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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훈한 새벽 인심, 달성공원 '반짝시장'
<새벽을 여는 사람들⑧> "빼줄게", "고마 됐심더"...이른 아침에 북적, 8시면 '떨이'
2011년 03월 09일 (수) 17:40:31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pnnews@pn.or.kr

 

- "자, 1천원 빼줄게 커피 값 하이소"
= "고마 됐심더. 두부 한모 더 주이소"

이른 새벽녘부터 시장에 감도는 인심이 후하다. 손님보다 먼저 "가격을 깎아 준다"는 상인과 "깎지 말고 두부나 한모 더 달라"는 손님 사이에 훈훈한 흥정이 벌어진다. 9일 새벽 달성공원 반짝시장을 찾았다.

새벽 5시, 이미 여러 명의 상인들이 장사준비를 하고 있었다. 꽃샘추위가 찾아온 탓인지 곳곳에서 상인들이 작은 양철통에 장작을 넣고 불을 피우고 있었다. 모닥불 주위로 상인들과 운동하러 나온 주민들, 손님들이 잠깐씩 몸을 녹였다.

   
▲ 3월 9일 찾은 달성공원 반짝시장. 매일 새벽 5시부터 아침 9시까지 이곳에 장이 선다. 이른 새벽 장사준비를 마친 상인들이 모닥불 옆에서 몸을 녹이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2000년대 초반, 상인들 모여 자연스럽게 형성된 시장

이곳은 10여년 전부터 상인들이 하나둘 씩 모여들어 자연스럽게 형성된 시장이다. 상인들도 시장이 생긴 시기를 정확히 모른다. 매일 새벽 5시부터 아침 9시까지 4시간가량 열린 뒤 사라진다고 해서 '반짝시장'이라고 불린다. 어느덧 지역에서도 꽤 유명해졌다.

반짝시장이 생기기 훨씬 전부터 이곳에서 과일을 팔아온 조은규(62)씨는 "20년 전 이곳에 처음 왔을 때는 상인들이 아무도 없었다"며 "2000년대 초반부터 갑자기 상인들이 몰려들더니 어느덧 시장이 생겼다"고 말했다.

90년대 후반부터 이곳에서 두부와 묵, 옥수수를 팔아온 이춘수(53)씨는 "처음 장사를 시작했을 때 새벽운동 나온 주민들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두부를 너도나도 사가는 바람에 불티나게 팔렸다"며 "그때부터 소문이 나기 시작해 상인들이 모여들었다"고 말했다.

   
▲ 20년째 반짝시장에서 과일을 팔아온 조은규(63)씨가 자전거를 타고 온 손님에게 과일을 팔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베드민턴 라켓 멘 주부,  택시기사... "대부분 단골손님"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주로 새벽운동을 나온 인근지역 주민들과 야간 일을 마친 뒤 반찬거리를 사러온 단골손님들이다. 또, 다른 지역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들도 있다.

새벽 5시 반쯤 서구 평리동에서 두부와 묵을 사러 왔다는 한 40대 남성은 "동네주변에 두부와 묵을 파는 가게가 없다"며 "두부와 묵을 좋아하는 아버님에게 사드리려고 시장에 나왔다"고 말했다.

6시쯤 되자 시장주변을 지나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달성공원에 운동하러온 사람들과 반찬거리를 사러온 주부들로 시장이 붐볐다. 베드민턴 라켓을 메고 작은 손수레를 끌고 나온 아주머니들과 유모차에 반찬거리를 담아가는 할머니들의 모습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야간운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곳을 찾은 택시기사들과 자전거를 타고 나온 노인들도 있었다.

4년 전부터 청국장과 메주, 땅콩을 팔아온 이모(51.여)씨는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사람들은 정해져 있다"며 "매일 이곳을 찾는 단골손님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또 "근처 시장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들도 많이 찾는다"며 "가격이 저렴해 이곳에서 식재료를 사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 과일과 채소, 두부와 묵, 떡과 청국장을 비롯한 다양한 종류의 상품이 가지런히 펼쳐진 새벽 반짝시장의 모습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 새벽시장을 찾은 손님들과 물건을 파는 상인들의 모습. 아침 7시 30분부터 8시까지 손님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잠깐 열렸다 사라지는 시장. 그만큼 싸게 팔아야"

새벽부터 손님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다른 시장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상인들의 인심도 후한 편이다. 과일을 파는 조은규씨는 "다른 시장에 비해 새벽에 잠깐 3~4시간 정도 생겼다 사라지는 시장이기 때문에 싸게 팔아야 그만큼 많이 팔 수 있다"고 귀띔했다.

운동도 할 겸 아침 반찬거리를 사러 나왔다는 한 50대 주부는 "다른 데 비해 가격도 싸고 싱싱한 물건이 많아 자주 온다"며 "필요한 만큼 조금씩 사갈 수 있어 부담도 없다"고 말했다. 또 "상인들이 정이 많아 단골손님들에게 작은 것 하나라도 더 챙겨주기 때문에 좋다"고 말했다.

가격이 저렴한데다 잠깐 동안 열리는 반짝시장의 특성상 대부분의 상인들은 이곳에서 장사를 마감한 뒤 다른 시장으로 자리를 옮겨 장사를 계속하는 경우가 많다. 반짝시장을 부업으로 삼는 셈이다. 배추와 파, 마늘을 비롯한 채소를 파는 한 50대 상인은 "원래 안지랑네거리 근처 난전에서 장사한다"며 "반짝시장에서 마수걸이를 한 다음 원래 있던 시장으로 자리를 옮긴다"고 말했다.

   
▲ 달성공원 담벼락을 따라 길게 늘어선 반짝시장과 이곳을 찾은 사람들의 모습. 운동을 하러나온 사람들과 물건을 사러온 손님들로 뒤섞여있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 아침 7시 30분쯤,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떨이"를 외치는 상인들과 저렴한 가격에 얼른 물건을 사고 돌아가려는 손님들로 시장이 북적댔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아침 7시 30분쯤 되자 시장에 활기가 넘쳤다. 한 상인이 "떨이"를 외치자, 다른 상인들도 연이어 목청을 높였다. 파장을 앞두고 조금이라도 물건을 더 팔려는 상인들과 저렴한 가격에 장을 보고 얼른 집에 돌아가려는 손님들로 뒤섞여 시장이 북적댔다. 3천원하던 귤 한 소쿠리와 파 한 단 가격이 2천원이 되고, 상인들은 비닐봉지에 사과와 양파 한 두 개씩을 더 담아주기도 했다.

손님들이 부쩍 줄어든 8시 반쯤 상인들이 장사를 마감하기 시작했다. 펼쳐놨던 물건들을 트럭에 싣고 이내 사라졌다. 9시쯤 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고요한 정적과 지저귀는 새소리만이 달성공원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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