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져가는 '삼평리' 철탑, 한전은 어떠한 여지도 없었다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4.08.27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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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탑] 2차 협의 결렬...주민들 "공사중단·지중화" 요구 / 한전 "불가, 설명회·사과만"


주민들의 6년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국전력공사가 경북 청도군 삼평리에 마지막 남은 송전탑을 세웠다. 한전은 이번주까지 철탑공사를 마무리하고 다음주부터 송전선로 연결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38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는 주민과 한전은 다시 협의테이블에 앉았다. 주민들은 "공사중단, 지중화, 사과, 설명회"를 촉구했지만, 한전은 "설명회와 사과만 가능하다"며 나머지 요구는 거절했다.  

삼평리 주민과 '청도345kV송전탑반대 공동대책위원회', 한국전력공사 등 3자는 27일 삼평리 평화센터에서 <청도 송전탑 대안 마련을 위한 2차 협의테이블>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주민 대표로 빈기수(51)씨와 김춘화(64)·조봉연(75) 할머니, 공동대책위 대표로 변홍철 집행위원장과 서창호 인권운동연대 상임활동가, 한전 대표로 김성암 한전남부건설처장, 이강현 한전대구경북건설지사장이 참석했다.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리에 마지막 남은 23호기 송전탑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2014.8.27)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리에 마지막 남은 23호기 송전탑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2014.8.27)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들 3자는 오후 2시부터 2시간동안 협의를 진행했다. 특히 주민들과 공동대책위는 ▷23호 송전탑 공사중단 ▷지중화 ▷주민 설명회 ▷지난 6년간 폭력적 송전탑 공사 강행에 대한 사과를 촉구했다. 그러나 한전은 "설명회와 사과는 가능하지만 공사중단과 지중화 공사는 절대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때문에 주민들은 "공사중단 없는 설명회와 사과는 필요 없다"며 협의를 결렬시켰다.

삼평리 주민 빈기수씨는 "철탑 공사는 벌써 시작됐는데 한전은 이번 협의에서도 한치의 양보도 하지 않았다"며 "공사중단 없는 설명회와 사과는 무의미하다. 하루씩 높아지는 철탑의 높이를 보면 답답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김춘화씨도 "대화하자고 만나 무조건 주민 요구는 들어줄 수 없다고만 하니 속이 터진다"면서 "좀 있으면 철탑이 다 올라가는데 언제까지 대화만 해야 하나. 우리는 돈도 필요 없고 단지 살고 싶다. 제발 철탑만 세우지 말라고 말하는데 뭐가 그리 어려운지 모르겠다. 야속하다"고 했다.

23호 송전탑 공사현장 앞에서 "공사중단"을 촉구하는 삼평리 할머니들(2014.8.27)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23호 송전탑 공사현장 앞에서 "공사중단"을 촉구하는 삼평리 할머니들(2014.8.27)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반면 김성암 한전남부건설처장은 "정부 에너지 정책에 따라 송전탑을 세우는 것이다. 이제와 공사중단과 지중화는 불가능하다"며 "국가경제발전을 위해 불편하더라도 주민들이 조금만 양보해 달라"고 말했다. 또 "정부에서 특별한 지시가 있으면 모를까 한전이 자체적으로 공사 여부를 결정할 권한이 없다"면서 "설명이 부족했다면 다시 설명회도 갖겠다. 무조건 안된다고 선을 긋지는 말아달라"고 했다. 

앞서 1차 협의는 18일 경북도청에서 경북도 주최로 진행됐다. 삼평리 주민들이 김관용 경북도지사에게 "중재"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당일 주민들은 도청에서 농성을 벌이며 19일 한전과 2차 협의테이블을 갖기로 했지만 경찰이 "불법"을 이유로 농성자 전원을 연행해 당시 예정된 2차 협의는 취소됐다.

때문에 삼평리 주민 할머니들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지난 21일부터 "공사중단"을 촉구하며 일주일째 도청 정문에서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다. 또 공사가 재개된 지난달 21일부터 38일째 송전탑 공사현장에서 매일 저녁 '송전탑 반대 문화제'를 열고 있다. 2차 협상 당일에는 연좌농성을 잠시 중단했다. 

'삼평리 송전탑 공사중단 희망버스'를 타고 온 민주노총 대구·경북지역본부(2014.8.27.삼평리)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삼평리 송전탑 공사중단 희망버스'를 타고 온 민주노총 대구·경북지역본부(2014.8.27.삼평리)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또 27일 주민들은 2차 협상 후 오후 4시부터 23호 송전탑 공사현장 앞에서 다시 농성을 벌였다. 특히 이날 공사현장에는 '민주노총 대구·경북지역본부' 노동자 2백여명이 '삼평리 송전탑 공사중단 희망버스'를 타고 와 주민들과 함께 2시간가량 집회를 벌였다. 이어 주민들과 노동자들은 집회 후 경찰 저지를 뚫고 38일 동안 잠겼던 철문을 열고 23호 송전탑 공사현장 안으로 들어갔다. 이 가운데 23호 송전탑 아래에 들어갔던 주민 이억조(75) 할머니가 쓰러져 병원에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한전은 7월 21일 직원 1백여명, 경찰 5백여명을 동원해 2년간 중단된 청도 송전탑 공사를 재개했다. 3기 중 2기는 공사를 마쳤고 마지막 1기 23호 송전탑 공사를 위해 공사장에 펜스를 치고 모든 출입을 막았다. 27일 현재 공정률은 38%로 철탑 공사는 지난주부터 시작됐다. 철탑공사 완공 시기는 이번주까지다. 다음주부터는 송전선로 연결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345kV 송전탑 전체 높이는 100m에 이른다. 삼평리 송전탑 공사 완공일은 밀양 765kV 송전탑 공사와 마찬가지로 11월 중순으로, 한전은 신고리 3호기 원자력발전소 가동 전까지 시험전력테스트 기간을 거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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