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성일 사태' 보도의 특이한 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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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보 보도에 '사실'보다 '사설' 먼저, … TK 감싸기?


'문화계 불신' 증폭

<사>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이사장 강신성일) 업무추진비 거액 횡령과 파행 운영으로 요약되는 ‘강신성일 딤프 이사장 사태’ 보도가 갈짓자(之)를 보도를 연출하고 있는 동안 문제의 장본인 강신성일 이사장은 어물쩍 사태를 유야무야 하려 하고 있다. 70~80년대 소수 집단이 무소불위 작태를 부리며 권력을 오로지 한 ‘TK공화국’ 또는 ‘경북마피아’ 시절에서나 있었음직한 작태가 아닐 수 없다. ‘문화도시 대구’의 근간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문화계 불신’ 사태가 왜 이렇게 증폭됐는지, 과연 대구문화계에 장래성은 있기나 한 것인지 관련 보도의 궤적을 통해 살펴본다.

'강신성일 사태' 특징

언론보도에 나타난 강신성일 딤프 이사장 업무추진비 거액 횡령 사건의 특징은 ①엄연한 부정부패 사건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긴, 또는 한 부문/행사와 관련해서만 관심을 보인 언론의 안이한 환경감시 시각, ②그로인해 노정한 언론의 갈짓(之)자 보도 양상, ③시대를  역행하는 듯한 대구시의 감싸기 분위기로 요약할 수 있다.

따라서 강신성일 이사장 사태가 대구시민에게 전달되는 이미지는 언론의 보도에 달렸다. 그런 점에서 그동안 언론보도의 궤적을 표로 정리하면 대체로 다음과 같다.

이 표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강신성일 사태’의 핵심은 강신성일 이사장의 업무추진비 거액․장기 위반사용, 딤프 집행위원장 후임체제 선정의 불투명성, 이로 인한 대구문화계 불신 증폭이다.

사실보도 보다 사설 앞서

강신성일 보도가 ‘갈짓(之)자’라고 규정할 수 있는 것은, 웬만한 보도는 사실 보도를 먼저 하고 그 다음 그 사건의 파장에 따라 사설/해설/기고 등 의견기사를 내보내는 게 상례인데 강신성일 사태 보도 경우 강신성일 사태와 직접 이어져있는데도 그런 배경을 전혀 알 수 없이 다뤄 맥락을 잃은 ‘사람들’ 동정 보도가 나온 뒤 느닷없이 사설이 나오고 이어서 인쇄매체의 사건보도, 다시 한 달 쯤 지난 뒤 공중파 TV의 보도, 문화계비평 형식의 연성보도가 이어진 점이다. 그 결과 관심 있는 문화계 관계자들, 또는 측근을 제외하면 강신성일 이사장 사태를 일반인들은 당연히 제대로 알 수가 없었다.

핵심은 혈세 '횡령'

먼저 강신성일 사태가 불거진 단초를 언론보도를 통해 보자.
매일신문은 강신성일 딤프 이사장이 ‘판공비(를) 과다사용’했다고 했으며 영남일보는 ‘업무추진비 과다사용 및 유용/전용’ 했다고 보도했다. 딤프의 감사 2명이 확인한 강신성일 이사장의 업무추진비 과다사용과 위반행위 내역은 다음과 같이 매우 구체적이다.

<영남일보> 2011년 12월 30일자 7면(사회)
<영남일보> 2011년 12월 30일자 7면(사회)
영남일보가 관련서류를 확인한 결과, 신 이사장이 대구뮤지컬 축제 이사장으로 선임된 2009년 1천2백만원의 업무추진비가 예산으로 책정됐지만, 신 이사장은 실제로는 1천430만원을 사용했다. 작년(즉 2010년)에는 1천8백만원이 이사장 활동비로 책정됐지만 5천만원 이상을 썼다. 게다가 차량수리비, 병원비 등 법인의 업무와는 무관한 사용내역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 이와 관련 대구뮤지컬 감사 2명은 이달 초 신 이사장의 업무비 사용 등을 이유로 사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들은 이사장의 업무추진비 과다사용 및 위반사용을 지적하고 시정을 권고했지만 감사직을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영남일보, ‘신성일 업무추진비 전용 물의’)

강 이사장은 2010년 책정된 활동비 1천800만원을 훨씬 초과한 5천만원 이상을 사용했다. 여기에는 차량수리비와 병원 진료비를 비롯, 면세점 및 헬스클럽 이용과 관련된 비용 등 법인 업무와는 무관한 내역이 포함됐다. (영남일보, “언제까지 ‘유감 표명’만 하고 버틸 겁니까”)


<영남일보> 2012년 1월 30일자 23면(문화)
<영남일보> 2012년 1월 30일자 23면(문화)

여기서 강신성일 이사장의 ‘업무추진비 전용/유용/과다 사용/위반 사용 ’했다는 언론보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성격을 먼저 국어사전적으로 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과다사용-일정한 목적이나 기능에 맞게 써야 할 것을 너무 많이 씀.
전용-예정되어 있는 곳에 쓰지 아니하고 다른 데로 돌려서 씀.
유용-「1」남의 것이나 다른 곳에 쓰기로 되어 있는 것을 다른 데로 돌려씀.「2」세출 예산에 정한 부(部), 관(款), 항(項), 목(目), 절(節)의 구분 가운데 목과 절의 경비에 관하여 각각 상호 간에 다른 데로 돌려쓰는 일.


강신성일 이사장의 업무추진비 사용과 관련해 딤프 감사들이 지적한 내용은 국어사전적으로는 유용 「1」「2」에 해당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자만 그것으로는 모자란다. 대구뮤지컬축제는 ‘시민의 세금이 투입된 축제’로 운영되는 것으로서 그 ‘금전적·도덕적 투명성은 생명과도 같다.’(영남일보 “언제까지 ‘유감 표명’만 하고 버틸 겁니까”)는 바로 이 점에 주목한다면 일반인의 법 감정에 비추어 볼 때 강신성일 이사장의 ‘업무추진비 전용/유용/과다사용/위반사용’은 시민 혈세를 사용(私用)한 것으로서 횡령과 다름없다(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이〔횡령(橫領)-공금이나 남의 재물을 불법으로 차지하여 가짐.〕으로 풀이하는 것과 언론이 보도한 강신성일 이사장의 위반사용 내용과 무엇이 다른가?).

TK 기득권 특권의식

즉, 강신성일 이사장 업무추진비 관련 사태를 언론은 이런저런 수사를 사용해 에둘러 보도했지만 시민혈세를 개인의 쌈짓돈 쓰듯 썼고, 그것도 큰 규모로 장기간에 걸쳐 저질렀다는 점에서 그 근본은 특권의식에 젖은 부정부패인 것이다.

둘째, 강신성일 이사장의 딤프 파행 운영, 구체적으로 불투명한 운영을 언론은 다음과 같이 보도한다.

<매일신문> 2011년 12월 23일자 29면(사람들)
<매일신문> 2011년 12월 23일자 29면(사람들)
①'감사 2명 외에 이사 1명도 사퇴의사를 표명했다. 지난 8월 배성혁 대구뮤지컬축제 집행위원장이 사퇴한 것도 신 이사장과의 갈등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영남일보, ‘신성일 업무추진비 전용 물의’)

②대구뮤지컬페스티벌은 22일 오후 DIP(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 4층 회의실에서 대구뮤지컬페스티벌 이사회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대구뮤지컬페스티벌은 당초 이날 이사회에서 새 집행위원장을 선출하려고 했으나 의사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대구뮤지컬페스티벌 강신성일 이사장의 권한으로 박 회장을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에 위촉한 것. 이로써 배성혁 전 집행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로 인해 4개월을 끌어온 집행위원장 공석 사태는 일단 마무리됐다.(매일신문, ‘박현순 대구연극협회장, 딤프 집행위원장 대행 맡아’)

③대구 국제뮤지컬페스티벌 조직위원회가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조직위는 최근 공석인 집행위원장을 대행으로 선임했다. 지난 8월 전임 집행위원장이 사퇴한 지 4개월여 만이다. 대행인 이유는 집행위원장 선임은 이사회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지난주 열린 이사회가 정족수 미달로 무산됐기 때문이다. 17명의 이사 중 이날 이사회에는 강신성일 이사장을 포함해 단 2명만이 참석했고, 6명은 위임장을 제출했다. 이에 강 이사장은 내년도 행사 준비를 이유로 직권으로 자신이 추천한 세 명 중 한 명을 대행으로 임명했다.(매일신문, ‘파행 중인 대구 국제뮤지컬페스티벌 조직위원회‘)


<매일신문> 2011년 12월 27일자 사설
<매일신문> 2011년 12월 27일자 사설

딤프 파행운영의 내용

이것을 요약하면 ①딤프의 배성혁 전임이사장 사임은 강신성일 이사장과의 갈등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으며, ②강신성일 이사장은 자신을 보함해 이사 2명(6명은 위임장 제출)이 참석, 정족수가 미달한 이사회에서 자신이 추천한 세 명 중 한 명을 집행위원장(대행)으로 위촉했다.

이사장-전임 집행위원장 갈등설은 사실여부를 가리기가 힘들어 독자들은 그저 배경으로 참고할 수밖에 없겠지만 정족수 미달의 파행이사회에서 국제적인 시선이 쏠린 대구국제뮤지컬축제의 실무 사령탑이라고 할 수 있는 집행위원장을 자신의 사람으로 선정(위촉)했다는 것은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주장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불투명하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는 대목이다.

강신성일 이사장의 이런 행동들은 문화도시대구를 표방하고 각종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문화도시 대구를 만들어가야 할 책무를 짊어진 부문별 수장의 행동으로서는 매우 파행적이고 자의적이다. 그래서 매우 부족하다.

'유감표명' 만으로 '흐지부지' 속셈

그러면 어떻게 강신성일 이사장은 언론보도와 같이 문화계의 비판 속에서도 자리를 보전하는 것은 물론이고, 극소수 이사회에서 집행위원장 대행을 선임(위촉)하고, 나아가 8명의 이사들만이 모인 자리(2012년 1월 26일)에서 형식적인 유감표명 만으로 사태를 흐지부지 하려고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점이 의문이 아닐 수 없다(대구MBC는 1월 22일 보도에서 ‘딤프는 이달 말에 이사회를 열어 불거진 문제들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이날 이사회에 의미를 부여해 파행과 정상화의 갈림길‘이 될 것으로 예상하는 보도를 하기까지 했다).

대구MBC 뉴스데스크(2012.1.30)
대구MBC 뉴스데스크(2012.1.30)

축소지향 '관변 속셈' 행간 읽기

이 점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보도의 행간에 유념할 수밖에 없다. 즉, “(업무추진비) 과다 지출하셨고, 맞지 않는 항목이 틀림없이 있습니다. 어쨌든 최종 책임은 이사장님한테 있는 거니까.”라고 대구MBC가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관계자의 주장을 인터뷰로 확인한 것과 같은 문제점을 사표를 낸 딤프의 감사들이 이미 제시했지만, 대구시 관계자(홍성주 과장/대구시 문화산업과)는 “이사장님 업무추진비 같은 경우에는 자체 수입으로 썼는 분야가 있습니다. 그렇지만은 이 모든 것이 이사장과 이사들의 소통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대구MBC 위 보도의 인터뷰).

다시 말해 강신성일 이사장의 업무추진비 과다/위반사용(즉 횡령)과 딤프 파행 운영을 이사들 간의 소통 문제쯤으로 축소해버리고 있는 것이다(‘이사장님 업무추진비 같은 경우에는 자체 수입으로 썼는 분야가 있'다는 말은 시민 혈세가 아닌 것도 있다는 말로 비치는데, 그렇다면 딤프의 자체 수입금이라도 마음대로 꺼내 개인용도로 써도 된다는 말인지?). 또 대구시는 사태가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는데도 딤프가 법인이란 이유로 팔짱을 끼고 있다고 안이한 자세를 언론보도는 지적했다.

일반 독자․시청자 입장에서 보도의 행간을 읽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뿐더러 박정희-전두환 군사정권 시절의 언론통제 상황도 아닌 현재시점에서 독자․시청자들이 정보를 행간을 통해 얻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것은 언론보도를 관계자들의 전유물로 보기 때문은 아닐까?

'내부문제'로 유도 분위기...기이한 느림보 보도

강신성일 이사장 사태 관련 보도 내용의 추이를 보면 문제점은 속 시원히 해결되지 못하고 ‘내부문제’ ‘이사들 소통문제’ 정도로 유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배경은 강신성일 이사장의 위상(학연, 지연, 정치적 끈 등)을 대구시 담당관이나 대구시가 무시할 수 없는 분위기에서 찾을 수 있겠는데 만일 그렇다면 대구의 문화계가 발전하기는커녕 최소한의 쇄신조차도 학연, 지연, 정치적 끈 등에 묶일 수밖에 없고 대구문화계에 대한 불신은 커질 수밖에 없다. 또 부정부패를 내부에서 지적하거나 고발하는 시민적 용기는 ‘그러다가 다친다’는 분위기 속에서 주저앉을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강신성일 이사장 사태는 딤프 집행위원장 대행체제의 출범이라는 매일신문의 동정보도에서 영남일보의 사실보도 제1보까지 1주일이 걸렸고 공중파TV(대구MBC)의 사실보도까지는 근 1개월이 걸렸다. 정말 기이한 느림보 보도 양태가 아닐 수 없다. 해당 언론사는 최선을 다해서, 또는 더 이상 공론화를 늦출 수 없다는 시각에서 그렇게(그 시점에서) 보도했으리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독자, 시청자들 입장에서 보면 대구언론사들의 기이한 보도 구조로 인한 느림보 보도로 알 권리를 유보당했다. 이 같은 상황을 확실히 시정할 수 있는 대안은 언론 종사자의 깨어 있는 보도시각/자세에서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TK' 요지부동 시사...시민언론 자세보다 특권적 폐쇄성

한편 강신성일 딤프 이사장 사태는 그 구조적인 면에서 부정적인 ‘TK’ ‘경북마피아’ 체제(배타적 기득권 체제)가 SNS 소통의 시대라는 요즘에도 대구지방 일각에 요지부동임을 시사했다. 또 언론의 보도가 지리멸렬 한 것도 냉정히 따지고 보면 이 문제와 관련해 환경감시․의제설정 기능에 대구의 언론매체들이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접근했다기보다 지나치게 개별적이었거나 축소지향적이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5개월 앞으로 다가온 뮤지컬축제나 투란도트 해외 공연 등과 관련해서 이 문제를 짚어 의제화한 점에서).

강신성일 이사장 사태 관련 보도는, 사태를 공론장에 올려 독자․시청자들의 여론에 맡기려는 시민언론의 자세보다는 사태 다루기(정보, 즉 문제제기․해석․의미부여)를 언론을 포함한 특정 서클의 전유물로 여기는 특권적 폐쇄성을 내비쳤고 그 배경에 낡고 부정적인 ‘TK’ ‘경북마피아’의 회색 그림자가 언뜻거렸다는 점에서 미래지향적이어야 할 대구의 언론․문화는 물론 사회와 관련해서도 우울한 보도였다.






[평화뉴스 - 미디어 창 171]
여은경 / 대구경북민주언론시민협의회 사무처장. 전 대구일보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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