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사르를 통해 구현된 로마,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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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완 / 『로마인 이야기 - 4,5권 율리우스 카이사르』(시오노 나나미 지음 |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2007)


 로마인 이야기는 총 15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시오노 나나미는 1년에 1권씩의 책을 쓰기로 약속을 하고 15년간의 노력 끝에 1권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부터 15권 ‘로마세계의 종언’까지 대제국 로마의 시작과 끝을 로마인 이야기 15권에 걸쳐 서술하고 있다. 기원전 753년 로물루스의 로마 건국에서 476년 로마 제국의 멸망까지 1000여년의 이야기를 때로는 사건 중심의 서술을, 때로는 인물 중심의 서술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저자는 최대한 객관적인 사료를 중심으로 서술하면서도 그 사료가 존재하게 된 배경에 깊은 관심을 가지며 자신의 상상력을 가미하여 로마인 이야기를 완성하였다.

 그 중 총 15권의 로마인 이야기에서 4,5권에 해당되는 율리우스 카이사르에 대해 이야기 하려 한다. 1000여년의 로마 역사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는 로마인 이야기에서 배당되어 있는 분량으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로마인 이야기-4, 5권 율리우스 카이사르』(시오노 나나미 |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2007)
『로마인 이야기-4, 5권 율리우스 카이사르』(시오노 나나미 |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2007)

몽테스키외(프랑스의 정치 철학자, 1689~1755)
카이사르는 행운을 타고 났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이 비범한 인물이 뛰어난 소질은 많이 가지고 있었던 것은 분명하지만, 그러나 결점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며, 악덕과 무관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그는 어떤 군대를 이끌어도 승리자가 되었을 테고, 어떤 나라에 태어났더라도 지도자가 되었을 것이다.

이탈리아 일반 고등학교에서 쓰이는 역사 교과서.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자질은 다음 다섯 가지다. 지성, 설득력, 지구력, 자제력, 지속적인 의지 카이사르만이 이 모든 자질을 두루 갖추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은 율리우스 카이사르에 의해 로마의 기본 틀이 시작되었다고 이야기한다. 공감이 되는 이야기이나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가장 로마인다운 로마인이 카이사르가 아니었을까? 나는 로마인의 많은 장점들이 카이사르라는 인물에 의해 구현되었다고 생각한다. 카이사르를 통해 구현된 로마인의 모습은 다음과 같다.

 첫째 열린 사고와 관용의 정신이 그것이다. 카이사르는 폼페이우스와의 내전에서 승리하고 최고의 지위에 올라서도 정적을 죽이는 정책 보다는 함께 로마 공동체로 살아 갈 수 있는 관용을 베풀었다. 자신과의 적대적 관계인 사람들에게 마저 관용을 베푸는 로마인다운 모습을 보인 것이다. 그리고 갈리아 전쟁에서 승리한 뒤에도 패배한 민족의 전통과 문화를 인정하는 동화 정책을 폈다. 이는 자신의 민족뿐이 아니라 다른 민족의 공영을 함께 생각하는 열린 사고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 준 것이라 할 수 있다.

 둘째, 법률주의에 입각한 국가 시스템의 구축이다. 로마인의 종교는 다신교다. 그리스도교와는 달리 종교 율법으로 통치하는 사회가 아니라 철저하게 법률에 근거한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카이사르는 이러한 로마인의 특성을 잘 살려 통치의 기본을 법치주의로 삼았다. 심지어 자신이 최고의 권좌에 있으면서도 제도와 법률을 제정한 후 자신의 통치를 시작했다.

 셋째, 미래에 대한 판단력이다. 카이사르는 이전 시기의 원로원을 중심으로 하는 공화정 체제로는 넓은 영토를 자랑하는 로마 대제국을 통치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국가의 기본 틀을 공화정에서 제정 정치 체제로의 변화를 꾀했다. 물론 자신이 초대 황제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자신이 지명한 후계자인 옥타비아누스가 초대 황제인 아우구스투스가 되어 제정이 시작되었다. 이렇듯 카이사르는 로마의 미래를 설계하고 계획하는 정확한 판단력을 보여주었다.

 넷째, 실용성에 입각한 국가 공공재 건설이다. 카이사르 등의 로마 통치자들은 철저하게 실용성에 기반한 국가 사회 인프라를 구축했다. 그 예로 모든 로마를 관통하는 가도의 건설이다. 이는 오늘날의 고속도로와 같은데 이러한 가도의 정비로 로마의 물류를 보다 신속하게 옮길 수 있었다. 그리고 도시의 하수도 건설과 여러 목욕탕 설치, 체육관 건설 등 도시 생활에 꼭 필요한 것들을 실용성에 입각하여 만들었다.

 다섯째는 노블리스 오블리제이다. 로마인들은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일수록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는 것을 큰 미덕으로 생각하였다. 카이사르도 로마를 위한 일이라면 자신의 희생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며, 카이사르 포룸 등의 건설을 위해 자신의 부를 시민들에게 나누는 등의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였다. 이러한 카이사르의 영향으로 초대 황제인 아우구스투스도 자신의 제임 기간 중 4번이나 자신의 재산을 시민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로마인 이야기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정신들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많은 교훈을 준다. 최근 들어 급증하는 사회 지도층의 비리, 국민의 생활과는 동떨어진 토목 건설의 행패, 이념과 사상의 극한 대립으로 일어나는 사회 분열, 미래의 비전보다는 자신의 사적 이익을 위한 국가 통치 등 오늘날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이제 우리에게는 앞으로 5년을 책임질 대통령을 뽑는 대통령 선거가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의 선거는 우리가 우리의 힘으로 미래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 한 국가의 책임자로서 누가 공공의 이익을 우선하는지, 누가 도덕성의 표본으로 우리를 대표할 수 있는지, 누가 정확한 현실 인식을 가지고 미래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지를 로마인 이야기에 빗대어 생각해 본다.
 
 
 





[책 속의 길] 86
전지완 / 대구남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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