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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사태와 이 시대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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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서 마음으로 퍼지는 '백성언론'과 구시대 권력ㆍ언론공학


요즘의 국정에 대해 국민들은 어떻게 판단하고 있을까?
거리마다, 골목마다, 직장마다 느끼는 강도는 다소 다르겠지만 “심각하다” “독재가 다시 살아나는 모양” “세월이 거꾸로 가는 것 같아!”라는 반응이 어떤 모양으로든지 입에서 입으로 이어가듯 하는 것은 확실한 모양이다.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이 국정원의 국기를 흔드는 폭거라는 인식을 깔고 있는 것이다.

'국기 흔드는 폭거' 인식

거리, 가정, 직장의 비공식 만남(상하 계선상의 명령-복종 관계가 아닌)의 공통된 인식을 가장 보편적으로, 보수적으로 보여주는 곳이 바로 종교계다. 그곳은 혁명적 종교세력이 아직 우리나라에 있어오지 않았기 땜인지 ‘다소’, 아니면 ‘매우’ 보수적 경향을 띤 게 사실이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엔 특히 이 전 대통령이 교회 장로 출신이어서 ‘장로 대통령’이란 키워드가 보편적인 것을 기구하는 교회/교회 관련 기관 대표기도(통상 장로·목사가 담당)에서 꼬리를 물고 등장했고 그래서인지 민생과 관련 없거나 국민의 보편적 법 감정, 정치인식을 초월하는 역행 법감정·정치인식을 보일 때도 지지하는 분위기 일색이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이 취임하고 나서 얼마간 시일이 흐른 지금 분위기는 ‘조금’ 아니면 ‘사뭇’ 다르다. 물론 기도의 앞뒤에 수식어가 따르고 그래서 분위기를 애매하게 하기도 하지만 ‘국정원 불법 대선 개입’을 범죄시하고, 또는 정치 불안, 민생 실종의 근본원인을 제공했다는 인식은 흔들림 없는 것 같다. 적어도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엔 ‘이명박 절대 지지’를 강하게 발언하던 분위기였다면 박 대통령 취임 이후 현재는 양비론의 옷을 입는 경우는 있지만 ‘박 대통령 절대 지지’라는 구태와는 일정하게 거리를 두고 있거나 두려고 하는 것 같다.

국정원 불법 대선 개입 관련 언론보도

MB때와는 다른 여론 메이커

사실을 전달하고 균형 있는 시각에서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언론 본연의 공적인 사명을 담당하는 것을 본연의 임무로 자임하는 언론이라면 국정원 불법 선거 개입 사태를 어떻게 전달해야 할까?

서울신문과 한겨레는 8월 13일 각각 10면과 1면에서 기독교계의 양대 산맥을 형성하고 있는 천주교 사제들의 동향을 국정원 불법 대선 개입 사태와 관련해 다뤘다.

<서울신문> 2013년 8월 13일자 10면(사회)
<서울신문> 2013년 8월 13일자 10면(사회)

서울신문의 보도를 보면 천주교 대구대교구 사제, 경북 안동교구 사제, 왜관 베네딕도 수도회가 14일 시국선언을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자는 이 시국선언이 1911년 대구대교구 설립 이래 100여 년만의 첫 시국 선언이라고 그 비중을 강조했다. 서울신문은 이어서 대전교구와 강원 원주교구도 같은 날 시국 선언문을 발표할 예정이며, 특히 경기도 수원교구는 오는 20일 교구장 이용훈 주교의 주례로 시국 미사를 봉헌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시국선언, 주교가 직접 집례하는 미사…. 그동안 부산이나 전국 곳곳의 천주교 사제, 수녀들이 시국 관련 종교집회를 주도하고 참석하는 것을 국민들은 언론보도를 통해 알고 있었지만 ‘야도’에서 ‘보수’로 180도 돌아선 대구의 천주교계가 100년의 보수 전통을 깨고 시국선언을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천지개벽’할 사태임에 틀림없다.

교구 창설 100년 첫 시국선언, 천주교대구대교구

한겨레는 13일 1면에 ‘보수성향 대구 신부들/사상 처음 시국선언’ 제목으로 다뤘다. 한겨레 역시 대구지역 보수성향 천주교 사제들이 그 동안 자제해오던 태도를 전환해 시국선언을 하는 의미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했다. 대구지역 사제들의 국정원 사태 관련 시국선언은 아직 참여하지 않은 다른 교구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그렇게 되면 ‘한국 천주교 역사 230년 만의 첫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겨레> 2013년 8월 13자 1면
<한겨레> 2013년 8월 13자 1면

국정원 대선 불법 개입·회의록 공개 규탄
 
그러면 천주교계는 무엇을 ‘규탄’하려는 것인가.
언론 보도는 국정원 불법 선거 개입과 관련해 다루려는 시각에서도 차이를 보이지만 특히 수구 메이저 언론은 ‘물타기’ 또는 ‘언론공학’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그 핵심 되는 문제성을 외면하는 태도를 일관되게 보였다. 서울신문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천주교계에서 문제 삼는 것은 ‘국정원의 대선 불법 개입 의혹과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등’이다.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 의혹은 누구 다른 기관의 소행이 아니라 그 자신이 너무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NLL 포기’ 발언을 새누리당과 그 권력 산하 인사들이 일삼더니 급기야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로 내달렸다. 거기에는 호기심 충족에 언론 사명을 오로지하려는 듯한 일부 수구언론의 역할이 컸다는 것을 국민들은 유사한 사태를 무수히 겪어온 역사 경험에서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은 물론 새누리당, 심지어 박 대통령이 국민들이 경험칙에서 교육받은 나라 살리기, 민족 살리기, 국민 제대로 살기의 큰 길과는 사뭇 거리를 둔 이상한 언행으로 일관하자 개신교계도 거리를 두기 시작했고 개신교계와는 또 다른 특성을 안고 있는 천주교계도 시국선언을 하기에 이른 것이다.

국정원 불법 대선 개입 사태는 천주교 사제들이 천명하고 있듯이 불법에 대한 반대이며, 그 불법이 국기를 흔들 정도라면, 그래서 나라의 현재와 장래, 다시 말해 국민생활과 민족의 진로가 위태로울 정도라면 ‘이대로는 둘 수 없다’는 결연한 의지가 정화된 것이라고 보인다. 그것은 역사의 문제이다. 바른 역사 속에서 바르게 살아야 한다고 국민과 역사에 울리는 양심의 실천으로 해석된다.

이 시대 언론은 뭘 해야 하나

이 시점에서 언론이 담당해야 할 몫은 무엇일까?
문제를 푸는 것이다. 그 방법은 범법은 뭐라고 해도 범법인 것을 언론 보도를 통해 밝혀 의혹을 푸는 것이다. 거기에 ‘언론공학’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정의의 문제이고, 민생의 문제이다. 달리 표현하면 정의는 법 감정과 직결되고, 민생은 생존 의지와 직결된다.

국정원 불법 대선 개입 사태와 관련해 그 동안 언론매체가 어떤 보도를 했는가를 살펴보면 바른 언론, 또는 언론공학적 언론의 길을 어느 매체가 어떻게 걸었는지 자명하다. 어둠의 보도는 결국 역사에 ‘어둠의 보도 기록’으로 남게 된다. 여기에 국정원장도, 대통령도, 언론도 예외가 아니다. 평범한 가정, 범부범부(凡夫凡婦)도 마찬가지다. 대한제국이 왜 그렇게 쉽게 멸망했을까? 애국지사가 모자라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수많은 선비, 유림들이 그들에게 그 시대에 주어진 역할을 했고 하려 했다. 그러면? 권력의 핵심이 제 자리에 서서 ‘죽어도 항일’을 외치지 않았기 때문 아닌가?

<조선일보> 2013년 8월 1일자 사설
<조선일보> 2013년 8월 1일자 사설
<매일신문> 2013년 8월 1일자 사설
<매일신문> 2013년 8월 1일자 사설

그 권력은 고관대작 외에 각 고을 군수, 현감들도 포함된다. 제 잇속을 챙기는 게 한 목소리를 내어 울려 퍼지게 해서 나라 멸망하는 것 막는 것보다 낫고 편하다고 판단한 게 아닐까? 그 권력에 언론권력은 왜 없었을까?

방향이 틀린 '한국사 교육 강화'

지금 언론은 박 대통령의 ‘사초 실종’ 질타를 베껴 쓰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국사 교육을 강화하자는 데 반대할 이유는 없다. 그런데 민주적인 절차를 무시하고 명령-복종의 분위기에서 ‘알아서 기는’ 복지부동의 결과로서 한국사 교육이 강화된다면 어떻게 될까? 백선엽 같은 일본군 출신들이 ‘그 때 입었던 의복’이므로 ‘의복/복식사적 측면에서 일본군대의 옷이 문화재로 지정돼야 한다’는 반민족 문화논리가 서서히, 마침내 권력을 후광 삼아 ‘정사’가 돼도 되는 걸까? 그 때 우리 민족사는 어떤 결말을 보게 될까.

'한국사 교육 강화' 관련 언론보도
<경향신문> 2013년 8월 9일자 10면(사회)
<경향신문> 2013년 8월 9일자 10면(사회)

언론/미디어 비평은 때론 계량화해서 분석할 필요도 있겠지만, 그 분석틀이 ‘50보 100보’ 식의 논리에 입각해 있다면, 그래서 국민 독자/시청자의 판단을 흐리게 한다면 그 틀은 유보할 필요가 있다.

결국 언론이 답할 차례

국정원 불법 대선 개입,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이 게 나라를 지키고 민족사를 계승하는 것인지에 대해 언론은 답해야 한다. 국민이 역사에서 배우고 느낀 정의의 기준과 민생 생존의 당위에서 말이다.






[평화뉴스 미디어창 244]
여은경 / 대구경북민주언론시민협의회 사무처장. 전 대구일보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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