가지고 환경단체와의 협의를 거쳐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지역 주민들의 설치해달라는 의견을 무시할 수 없고, 환경단체의 피해 최소화 요구도 충분히 다 고려해 올해 안에 착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환경단체는 "생태계 파괴"라며 "보도교 공사 철회"를 촉구했다.
'팔현습지를 지키는 예술행동'은 8일 오전 수성구 고모동 '금호강 고모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 예정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팔현습지 보도교 공사는 필요 이상의 과도한 난개발"이라며 "공사를 멈추고 생태계를 보존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지난 9월 5일 팔현습지에 포크레인과 덤프트럭이 세륜시설 공사를 하고 있었고, 이는 보도교 공사를 본격적으로 착수하겠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당일 오후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실수였다며 시설 철거 후 원상 복구를 약속했지만 이미 일부는 짓밟혔다"고 밝혔다.
이어 "팔현습지는 150년 이상 자리를 지킨 왕버들군락과 천연기념물 수리부엉이, 얼룩새코미꾸리, 수달 등 법정보호종들이 살아가는 서식처이며 철새 도래지"라면서 "야생동물 보호와 환경파괴를 막기 위해 보도교 공사를 철회하고, 서식처 보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백승현 '팔현습지를 지키는 예술행동' 행동원은 "아직 설계도가 완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낙동강유역환경청은 팔현습지 초입에 세륜시설 공사를 시작했다"며 "이에 대해 항의하자 실수였다며 원상 복구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밀어버린 풀밭을 어떻게 되살릴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명은 생명평화아시아 사무국장은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중장비를 들여와 보도교 공사를 강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면서 "우리가 바라는 것은 콘크리트 구조물이 아니라 후세에 전할 수 있는 살아있는 자연이다. 개발이 아니라 보존, 파괴가 아니라 공존이야말로 지금 인간이 선택해야 할 방향"이라고 말했다.
정의당 대구시당(위원장 한민정)도 이날 논평을 내고 "대구시가 금호강 르네상스 사업 일환인 팔현습지 보도교 건설이라는 무분별한 개발 계획을 내놓을 때부터 지역 시민사회와 인근 주민들은 반대했다"며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잔재인 금호강 르네상스 사업과 팔현습지 보도교 공사는 당장 중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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