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잡이식 '종북' 시효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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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태 칼럼] "비판은 민주주의의 필수조건, '종북'으로 몰아선 안돼"


  -신문과 방송에 ‘종북’이란 말이 계속 나오는데 정확하게 무슨 뜻입니까?
  “글자대로 해석하면 북(北)한을 추종한다(從)는 뜻이고, 사전적 의미로는 주체사상과 같은 북한의 체제를 흠모하고 그에 따르는 태도를 말하지. ‘빨갱이’란 말의 변형이랄까.”

 -그러면 유행어가 된 ‘종북 프레임’이란 무슨 말입니까?
 “상대의 뜻이나 발언을 종북이란 틀(frame)에 옭아매는 것을 말하는 거지.”

 -그럼 국민들을 배고프게 하면서 아직도 3대 세습 같은 이해하기 어려운 전통을 고집하는 북한체제를 동경하는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많이 있다는 말입니까? 그렇지는 안잖아요.”
 “그러게 말이야. ‘종북’이란 말은 이념적으로 상대를 겁주기 위한 전형적인 표현인데, 그것이 아직까지도 통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으니 안타까운 일이지.”

 -장성택 처형 같은 무자비한 공포정치가 판을 치는 북한인데, 이제 ‘종북’이란 말은 시효가 지난 것 아닐까요?”
 “맞아. 그에 대한 답은 존 페퍼 미국외교정책포커스 소장의 글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그는 ‘남한 사람들은 북한에 대해 환상을 갖고 있지 않다. 남한 좌파들조차도 한 때 북한체제에 갖고 있었던 긍정적 평가를 대체로 포기했다. 그러나 남한 정부는 북한이 상당한 영향력이 있었던 1960년대로 돌아간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한겨레, 12월 16일자>고 썼더구먼.”

 위의 대화는 필자의 지인이 고교생 아들과 나눴다는 이야기를 정리한 것이다. 요즘의 종북 프레임이 1960년대를 연상시킨다는 존 페퍼 씨의 말은 여권이 상대를 공격할 때 즐겨 쓰는 종북몰이에 대한 비판일 것이다. 그러나 여권과 보수언론권력들은 오늘도 종북몰이에 열심이다. 그렇다보니, 야당은 물론이고 일반 국민들도 ‘종북’이란 말에는 주눅이 든다. 그래서 감히 ‘대통령 사퇴’를 외치거나, ‘종북세력’이란 말에 겁을 먹지 않는 사람들의 용기 있는 행동에 대해 박수가 터지는 한편으로, 보수 쪽의 집중포화가 쏟아지는 사태가 반복된다.

 그러나 이 같은 보수진영의 전매특허 표현도 이제는 빛을 잃을 듯하다. 마구잡이식 종북몰이에 듣는 이들의 인내심이 한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수원지법 성남지원이 최근 온라인상에서 종북 자치단체장 퇴출 발언을 했던 KBS 아나운서 출신 여성에게 500만원 배상판결을 내린 사건은 우리 사회의 지나친 종북몰이에 대한 경고다. 국회에서 여당 의원이 민주당을 향해 외쳤다는 “종북정당 조용히 해”(본인은 그 후 이런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라거나, 여당의원이 야당의원에게 했다는 "종북하지 말고 월북하라"는 둥의 막말은 역사에 남을 난센스 발언들이다. 북한을 닮고 싶어 하거나 추종하는 우리나라 국회의원이 과연 얼마나 될까.

 우리는 지금 신매카시즘(New Mccarthyism)에 휘말려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매카시 상원의원은 1950년대 초 미국 국무부에서일하는 공산당원이 205명이라고 엉터리폭로를 하여 미국 정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그러나 결국 그의 선동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었다. 개인비리까지 겹쳐 정치적으로 몰락한 그는 좌절 끝에 48세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쳤다. 나치즘과 파시즘이 어떻게 종말을 고했는지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것이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한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친 사람에게는 누군가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이 있어야 한다. 일당독재는 안 된다는 것이 민주주의의 원칙이고, 비판은 필요악의 수준을 넘어 필수조건이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비판만 했다하면 종북으로 몰리기 일쑤이고, 올바른 감시자역할을 해야 할 언론조차도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건 누구나 아는 일이다. 최근 방심위로부터 중징계처분을 받은 JTBC ‘뉴스9’이 이를 증명해준다. 중징계의 결정적인 이유는 통합진보당 사건 보도에서 공정성을 잃었다는 것이었으니, 이 프로그램도 종북 프레임의 덫에 걸린 셈이다. 방심위의 제재에 대해 중앙일보 ·  JTBC 노동조합 소속 공정보도위원회가 긴급 입장문을 내고 반발한다는 소식이다. 차제에 ‘조중동’ 프레임에 걸려 있는 중앙일보도 그 불명예의 틀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김상태 칼럼] 29
김상태 / 언론인. 전 영남일보 사장.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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