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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버들과 물억새의 집 '대구 팔현습지'...아름다운 식생 353종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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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환경연 '팔현습지 식생조사'
화랑교~수성구 가천잠수교 5km
식물상 353종, 단위식생 36개
"보도교 건설되면 생태계 절단"
"대구 생태축, 국가습지 지정" 촉구
환경청 "환경 피해 최소화 논의"
수성구 "사유지, 천연기념물 어렵다"

버드나무와 돌나물, 기린초, 큰고랭이, 느티나무, 졸가시나무, 달뿌리풀, 왕버들, 물억새, 상수리나무. 팔현습지에 사는 식구들이다. 이들의 집인 팔현습지는 푸른 숲과 아름다운 꽃들로 북적거린다. 

대구 수성구 팔현습지에 있는 물억새군락 / 사진 제공.대구환경운동연합
대구 수성구 팔현습지에 있는 물억새군락 / 사진 제공.대구환경운동연합
팔현습지 수중식생 대가래군집 / 사진 제공.대구환경운동연합
팔현습지 수중식생 대가래군집 / 사진 제공.대구환경운동연합

환경부가 보도교 공사를 하고 있는 대구 팔현습지에 대해 지역 환경단체가 "핵심 생태축"이라며 "국가습지 지정"을 촉구했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25일 오전 수성구 전교조 대구지부 강당에서 '금호강 팔현습지 물길 식물·식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김종원 전 계명대 생물학과 교수가 식생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2025.2.25)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환경단체는 지난해 5월부터 11월까지 7개월 동안 금호강 팔현습지 일대 총면적 220만2,113㎡(66만6,100여평)에서 식생 조사를 진행했다.

연구 총괄과 집필은 김종원 전 계명대 생물학과 교수가 맡았다. 현장 식생 조사는 이정아 식생&생태연구소 소장(계명대 식물학 박사),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등이 진행했다.

금호강 하류인 동구 방촌동 화랑교에서 수성구 가천동 가천잠수교까지 5km 금호강 물길을 따라 식물상과 식물 군락 등 현존식생을 조사하고, 대상지에 대한 학술 논문과 보고서 등을 검토했다.

금호강 팔현습지 왕버들숲(2023.8.21)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금호강 팔현습지 왕버들숲(2023.8.21)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그 결과 353종의 식물상이 나왔다. 이 중 제내지(제방 보호를 받으며 사람이 거주하는 쪽)는 초본(草本) 81종, 목본(木本) 62종 등 모두 143종이고, 제외지(제방 안쪽)는 초본 20종, 목본 39종 등 모두 259종이었다.

또 조사 권역인 수변과 범람원, 인공제방, 하식애 등에서 왕버들-버드나무 군락, 돌나물-기린초군락, 큰고랭이군집 등 36개 단위식생도 발견했다.

환경단체는 식생 조사 결과 팔현습지가 다양한 식물들이 살고 있는 동대구의 핵심 생태축이라며 "보도교 공사를 중단하고 국가습지로 지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팔현습지는 최고차 포식자들의 핵심 서식처로 하식애 구간 급경사 비탈과 수충부 구간 구조의 숨은 서식처에 대한 합법적이고 절대적 보존이 요구된다"며 "환경부의 핵심 서식처 관통 보도교 건설은 기관 존재가치를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숨은 서식처를 포함한 팔현습지 일대의 생태계 가치 보존과 생태 탐방 요구를 수용하기 위한 응급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동대구 핵심 생태축인 팔현습지 일대 생태계 건강성과 연결성을 위한 인근 수성파크골프장의 재자연화가 절박하다"고 강조했다.

향후 과제로 ▲국가 습지 보호지역 등재 ▲하식애 천연기념물(자연유산) 추진 ▲탐방 지도자·시민과학자 능력 배양 프로그램 운영 ▲시민 참여형 팔현습지 활용방안 구축 ▲장기 생태 모니터링 시스템 운용 ▲통합관리 전략 구축 등을 제시했다.

'금호강 팔현습지 식생조사 발표회'...(왼쪽부터)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김종원 전 계명대 생물학과 교수, 정경은 수성구의원(2025.2.25)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김종원 전 계명대 생물학과 교수는 "팔현습지는 국가 습지 보호지역으로 '습지보전법'에 명시된 모든 것들을 갖추고 있다"며 "이 자리에 교각을 놓게 되면 야생동물의 서식지 자체가 절단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야생동물들과 사람이 어우러지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면서 "팔현습지에 있는 수성파크골프장도 이전하는 등 재자연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달성습지, 안심습지와 함께 대구 3대 습지인 팔현습지는 도심 가까이에 있지만 생태가 잘 보전된 곳"이라며 "잘만 보전되면 인간과 야생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모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생태적 단절을 일으키는 교량이 들어서면 많은 기능들이 일거에 사라진다"면서 "예산을 충분히 투입해 예전 지형을 복원하면 국가습지로 충분히 지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팔현습지 안에 산책로 공사 예정지를 따라 노란 깃발이 설치됐다. (2023.8.21)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팔현습지 안에 산책로 공사 예정지를 따라 노란 깃발이 설치됐다. (2023.8.21)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낙동강환경청은 보도교 설치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역 주민이나 환경단체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낙동강유역환경청 하천공사2과 관계자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와 거짓부실검토위원회에서 이미 사업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왔다"면서 "지역 주민들은 보도교 설치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3월 초쯤 보도교 설치와 관련한 주민설명회도 가질 예정"이라며 "공사 철회는 하지 않지만,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수성구청 문화관광과 관계자는 "전문가들과 함께 팔현습지 일대를 답사했다"며 "야생동물이 많이 살기 때문에 서식지로 적합하다는 의견을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환경단체에서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라는 하식애 구간이 사유지라서 소유주들에게 의견을 물었으나 동의를 얻지 못했다"면서 "소유주들에게 강요할 수는 없어 천연기념물 지정을 건의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은 동구 효목동~수성구 매호동에 금호강 고모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을 하고 있다. 예산 300여억원을 들여 전체 길이 고모보축 3.9km, 산책로 도로1.5km 등 5.5km 구간에 공사를 한다. 제방 길이와 폭을 넓혀 슈퍼제방을 쌓고, 금호강변에 보행교를 지어 산책로를 조성한다. 

하지만 환경단체는 보도교 건설에 대해 "생태계 파괴"라며 반발하고 있다. 낙동강환경청은 지난해 11월부터 보도교 공사를 중단했다. 낙동강환경청은 보도교 교각 수를 줄이는 방안 등 환경 파괴 최소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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