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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탑보다 평화를"...삼평리 주민들의 간절한 소망
공사현장서 문화제ㆍ기도회 "전기보다 생명" / 경찰, 시민단체 활동가 2명 구속영장 신청
2014년 07월 23일 (수) 11:20:16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pnnews@pn.or.kr

"전기보다 생명을, 송전탑보다 평화를"

22일 해질녘 경북 청도군 삼평리 226-1번지 23호기 송전탑 공사현장 앞 도로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주민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틀째 한국전력공사가 공사를 강행하고 있는 가운데 시민 2백여명은 문화제를 열고 이 같이 외치며 "공사중단"을 촉구한 반면, 반대편 도로에는 경찰병력 450여명이 방패를 들고 공사장 펜스를 둘러싸 시민 출입을 막았기 때문이다. 이미 22호기 송전탑이 들어선 노인봉과 맞은편 23호기 예정지 앞산 도로 사이에 어둠이 내렸지만 '철탑'을 둘러싼 갈등은 밤이 깊도록 이어졌다.

   
▲ "송전탑 공사 중단"을 촉구하며 촛불을 든 시민 2백여명(2014.7.22.청도 삼평리)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한전과 시공사 직원들은 오후 6시 모든 작업을 마치고 퇴근했지만 굴삭기를 비롯한 각종 공사장비와 자재는 펜스 넘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송전탑 반대' 피켓을 든 주민과 시민들은 어둠 속에 촛불을 밝히고 공사현장 앞 도로에 자리를 잡아 이를 착잡한 눈으로 지켜보며 "철탑 치워라"를 외쳤다.    

<청도345kV송전탑반대 공동대책위원회>는 22일 저녁 청도 삼평리 송전탑 공사현장 앞 도로에서 '청도 삼평리 송전탑 공사 저지와 승리를 위한 투쟁문화제'를 열었다. 문화제는 저녁 7시 30분부터 3시간가량 진행됐으며 삼평리 주민을 비롯해 시민단체 활동가, 대학생 등 시민 2백여명이 참석했다.

   
▲ '청도 삼평리 송전탑 공사 저지와 승리를 위한 투쟁문화제(2014.7.22.청도 삼평리)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특히 공사를 저지하다 지난 21일 경산경찰서에 연행된 주민 2명과 시민단체 활동가 6명 등 8명이 풀려나 문화제에 참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같은 날 연행된 시민단체 활동가 2명에 대해서는 경찰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들에 대한 영장 실질심사는 23일 오후 대구지방법원에서 열린다. 대책위는 23일 대구지방법원에 탄원서를 낼 예정이다. 같은 날 저녁 7시 30분에는 공사현장에서 '길거리 투쟁 독서회'를 연다.

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은 각자 손에 촛불을 들고 "공사 중단"과 "연행자 전원 석방"을 촉구하며 '탈핵송'을 불렀다. 특히 시민단체 활동가 황성재씨는 '아침이슬'을 비롯한 노래공연을, 시민 이철산씨는 송전탑 기습 공사 비판 자작시를 낭송했다. 극단 '함께하는세상'은 공사현장을 씻어내는 의미로 풍물놀이를 선보였고, 장애인지역공동체 노래동아리 '유치장'은 '민주주의 회복' 요구 노래공연을 했다. 밀양 주민들은 또 고래사냥을 개사해 경찰을 풍자하는 노래를 불렀다.

   
▲ '송전탑 반대' 피켓을 든 시민들(2014.7.22.청도 삼평리)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또 전국 대학생들로 구성된 '청년희망투어' 소속 대학생 45명이 문화제에 참석해 환호를 받기도 했다. 이들은 당초 밀양 송전탑 공사현장에서 농촌활동을 벌일 예정이었지만 삼평리로 장소를 옮겼다. 앞서 이날 오후에는 <대구경북기독인연대>가 공사현장 앞에서 '폭력강행 불법연행 규탄 긴급시국기도회'를 열었다. 문화재 후에는 대부분의 시민들이 귀가했지만 80여명은 공사현장에 남아 연좌농성을 이어갔다.
 
삼평리에 귀농한지 8년째인 주민 빈기수씨는 공사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타박상을 입고 목도 다 쉬었다. "망루도 평화공원도 장승도 다 철거됐다. 우리 마을을 지키고자 했던 할머니들과 주민들의 모든 희망이 새벽 기습 침탈에 박살났다"며 "할머니들이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그렇게 저항했겠냐. 모두 우리 미래세대를 위해, 땅에서 사람이 살 수 있도록 하려고 그런 것이다. 철탑보다 평화가 더 소중하지 않느냐. 왜 우리 목소리를 듣지 않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 삼평리에 귀농한지 8년째인 주민 빈기수씨(2014.7.22.청도 삼평리)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김헌주 대책위 임시대표는 경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2명의 이름을 부르며 "착잡하고 죄송스러운 마음"이라며 "한전이 주민을 무시하고 철탑을 꼽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마음이 좋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주민 싸움을 포기하지 않는 한 우리의 연대도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한전이 기습 침탈을 했지만 우리는 공사 현장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공사를 저지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문화제에는 삼평리 주민을 지지하기 위해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 10여명도 참석했다. 밀양 산외면 주민 박용수씨는 "철탑 하나 때문에 밀양도 삼평리도 산산조각이 나는 게 현재 대한민국의 모습"이라며 "안타까운 동질감과 슬픈 마음으로 청도에 왔다. 마지막 1기 남은 저 철탑을 꼭 막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살아 있다는 것을 온 몸으로 보여달라. 우리 모두가 삼평리고 밀양이다"고 말했다.

시민 이철산씨는 "승냥이 같은 한전의 새벽녘 기습 침탈로 모든 것이 무너졌지만 이제 또 다시 시작"이라며 "할머니들도, 주민들도 다시 털고 일어나 웃으며 싸우자. 한전과 경찰이 폭력적으로 공사를 강행해도 우리는 생명과 평화를 외치며 죽음의 전기길을 막아내자. 마지막 철탑을 막자"고 했다.

   
▲ 이미 22호기 송전탑이 들어선 노인봉(2014.7.22.청도 삼평리)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문화제가 열린 도로 맞은편에 경찰병력이 공사장 입구를 막고 있다(2014.7.22.청도 삼평리)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한전은 21일 새벽부터 직원 1백여명, 경찰 5백여명을 동원해 2년간 중단된 삼평리 송전탑 공사를 재개했다. 이미 송전탑 3기 중 2기는 공사를 마쳤고 마지막 1기인 23호 송전탑 공사를 위해 공사장 주변에 펜스를 치고 모든 출입을 막았다. 헬기로 굴삭기와 자재를 옮기고 시멘트 공사를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반대 주민 2명과 시민단체 활동가 8명 등 모두 10여명이 경찰에 입감됐다. 22일 저녁 시민단체 활동가 2명을 뺀 나머지 8명은 훈방됐다. 또 5명이 다처 병원 치료를 받기도 했다. 주민 등 1백여명은 21일 오전부터 23일 현재까지 경찰과 대치하며 "공사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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