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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지 못한' 청춘들, 대구 대학가에도 울리다
경북・영남대 등 곳곳에 '자필' 대자보..."우리가 외면한 현실, 안녕한 척해서는 안될 때"
2013년 12월 17일 (화) 16:39:14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pnnews@pn.or.kr

"안녕들하십니까".
한 대학생이 대자보를 통해 던진 물음의 울림이 대구권 대학가에도 확산되고 있다.

고려대 경영학과 주현우씨(27)씨가 지난 10일 교내 게시판에 붙인 '안녕들하십니까?'라는 제목의 대자보에 "안녕하지 못한" 또는 "안녕한줄 알았다"던 대학생들의 응답이 전국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당시, 주씨가 쓴 대자보에는 '철도 민영화'와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밀양 송전탑 공사', '비정규직 문제' 등이 담겨 있고, 이에 침묵한 대학생들에게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주씨가 던진 질문은 일주일 동안 전국의 대학가와 고등학교, 아파트, 골목까지 퍼져 나갔고 대구권 대학가에도 대자보가 잇따르고 있다. 17일 현재 경북대와 영남대, 계명대, 대구대, 대구가톨릭대를 비롯한 지역대학가에는 학생들이 각자 자필로 쓴 대자보가 걸렸다.

   
▲ 경북대 국어국문학과 13학번 안정윤씨의 대자보 / 경북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캡쳐

경북대에는 지난 14일부터 중앙도서관 등 여러곳에 대자보가 붙었다. 국어국문학과 09학번 이동경씨는 "안녕하지 못해 글을 씁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통해 '언론현실'과 '국정원 대선개입' 문제를 꼬집었다. "방송국에 낙하산 사장을 임명해 언론을 통제하는 것, 자신들에게 유리한 종편을 날치기로 승인한 것,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검찰총장과 수사팀장을 쫓아내고 징계한 것, 국정원을 동원해 대선에 개입한 것 모두 민주주의의 큰 후퇴"라며 "이런 현실에 안녕하지 못하다"고 밝혔다.

또, "무관심한 것은 깨어있지 못한 대학생인 걸 알면서도 취업준비에 학점관리, 스펙도 쌓아야해 정치적으로 많은 대학생들이 무감각해지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최근 시국선언과 대자보가 연달아 나오는 것은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문제를 막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어국문학과 13학번 안정윤씨도 대자보에서 "안녕하지 못한 현실 앞에서도 눈 가리고 귀 막으며 애써 안녕한 척 살아왔다"고 밝혔다. 안씨는 "쌍용자동차 정리해고로 24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고, 밀양의 한 할아버지께서 송전탑 공사로 음독자살을 하셨고, 역사 왜곡 교과서가 정부의 최종 승인을 받았고, 국정원의 대선개입이 드러나 지난 1년 동안 대한민국은 안녕하지 못했다"고 했다.

게다가, "합법적 절차를 밟아 파업에 들어간 철도노조원 7,929명이 직위해제 당했다"며 "국민이 반대하는 민영화는 추진않겠다던 대통령 말을 믿어야할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꽃을 꺾을 수는 있지만 봄을 막을 수는 없다. 이제 안녕한 척 해서는 안될 때가 온 것 같다"고 마무리했다.   

   
▲ 영남대 만남공동체 '비상구' 소속 학생들의 대자보 / 사진 제공. '비상구'

영남대에도 16일 "안녕하지 못하다"는 내용의 대자보가 걸렸다. 영남대 만남공동체 '비상구' 소속 학생들은 대자보에 "이명박 정부에서 시작된 공공부문의 민영화가 박근혜 정부에서 더욱 거세졌다"며 "직위해제라는 차가운 겨울바람에도 철도노동자들은 계속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또, "밀양과 청도 송전탑 공사로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삶이 위협받고 있다"면서 "우리가 외면한 고통이 이제 우리와 다르지 않은 이들의 고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이를 외면하면 언제까지 안녕할 수 있겠느냐. 고려대서 시작돼 전국으로 퍼지고 있는 물음에 답한다. 안녕하지 못하다"고 적었다.

   
▲ 계명대 12학번 연수, 수진, 성의 '저는 안녕했습니다' / 계명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캡쳐

계명대 학생들은 지난 14일부터 사회대와 인문대, 동문, 영암관, 바우어관 등에 대자보를 붙였다. '12학번 연수, 수진, 성'이라고 밝힌 3명의 학생은 '저는 안녕했습니다'는 제목의 대자보에서 "페이스북에 올라온 대자보에 좋아요를 누르고, 비정규직 청소부에게 비인간적 처우를 일삼는 공항을 비판하고, 역사를 왜곡한 교과서를 욕하며 그래도 개념있는 대학생이라고 위안하면서 안녕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우리 정말 안녕한 거냐고 자판으로, 펜으로, 목소리로 묻는 청춘의 질문에 이제 안녕하지 못할 것 같다"면서 "잘못돼 가고 있다는 걸 안다. 더 이상 언론의 침묵에 속지 않으려 한다. 내가 아니라도 누군가 세상을 바꿔주겠지하는 생각을 그만두고 작은 울림이나마 만들어보려 한다"고 밝혔다.

대구대 산업복지학과 2학년 권현철씨는 '철도 민영화'에 반대하며 파업 중인 철도노동자들을 "불법파업"으로 규정하고 8천여명을 직위해제한 사실을 대자보를 통해 비판했다. 또, 권씨는 "지금 대한민국은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 수 없다. 부당함에 무관심하고 침묵할 수밖에 없는 사회다. 하지만,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더 이상 이 미친 세상에 침묵하지 않고 도망치지도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한편, 경북대에서는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내용을 비판하는 학생의 반박 대자보가 붙어 논란이 일었고, 영남대와 계명대 등에서는 알 수 없는 이유로 대자보가 훼손되거나 철거돼 비난을 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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