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림막 뒤 거짓말, 수구언론의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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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청문회 보도 / <조선>ㆍ<매일> '댓글' 의미 축소, 물타기


국정원 불법 선거 개입 관련 청문회 보도는 많은 국민들에게 ‘우리는 뭐냐’는 큰 허탈감을 불러 일으켰다. 국정원 불법 사태 관련 신문보도를 통해 무엇이 국민들을 허탈과 분노로 몰아갔는지 짚어본다.

거짓말 감추려 더 큰 거짓말

국정원 불법 선거 개입 관련 보도를 통해 국민들은 두 가지 사실을 알게 됐다. 먼저 국정원 불법 선거 개입 관련 당사자들이 매우 국민답지 않다는 것을 안 것이다. 교육방송의 인성 관련 프로그램에 출연한 교수전문가들은 어린이의 거짓말을 이렇게 말했다. “한 번 거짓말을 하면 그 다음에는 거짓말을 한 사실을 들키지 않으려고 더 정교한 거짓말을 하고, 그 다음에는 더, 더 정교하게 거짓말을 하게 됩니다.…”

한통속 답변

국회 청문회를 지켜본 국민들은 국정원 간부와 직원들이 얼굴을 가리고 이름패를 ‘남대문 김 서방’ 식으로 설치해놓은 가운데 국회의원들이 질문을 하면 “답변 안 하겠다”, “모르겠다”, “기억이 안 난다”라고 뻔한 거짓말을 하는 것을 볼 때까지는 국민들은 “에이, 그래도 한 마디 진실고백은 안 하겠나”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직전 국정원장을 비롯한 국정원 간부, 직전 서울경찰청장이 ‘그렇고 그런 방향’으로 답변하도록 국회의원들이 한통속 질문을 이어나가자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뭐가 있구만, 안 그러고야 어떻게 저런 연기를 하나….”

국민들이 국정원 불법 선거개입 사태 초기만 해도 새누리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NLL' 이야기 공세로 나오자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그런데 'NLL' 이야기가 시들해지자 이번엔 남북정상 대화록 공개 쪽으로 이야기의 물꼬를 틀었고, 이때쯤 국민들은 누군가가 이야기의 약발이 국민들에게 먹혀들지 않자 더 강도 높은 이야기를 퍼뜨리는 배후이겠거니 하면서 정신 차리고 비판적으로 정치판의 담론을 걸러나갔다.

국민을 뿔나게 하는 것

그런데 국민들로 하여금 국정원 불법 선거 개입과 관련해 뿔이 나게 한 것은 빤한 거짓말을 하는 국정원 직원이나 만화 같은 이야기를 질문이라고 하는 새누리당 국조위원 의원들을 은근히 유도하는 듯한 존재를 확인한 것이다. 이제 누가 국조위원 의원들과 국민들에게 국정원 불법 선거개입을 무엇보다 사실대로 보도함으로써 국익을 탄탄하게 챙겼는지 보도의 흔적에 접근해보자.

먼저 대구지역의 메이저 언론이자 수구계 신문인 매일신문이 국정원 불법선거개입 의혹을 다룬 보도흔적은 다음과 같다.

국정원 불법선거 개입 관련 매일신문 보도

매일신문의 국정원 불법 선거 개입 관련 보도는 세 가지 특징을 보인다. 먼저 (1)보도 횟수가 너무 적다,  (2)물 타기 보도가 여전하다는 게 그것이다. 물 타기 보도로서새누리 ‘권은희 광주경찰’ vs 민주 ‘김용판 진골 TK' /  ‘난장판 國調’ 지역감정 자극까지…」
 
<매일신문> 2013년 8월 21일자 2면(종합)
<매일신문> 2013년 8월 21일자 2면(종합)

아 보도는 전형적인 양비론이다. 왜 그랬을까? ‘광주경찰이냐 대한민국 경찰이냐’는 억지 논리로 새누리당 국조위원들이 증인으로 출석한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몰아붙이면서 지역감정에 불을 댕긴다는 비판이 일자 “저쪽도 그랬다”는 심정호소형 비교논리로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한통속’으로 몰아붙이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댓글 사건’ 의미 축소 보도

그런데 매일신문의 국정원 불법 선거 개입 의혹 사태와 관련해 주목되는 게 있다. 국정원의 불법 선거 개입이 촉발한 일련의 사태를 ‘댓글사건’으로 의미를 작게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국정원 불법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이라는 사실(팩트)이 주는, 사건에 대한 분위기는 그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다. 하찮은 댓글을 달았다면 그것이 왜 문제가 될까? 그 답은 매일신문이 박 대통령 당선 때부터 이날까지 다뤄온 박 대통령 기사의 흐름을 보면 그 배경, 원인을 쉬 알 수 있게 된다. 이 신문이 취하고 있는 특정 정당이나 특정 정치인에 대해 일방적으로 휘날리는 치마저고리의 색깔이나 색채가 그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는 식의 우연이 아니다. 그 단서는 역사관련 보도에서 보인 매일신문의 태도가 스스로 말해준다.

역사인식 관련 보도

‘한 입으로 두 말’하는 언론

일본의 아베 총리가 극우적 행보를 하자 매일신문은 과거사 반성을 외면하는 일본을 국제연대로 반성하게 해서 돌이키도록 해야 한다는 정신 멀쩡한 말을 사설로 쏟아 붓고 있다. 과거사를 역행하는 일본에 대해서 할 말 따로 있고, 헌정질서를 유린했고 지금은 현재진행형으로 국익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는 ‘권력’에 대해서는 ‘언론공학’ 기법으로 뺄 것은 빼고 회피할 것은 회피하려는 할 말이 따로 있다는 것인가? 

큰 의혹…보도는 애써 외면

한편 수구언론의 맏이 격인 조선일보의 보도 사례를 보기로 하자. 아니, 이럴 수가! 거의 없다시피 하다. 국민의 최대 관심사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국정원 불법 선거 개입 의혹이 곡절 끝에 청문회에 올랐는데 희미한 그림자 보도만 있다면 어느 국민이 믿을까? 그런데 사실이다.

<조선일보> 2013년 8월 20일자 5면(정치)
<조선일보> 2013년 8월 20일자 5면(정치)

국정원 불법 선거 개입 청문회 관련 조선일보 보도

조선일보도 매일신문처럼 지역감정 조장 대목에서는 물 타기를 판박이처럼 하고 있다. ‘대선불복’을 민주당을 향해 쏘는 데 조선일보는 일등공신 노릇을 했다. 그런데 ‘국정원 불법 선거 개입’을 크게, 자주 보도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크게, 자주 보도할수록 박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것에 흠결을 씌우는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국정원 불법 선거 개입을 다루는 국정원 청문회 보도는 1면이 아닌 속지로 잠수하고 있다. 

<경향신문> 2013년 8월 20일자 1면
<경향신문> 2013년 8월 20일자 1면

국정원 불법 선거 개입 청문회 관련 경향신문 보도

‘대선불복론’의 진실

조선일보의 ‘대선불복론’은 국민의 귀를 현혹하는 언론공학적인 꼼수인데 그것은 수구언론이 의제화 한 것을 새누리당 의원 등에게 전파한 기획물. 경향신문은 그 ‘대선불복론’이 얼마나 비열하고 무책임한 것인지 8월 24일 사설 「‘정치 부재’의 현주소 보여준 대선불복 논란」에서 이렇게 지적하고 있다.

<경향신문> 2013년 8월 24일자 사설
<경향신문> 2013년 8월 24일자 사설

이번 대선불복 논란도 자신들의 지지층을 한데 묶어놓는데 호재가 될 것으로 판단했을 수 있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에 대한 야당의 비난 공세와 박 대통령의 책임론을 희석시킬 카드로도 여겼을 법하다. 앞서 여권은 야권이 노 대통령의 북방한계선(NLL) 포기 시사 발언이 국정원의 조작이라는 의혹을 내놓자 남북정상회의록 실종사태로 몰아갔고, 귀태발언은 대선불복으로 변질시키는 데 성공한 바 있다. 현 국면에서 여권이 주장하는 대선불복론은 각종 이념전을 종북-좌익론으로 이끌어가곤 하던 색깔론과 다를 바 없다고 본다.

이번 논란은 정치가 많은 경우에 있어 대화와 소통보다 당파적 이익을 관철하기 위한 일방통행 식으로 흐를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상대가무슨 말을 하든 거두절미한 채 자신의 주장을 펴는 소재로 활용한다는 얘기다. 야당이 국가기관인 국정원의 대선개입을 따지자 여권은 본질을 외면한 채 야당국조위원들의 말꼬리를 잡아 대선불복으로 몰아가는 현상황이 꼭 그렇다.


그런데 대선불복론이나 귀태를 색깔론으로 몰아가는데 조선일보 같은 수구언론이 한 역할은 뭘까? 언론이 단순히 말하는 곳/통로라서 말의 날개를 달아줬다고만 할 수 있을까? 그러면 이번 국정원 불법 선거 개입 청문회에서는 왜 한 결 같이 입을 닫았을까? 바로 그 점에서 조선일보 같은 수구언론이 여권과 한통속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보는 국민 일각의 지적/시각이 훨씬 정확하고 설득력이 있는 것이다. 얼마든지 풍부하게 소통하는 국민의 골목 언론엔 주고받기(언론권력 출신을 정치권력으로 스카웃하는 등)나 언론공학, 하다못해 배달사고 같은 게 없기 때문이다.

그런 데 국정원 불법 선거 개입을 따지는 청문회에서 정말 국민을 허탈하게 하고 분노하게 한 것이 또 하나 있다. 국정원 직원들이 ‘남대문 김 서방’ 식의 명패를 사용한 것도 모자라서 가림막으로 얼굴을 가린 사실이다(한겨레, 8월 20일자 1면, 경향신문 8월 20일자 1면 기사). 게다가 전직 국정원장, 전직 서울경찰청장은 청문회 증인 선서를 거부했다. 국민들은 묻고 있다. “저 사람들, 우리나라 사람 맞나?” 국민들의 손가락은 경향신문 8월 20일자 1면 기사를 향하고 있었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우리가 저랬으면 난리 났을 거다!”

국민들은 나라가 권력기관에 휘둘리는 게 너무 부끄러워서(경향신문, 8월 17일 사설, 「그들이 국가기관장이었다니 부끄러울 뿐이다」), 한편으로는 박정희 시절 중앙정보부가 부활하는 것은 아닐까 아찔해서 허탈해 하고 있다.

<한겨레> 2013년 8월 27일자 1면
<한겨레> 2013년 8월 27일자 1면

국정원 불법 선거 개입 청문회 관련 한겨레 보도

‘토사구팽’ 수구언론이라고 예외일까?

몇 안 되는 기사를 보면서 국민들은 정의가 대가없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지금처럼 절실히 느끼는 때도 흔치 않을 것이다. 한편으로 “친일하더니만 그 버릇 남 줬겠느냐”는 탄식 섞인 분노 또한 수구언론을 향해 날리고 있다. 국정원 불법 선거 개입 청문회 관련 보도 성적표는 그래서 우리나라 합리적 판단을 일깨움으로써 민주주의가 튼실할지 어떨지를 재는 잣대-신뢰와 거부의 잣대-로 국민들에게 다가온다. 적어도 언론부문에서는 말이다.

불법 선거 개입한 국정원-경찰이 야합하고, 새누리당이 묵인, 동조(경향신문, 8월 19일 30면 오피니언, 「민주주의가 뒷걸음질 치게 해서는 안된다」)할 때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빠른 속도로 퇴행할 것이다. 그 퇴행은 우리와 이웃, 우리 자녀들로 하여금 얼마나 많은 피눈물을  흘리게 하는 위에서 ‘특권층’을 만들까? 그때도 수구언론권력은 토사구팽 되지 않고 여전히 만세를 부를 수 있을까?






[평화뉴스 미디어창 246]
여은경 / 대구경북민주언론시민협의회 사무처장. 전 대구일보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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