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체념과 방관은 불의가 자라는 토양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윤상 칼럼] '이명박근혜' 정권, 경북대 총장 임용 거부로 지역 모독


박근혜 후보의 공약이었던 ‘화합과 복지’가 단지 득표용이었음이 분명해지고 있는 판에, 경북대 총장 임용 과정에서 정부가 몽니를 부리는 바람에 정권의 표밭인 우리 지역에서조차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덕담을 나누어야 할 새해 초인데도 어쩔 수 없이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이 문제는 경북대 교수로 40년 가까이 재직해온 저 개인만이 아니라 우리 지역, 우리나라 전체의 관심사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원하는 것은 일방적 임명인가?

문제의 원인은 민주적인 절차에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던 이명박 정부에서 비롯됩니다. 대학의 자율성을 무시하고 단과대학 학장 직선제를 금지하더니, 총장 직선제까지 폐지하였습니다. ‘이명박근혜’라는 말도 있듯이 박근혜 정부에서도 이런 방침은 그대로 계속되었습니다. 학장 직선제 금지에 관해서는 당시에 제 의견을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칼럼 바로가기 - 민주 절차는 MB 인사의 적?)

경북대에서는 여러 고민 끝에, 그래도 교육부가 허용하는 간접 선출이 총장을 일방적으로 임명하던 군사정부 때보다는 낫다고 보아 총장 후보를 선정하여 추천하였습니다. 그런데 교육부는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후보를 다시 선정하라고 합니다. 이건 포장만 다르게 했을 뿐 내용은 과거의 일방적 임명과 다름없습니다. 4대강을 오염시키는 토목사업을 ‘4대강 살리기’라고 포장하는 것과 닮았다고 할까요?

시키는 대로 숙제를 했는데 선생님이 이유도 알려주지 않고 다시 해 오라고 하면 초등학생도 분노할 것입니다. 그래서 보수/진보 가리지 않고 비판적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역의 영남, 매일 두 신문은 물론이고, 동아일보도 12월 19일자 사설에서 “국립대 총장 선임에 관여하는 것이 대통령의 뜻인지, 아니면 비선에서 이뤄지는 일인지 청와대가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고 지적할 정도입니다. 이처럼 정부 조치의 부당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듯하므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만 생각해 보겠습니다.

우선 총장후보 1순위로 추천된 김사열 교수는 교육부를 상대로 소송 제기 여부를 검토한다고 합니다. 소송은 최후 수단이 되어야 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어 보입니다. 공주대 총장후보 1순위였던 김현규 교수는 '임용 제청 거부 처분 취소 소송'을 내 승소했습니다. 법원은 "교육부가 처분 이유와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의견 청취도 하지 않은 것은 행정절차법 위반"이라고 지적하였습니다. 교육부는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습니다만, 그럴수록 교육부와 정권의 모습은 더 초라해지겠지요.

총장 출마자들도 대학과 지역의 자존심 지키기에 나서야

총장후보 2순위와 낙선자도 당연히 같이 나서야 합니다. 자신이 1순위 후보로 선정되었을 경우 이런 사태에 어떻게 대응했을지 생각해보고 그에 맞먹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소송을 돕는 것은 물론이고 지역사회의 비판적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앞장서야 합니다.

만일 이 분들이 수수방관한다면 ‘학교와 사회에 봉사하기 위해 출마한다’는 자신의 출마변이 다 거짓이 되고 맙니다. 교육부에 잘못 보이면 영영 총장 될 기회를 잃는다고 걱정하여 몸을 사린다면 아예 총장 자격이 없습니다. 혹시라도 경북대가 교육부에 굴복/타협하여 재선정 절차를 밟을 경우에 대비하여 사전 선거운동을 한다면 그건 정말로 용서받지 못할 일입니다.

지역사회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됩니다. 총장 후보 선정 과정에는 경북대 구성원만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여러 단체가 참여했기 때문에 정부의 임용 거부는 우리 지역사회에 대한 모독입니다. 모독을 참고 견디면 더 큰 모독을 당할 것입니다. 이미 각계에서 대응을 하고 있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나아가 정부와 여당에서 상식에 맞는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다면 다음 선거에서 표로 심판해야 합니다. 이 지역 주민이 새누리당에 무조건 표를 주는 자동인형이 아님을 결연히 보여 주어야 합니다. 국민의 체념과 방관은 불의가 자라는 토양입니다.






[김윤상 칼럼 61]
김윤상 /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yskim@knu.ac.kr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