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군납업체', 여성노동자 석 달째 임금체불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3.05.29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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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사기・횡령' 혐의 기소→방위사업청, 물품대금 지급 '보류'→150여명 5억원 못받아


'거래업체 뒷거래로 받아 챙긴 검은 돈은 근로자의 피와 땀 돌려달라'(2013.5.28.미망인모자복지회 제1공장)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거래업체 뒷거래로 받아 챙긴 검은 돈은 근로자의 피와 땀 돌려달라'(2013.5.28.미망인모자복지회 제1공장)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석 달째 임금을 못 받고 있다. 가장인데 어찌 살라고 이러는지 답답하다. 당장 내일이 걱정이다"


대구시 수성구 지산동에 있는 한 군납업체에서 14년째 군경 속옷을 만들어온 장원주(43)씨는 28일 이같이 말하며 답답한 심정을 털어놨다. 3개월째 임금 '3백만원'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남편과 사별하고 두 자녀를 홀로 키우고 있는 장씨는 "회사 대표도, 군당국도, 대구시도 책임지지 않는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누구에게는 적은 돈이겠지만 나한테는 절실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대구지역 한 군납업체 대표가 "사기・횡령"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가운데, 방위사업청이 이 업체에 대금 지급을 '보류'하고 있어 노동자들이 석 달째 '임금체불' 상태에 놓여있다. 노조는 "혐의자는 대표"라며 "대금 지급"을 촉구한 반면, 방사청은 "회사 관련성을 검증 중이라 당장 지급은 어렵다"고 했다.

물류창고에 쌓인 'TBM' 군경 속옷 박스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물류창고에 쌓인 'TBM' 군경 속옷 박스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사회복지법인 '미망인모자복지회'가 수익사업으로 수성구 파동(제1공장)과 지산동(제2공장)에 운영하는 군납업체 공장에서 군인과 경찰들의 속옷, 이른바 'TBM(The Brave Man)' 팬티를 만드는 일을 하는 여성노동자 150여명이 2월부터 4월까지 석 달째 임금 5억여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서부지방검찰청(형사과 제11형사부. 검사 서현욱)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상 사기・횡령' 혐의로 대표 안모(79)씨를 기소해 방사청이 16억원에 이르는 인건비와 재료비, 기타 경비 등 물품 대금 지급을 전면 '보류'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방사청은 안 씨가 2010-2012년까지 2년 동안 "원단 원가를 부풀려 12억원 편취 혐의도 받고 있다"며 매년 5월 갱신하던 업체와의 수의계약을 중지시키고 재계약 여부를 결정하는 계약심의위원회까지 열기로 했다. 심의위에서 계약해지가 확정되면 이 업체는 2년간 방사청에 입찰할 수 없다.

방사청은 또, 편취 혐의를 받고 있는 '12억원'의 2배수인 24억원에다 이 업체와 계약을 맺었던 지난 40년 중 2007년부터 2012년까지 6년을 소급적용해 '112억원'에 이르는 금액을 "부당이득"으로 보고 업체로부터 "환수"하기 위한 '부정당지정심의위원회'도 열 예정이다.

멈춘 재봉틀 앞에 앉아 있는 제2공장 여성노동자들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멈춘 재봉틀 앞에 앉아 있는 제2공장 여성노동자들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계약심의위는 오는 30일 열리고 부정당심의위는 아직까지 개최 날짜가 확정되지 않았다. 두 심의위가 계약 해지를 확정하고 부당이득 환수조치 명령을 내리면 이 업체는 2년간 문을 닫고 빚을 갚아야 한다. 노동자들은 대표의 범죄 혐의로 임금도 못 받고 쫓겨날 처지에 놓이게 된 셈이다.  

특히, 이들은 하루 9시간을 일하고 최저임금으로 시급을 계산해 90만원 남짓 월급을 받는 저소득층 노동자로 '한부모가족'의 여성가장이 70%다. 일부는 이미 공장을 그만두고 다른 일자리를 찾아 떠났고, 남은 이들은 지난 4월 30일부로 모든 작업을 중단하고 물품을 생산하지 않고 있다. 물류창고에는 대금을 지급받지 못해 국방부에 납품하지 않은 속옷 박스가 수 천통 쌓였고 대표는 지난 2월 사임했다.
    
때문에, 이들은 24일과 27일 대구시청 앞에서 집회을 열고 "법인 인가를 내준 대구시도 관리감독 소홀 책임이 있다. 지역에서 일어난 체불 문제에 대해 해결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기소당한 건 안 대표"라며 "방사청은 체불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장유성 미망인모자복지회 부장은 "기소 단계인데 자금을 보류시키면 공장 닫으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다"면서 "혐의 있는 것도 안 대표지 공장 전체 노동자가 아니다. 인건비라도 달라. 나머지는 모두 압류해도 좋다"고 말했다.

사회복지법인 '미망인모자복지회' 제1공장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사회복지법인 '미망인모자복지회' 제1공장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방사청 채권팀 관계자는 "검찰과 방사청 모두 회사와의 관련성과 여죄를 검증 중이다. 끝날 때까지 혐의를 받고 있는 업체에 대해서는 대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했다. 또, "군납업체의 원가 부풀리기를 통한 사기・횡령은 국가의 이익에 반하는 일로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며 "심의위에서 이상이 없다고 밝혀지면 모든 대금을 지급하고 부당이득에 대한 환수 조취도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망인모자복지회 제1.2공장 노동자 100여명은 오는 30일 대표 안씨가 재학중인 영남대에서 '체불임금 지급' 규탄 집회를 열 예정이다.

한편, '미망인모자복지회'는 미망인과 그 자녀의 생활 안정을 돕기위해 설립된 곳으로 1972년 안 전 대표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영부인 고(故) 육영수 여사에게 '미망인 자활 봉제공장을 짓고 싶다'고 지원을 요청해 파동에 들어섰다. 준공식에는 육 여사가 직접 참여해 120만원을 안 전 대표에게 수여 했으며 그 때부터 40년 간 방사청과 수의계약을 맺어 군경 팬티를 납품했다. 이후, 안 전대표는 미망인뿐만 아니라 저소득층 여성가장도 고용했으며, 공장 이외에 '모란어린이집'과 '목련모자원'도 건립했다. 안 전 대표는 78년 '5.16민족상', 84년 '국민훈장 동백상', 2000년에는 '모란장'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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