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훼손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대구 금호강 팔현습지 보도교 공사를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보다 17억원 증액한 304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올해 안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인근에 거주하는 대구 동구지역 주민들과 환경단체는 "습지 생태계 파괴가 우려된다"며 공사를 반대하고 있다. 반면 일부 주민들은 "충분히 심의를 거쳤다"며 공사에 찬성하고 있다. 이처럼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환경부가 어떻게든 공사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앞으로 갈등이 예상된다.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청장 최종원)은 13일 오전 수성구 고산2동행정복지센터에서 '금호강 고모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 3차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이성호 낙동강유역환경청 하천공사2과장,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박춘식 금호강 산책로 연결 주민추진단장, 황치모(국민의힘.라선거구) 수성구의원을 포함해 대구시민 100여명이 참석했다.
사업 지역은 동구 효목동과 수성구 매호동을 잇는 금호강 고모지구다. 전체 길이는 고모보축 3.9km, 산책로 연결도로 1.5km 등 5.5km다. 제방을 확장해 슈퍼제방을 쌓고, 팔현습지를 따라 산책로를 조성하고 보도교를 짓는 것이 사업 내용이다. 사업 발주처는 낙동강유역환경청이고, 사업비는 304억원이다. 2년 전인 2023년 5월 2차 주민설명회 때 밝힌 사업비 287여억원과 비교하면 17억원이 늘었다.
낙동강환경청은 보도교 공사에 들어가기 전 얼룩새코미꾸리(멸종위기 1급), 큰고니, 수리부엉이(멸종위기 2급) 등 법정보호종 16종을 발견해 야생동물 피해 최소화와 조망권 훼손 등을 이유로 지난해 8월 '보도교 적정성 기술자문위원회'를 열어 설계를 변경했다.
당초 설계는 강관거더교 방식으로 교각을 110개 설치하기로 했으나 지난 2023년 5월 2차 주민설명회에서 교각 수를 줄인 아치교 형식으로 바꿨다. 하지만 아치교 방식도 교량 설치 높이가 13m 정도로 너무 높기 때문에, 조류 충돌 등을 우려해 강관거더교와 하로판형교 방식을 함께 활용하는 방안으로 수정했다. 또 보도교와 습지와의 거리를 9m~22m로 뒀으나 설계 변경을 통해 35m~60m로 늘렸다.
이 자리에서 환경단체와 보도교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낙동강환경청의 설계 공법 조정에도 "습지 인근에 보도교를 건설하면 무용지물"이라며 기존에 설치된 다리를 이용하거나, 강 맞은편 주민 거주 지역에 보도교를 설치하면 된다는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환경단체 조사에서 법정보호종 20종이 사는 팔현습지는 절대적으로 보전해야 하는 곳"이라며 "이런 곳을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게 되면 산과 강을 오가는 보호종들이 머물 수 없게 돼 생태계가 교란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조금 불편하더라도 동구 검사동에 있는 동촌해맞이다리로 강을 건너면 된다"면서 "생태적으로 건강한 습지를 훼손하면서까지 다리를 만들어야 하냐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동구 방촌동 주민 이은정(56)씨는 "금호강 근처에 사는 주민 입장에서 동구 방촌동 강촌햇살교에서 동촌해맞이다리까지 걸어 가면 10분도 걸리지 않는다"면서 "굳이 엄청난 예산을 들여 보도교를 설치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수성구 고산1동 주민 신철주(67)씨는 "교량 건설 예정지 맞은편에 보도교를 지어 망원경을 설치하면 환경파괴도 적어지고 야생동물도 관찰할 수 있지 않냐"고 물었다.
반면 보도교 건설에 찬성하는 주민들은 금호강과 야생동물 보호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낙동강환경청이 환경파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공법을 바꿨기 때문에 반드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춘식 금호강 산책로 연결 주민추진단장은 "아무리 좋은 환경도 사람이 보지 않고 느끼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보전도 중요하지만 적절한 타협을 통해 서로 조화롭게 사는 것이 현명한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정우(52) 고산2동 주민자치회 간사는 "주민설명회도 2번이나 거쳤고, 대구환경청에서 '거짓·부실 검토위원회'도 열린 것으로 안다"면서 "금호강이 소중하고 귀한 자원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환경부에서도 환경 훼손 우려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고 공법도 바꿨다. 주민들이 좀 더 편리하게 자연을 누릴 수 있도록 이제는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민설명회 도중에는 보도교 건설에 찬성하는 주민들과 반대하는 주민들이 대립했다. 주민 의견 발표 도중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발언자 수를 놓고 찬성 측에서는 "균등한 기회를 달라"고 문제를 제기했고, 반대 측에서는 "주민 의견을 다 들어보라"고 맞섰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환경단체와 논의하면서 보도교 건설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성호 낙동강유역환경청 하천공사2과장은 "낙동강환경청이 주민 갈등을 유발하지는 않나 고민이 든다"면서 "이 사업은 2022년부터 3년 동안 답보 상태에 있고, 환경단체와도 충분히 논의를 했다"고 했다. 하지만 "낙동강환경청 입장에서는 이미 진행해 온 사안을 당장 중지하고 안 하겠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며 "환경단체와 논의하며 올해 안에 공사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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