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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러운 대한국민, 부끄러운 대한민국
[김상태 칼럼] "저항과 대응, 위정자부터 대승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2013년 12월 15일 (일) 16:21:00 평화뉴스 pnnews@pn.or.kr

 ‘짧은 기간에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함께 이룬 나라’라는 외부의 칭찬에 당연한 자긍심을 가졌던 우리였다. 우여곡절 끝에 좀 잘사는 나라가 되었고, 민주공화국이라는 말이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자유로운 사회분위기도 어느 정도 보장되었다. 그러나 오늘, 우리는 지나친 정치 · 사회적 갈등과 때 아닌 이념전쟁에 휘둘리는 창피한 무대 앞에 앉아있다. 대한민국의 이런 퇴행은 마침 숙청의 칼바람이 거센 북한의 공포정치와 겹쳐, 한반도를 향한 우방의 우려스런 시선을 의식해야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오늘의 우리 정치는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한 모습이다.

 군사정부시절에 가위눌린 국내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국내정세를 우리는 외신을 통해 접하면서 위로를 받곤 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도 국내정세를 외신이 어떻게 전하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크다. 국가기관의 대선개입에 대한 저항과 가톨릭신부를 비롯한 각계의 대통령사퇴 요구에 따른 정부여당의 과잉대처 사태를 전하는 외신의 빈도가 차츰 잦아지고 있다. 이로 인한, 눈에 보이지 않는 ‘국격’의 손상은 상당할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외국에 사는 우리 동포들의 체면에도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세계적 국제기구에서 중책을 맡아 일하는 인사들, 경이적인 세계기록을 세우고 있는 스포츠인들, 한류의 인기 스타들, 그리고 어려운 환경을 이기고 이국에서 우뚝 선 수많은 사람들…. 얼마나 많은 자랑스러운 인물들이 한민족의 위상을 떨치고 있는가. 최첨단기술은 또 어떠하며, 세계적 도시로 우뚝 선 서울의 모습은 또 얼마나 대단한가. “대한국민 만세다”는 36년 전에 홍수환 선수가 WBA복싱챔피언이 되었을 때 그의 모친이 외친 말이다. 이 같은 환성은 오늘도 통할 수 있는 구호인 것이다. 그 뿐인가. 유관순 · 안중근 · 윤봉길 의사도 있고, 4·19의 주역들에다 5·18의 투사들도 있다. 그리고 이 나라를 지켜온 이름 없는 민주주의의 전사들은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을 만큼 많다.

 그런데, 이런 인재(人材)의 나라에서 지금 반목은 왜 그리도 심한가.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란 치욕스러운 역사 속에 살면서, 서로 도와도 난해한 국제정세에 대처하기 어려울 판에 남북 간에는 왜 그렇게도 견원지간이어야 하는가. 그리고 이런 모든 갈등을 조종하고 풀어나가야 할 정치집단들은 왜 그토록 막무가내로 싸우는가. 위정자라면 누구를 탓하기 전에 어떻게 이런 소용돌이에 휘말렸는지를 숙고해봐야 할 때이다. 민족의 수난사를 읽어보고 거기에서 깨우침을 얻을 시간을 가져야한다. 조선의 역사는 지독하게도 서로 미워하고 귀양을 보내고 죽이고, 그러다 못해 부관참시까지 일삼지 않았는가. 해방 후에도 아까운 민족의 지도자들이 반대편의 흉탄에 쓰러지고, 설익은 이념쟁투 속에 얼마나 많은 민초들이 억울하게 희생되었는가.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저자 혜민 스님이 권하듯, 이제 멈춰 서서 되돌아 볼 때이다. 보이는 것이 무엇일까? 그것은 혹시 ‘유신’에의 향수, 아군 아니면 적군, 작전, 타도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들은 아닐까.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다른 이야기를 할 때는 한번쯤 귀를 열어주는 아량이야말로 윗사람의 필요불가결한 덕목이다. 그런데도 우리 위정자의 입에서는 ‘내 탓’이라는 포용의 목소리가 나올 기미조차 없다. 그런 말은 김수환 추기경 같은 종교인이나 하는 소리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연일 벌어지고 있는, 눈을 부릅뜬 저항과 자못 희화적이기까지 한 대응태도를 뉴스로 접하면서 안타까운 서글픔이 치밀어 오르는 것은 나만의 감상이 아닐 것이다.  이렇게 소모적인 대치를 이어가다가는 나라가 산산조각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지울 수 없다. ‘네 탓’만 고집하는 증오는 또 다른 증오를 부른다. 그리고 그런 불신과 증오의 대결은 국가공동체의 실패로 귀착된다. 위정자부터 “상황이 이 지경까지 온 것은 모두 내 탓이오”하는 대승적인 성찰에 이를 때라야 오늘의 이 어지러운 사태의 실마리는 풀릴 수 있다. 어림없는 허튼 소리로 들릴지 몰라도, 그것이 아직까지는 유효한 승자의 길이다.

   





[김상태 칼럼] 27
김상태 / 언론인. 전 영남일보 사장.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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