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평리 송전탑 공사 3주째...할머니들 실신에 부상까지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4.08.05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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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 부상・입원, 청도군 농성장 '철거' 명령...국제단체도 "공사중단" 촉구 / 한전 "계속"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리 송전탑 공사가 지난달 21일부터 3주째 강행되고 있는 가운데, 공사자재 반입을 막기 위해 한국전력공사 직원과 실랑이를 벌이던 삼평리 주민 할머니 4명이 다쳐 입원하는 등 병원 치료를 받았다. 또 송전탑 공사를 반대하던 대학생 1명이 경찰에 추가 연행됐다. 이 가운데 청도군청은 공사현장 앞에 세워진 주민 농성장에 대해 5일까지 '철거'를 명령하는 계고장을 보냈다.

5일 오전 9시 삼평리 266-1번지 23호기 송전탑 공사현장 정문 앞 도로에서 한전이 공사자재 반입을 시도하자 삼평리 주민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이를 막기 위해 한전 직원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주민 할머니 4명이 부상을 입어 병원 치료를 받았다. 특히 이모(75) 할머니는 의자에 앉은 채 들려나오다 넘어져 실신했고, 김모(75)씨도 의자에서 떨어져 부상을 입었다. 두 할머니는 현재 청도에 있는 한 병원에 입원한 상태다. 또 다른 부상자인 이모(75)·조모(75) 할머니는 치료 후 퇴원했다.

5일 청도 한 병원에 입원한 삼평리 할머니들 / 사진. <청도345kV송전탑반대 공동대책위원회>
5일 청도 한 병원에 입원한 삼평리 할머니들 / 사진. <청도345kV송전탑반대 공동대책위원회>
삼평리 송전탑 공사현장에서 실랑이를 벌이는 주민과 한전 직원들 / 사진.<청도345kV송전탑반대 공동대책위원회>
삼평리 송전탑 공사현장에서 실랑이를 벌이는 주민과 한전 직원들 / 사진.<청도345kV송전탑반대 공동대책위원회>

앞서 4일에는 송전탑 공사 반대를 촉구하며 농성을 벌이던 한 대학생이 '업무집행방해' 혐의로 경산경찰서로 연행됐다. 송전탑 공사 강행 후 현재까지 주민 등 19명이 연행됐고 18명이 풀려난 상태다. 또 올해 8월 6일 히로시마 원폭투하 69주년을 맞아 "탈핵"을 촉구하는 'ILPS(국제민중투쟁연맹)'와 '2014 한-일 푸른하늘 공동행동' 등 11개 단체는 4일 삼평리 공사현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인간과 핵은 절대 공존할 수 없다"며 "주민 생존권을 짓밟고 진행되는 청도 송전탑 공사 중단"을 촉구했다.

현재 주민과 시민단체 활동가 등 20여명은 삼평리 송전탑 공사현장 앞에서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으며 매일 저녁 7시 30분 송전탑 반대 문화제를 열고 있다. 또 '대구민중과함께'는 대구에 있는 한국전력공사 대경건설지사 앞에서 "삼평리 송전탑 공사 중단"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일주일째 벌이고 있다.

'ILPS(국제민중투쟁연맹)'와 '2014 한-일 푸른하늘 공동행동' 등 11개 단체가 지난 4일 삼평리 송전탑 공사 현장 앞에서 '송전탑 공사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 사진.<청도345kV송전탑반대 공동대책위원회>
'ILPS(국제민중투쟁연맹)'와 '2014 한-일 푸른하늘 공동행동' 등 11개 단체가 지난 4일 삼평리 송전탑 공사 현장 앞에서 '송전탑 공사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 사진.<청도345kV송전탑반대 공동대책위원회>
'대구민중과함께' 소속 시민단체 활동가가 5일 한전 대경건설지사 앞에서 "송전탑 공사 중단 촉구"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사진.<청도345kV송전탑반대 공동대책위원회>
'대구민중과함께' 소속 시민단체 활동가가 5일 한전 대경건설지사 앞에서 "송전탑 공사 중단 촉구"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사진.<청도345kV송전탑반대 공동대책위원회>

반면 한전은 현재 시공사 직원들과 함께 마지막 1기인 23호 송전탑 기초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 공사현장에 들어갈 트럭의 통행을 위해 공사장 입구 논에 자갈을 까는 작업도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사장 입구와 전봇대에 도난방지를 목적으로 이동식 CCTV 2대를 설치했으나,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며 고정식 CCTV 1대만 설치하도록 5일 권고했다. 헬기 사용은 중단한 상태다.

이 가운데 청도군청은 23호 송전탑 공사현장 앞 도로에 세워진 송전탑 반대 주민들 농성장에 대해 "불법도로점거"라며 5일까지 '자진철거'를 명령하는 계고장을 지난 주 보냈다. 청도군청은 송전탑 반대 주민들이 5일까지 농성장을 자진철거하지 않을 시 이번 주 내로 2차 계고장을 보낼 예정이다. 

<청도345kV송전탑반대 공동대책위원회>는 5일 논평을 내고 "자기 땅을 지키기 위해 연로한 몸을 이끌고 싸우는 삼평리의 할머니들을 한전과 경찰이 폭행했다"면서 "삼평리라는 작은 농촌마을은 초법적인 권력이 군림하는 곳으로 바뀌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정당성과 명분이 없는 불법적인 송전탑 공사를 반드시 막아내겠다는 주민들의 의지에는 흔들림이 없다"며 "송전탑 공사중단과 지중화라는 합리적이고 평화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전에는 절대 뜻을 굽히지 않고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보나 공동대책위 상황실장은 "할머니들을 땅바닥에 내팽개치고 폭언을 일삼는 한전과 경찰을 보고 있으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면서 "주민들이 원치도 않는 송전탑을 갖다 꼽는 것도 모자라 불볕 더위와 태풍 속에서 노숙까지 하게 만드는 것이 과연 민주주인가. 당장 공사를 멈추라"고 촉구했다.

삼평리 송전탑 공사현장 앞에 설치된 CCTV / 사진.<청도345kV송전탑반대 공동대책위원회>
삼평리 송전탑 공사현장 앞에 설치된 CCTV / 사진.<청도345kV송전탑반대 공동대책위원회>

그러나 윤태호 한전 대경건설지사 차장은 "합법적인 공사에 대한 중단을 요구할 명분이 없다"면서 "기초공사는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미 기초공사 10%가 진행됐고 일주일 내로 송전탑을 꽂는 공사도 이어질 것"이라며 "송전탑을 꼽아도 마무리 공사를 계속 해야 하기 때문에 더 이상의 마찰을 원치 않는다. 나이드신 분들이 건강을 생각해 무리한 농성을 하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한전은 지난달 21일 직원 1백여명, 경찰 5백여명을 동원해 2년간 중단된 삼평리 송전탑 공사를 재개했다. 이미 송전탑 3기 중 2기는 공사를 마쳤고 마지막 1기인 23호 송전탑 공사를 위해 공사장 주변에 펜스를 치고 모든 출입을 막았다. 현재는 경찰 150여명이 주민과 공사현장에서 대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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