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메르스'...공무원 개인 탓으로만 돌릴 문제인가?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5.06.19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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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진단 / 정부·지자체 엇박자로 불신 초래, 방역시스템 미작동..."투명한 정보공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엇박자 공조", "방역시스템 미작동", "당국의 정보 독점"

대구지역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첫 환자(154번)가 발생한지 나흘째인 18일, 의사 등 전문가들은 이 3가지를 이번 사태의 핵심으로 꼽았다. 지역사회 2차 감염확산 우려에 대해서는 대체로 "가능성이 있다"고 했고, 방지대책으로는 "병원과 공공장소 방역", "투명한 정보공유"를 들었다. 

대구의료원에서 경북대학교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는 환자 김씨(2015.6.17) / 사진 제공. 경북대병원
대구의료원에서 경북대학교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는 환자 김씨(2015.6.17) / 사진 제공. 경북대병원

김건엽(45) 경북대학교병원 예방의학과 교수, 최창수(37.한패밀리병원 가정의학과 의사) 행동하는의사회대구지부장, 대구경북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강종문(50.수성중동병원 응급의학과 의사).이종우(47.탑연합비뇨기과시지클리닉 의사) 공동대표, 도교동(37) 보건의료노조대구경북본부 조직부장 등 5인은 18일 평화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구 메르스 사태를 진단했다.

대구에서도 6월 16일 확진자가 발생했다. 남구청 주민센터 김모(52)씨는 5월 27일과 28일 삼성서울병원 방문 후 '슈퍼 전파자' 14번 환자로부터 감염됐다. 김씨 누나와 어머니는 같은 시기 삼성서울병원을 다녀온 뒤 6월 10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김씨는 이 사실을 20일간 숨겼다. 그 결과 1차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6월 15일에야 이 사실이 알려졌다.

이 기간 김씨와 직·간접 접촉자는 600여명, 이동경로에는 어린이집, 경로당, 식당, 목욕탕, 호텔 등이 포함됐다. 자가격리는 105명, 능동감시는 245명, 정보제공 대상은 304명이다. 대구시는 먼저 환자가 발생한 서울시 인천시와 달리 이동경로 실명공개라는 강수를 뒀지만, 18일까지 109명의 신원은 파악되지 않았다. 김씨는 현재 경북대학교병원 음압시설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김씨 부인과 아들은 16일과 18일 1.2차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감염예방을 위해 출입통제 중인 경북대병원(2015.6.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감염예방을 위해 출입통제 중인 경북대병원(2015.6.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김건엽 경북대병원 교수는 "중앙정부가 지금껏 괜찮다고 했는데 결국 지역에도 감염자가 나타났고, 이번주가 고비라는 예측도 틀렸다"며 "정부와 지자체 방역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또 "중앙과 지자체 정보독점, 엇박자 공조로 감염 100여명, 사망 20여명이 넘어 시민 공포감이 극대화됐고 그 결과 SNS상에 환자 신상털기가 이어지고 있다"며 "당국이 자초한 불신"이라고 했다.

이어 "삼성서울병원 방문 미신고자가 또 나올 수 있다"면서 "지역사회 감염확산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장담은 할 수 없다"고 했다. 때문에 "병원과 공공장소 방역, 보호구 지급, 투명한 정보공유가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에 대해서도 "불확실한 소문, 의학적 사실이 아닌 보도는 도움되지 않는다"면서 "시민 공포감만 조성하는 보도는 자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씨 이송 후 경북대병원에는 열감지가 설치됐다(2015.6.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김씨 이송 후 경북대병원에는 열감지가 설치됐다(2015.6.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최창수 행동하는의사회대구지부장은 대전에서 6월 10일 김씨 누나가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질병관리본부와 대전시가 밀접접촉자 김씨가 사는 대구시에 통보하지 않은 것에 대해 "시스템이 무너진 것"이라고 했다. 특히 "삼성서울병원 관련 감염이 6월 초 진행됐기 때문에 대구시가 미리 전수조사를 해야 했다"면서 "지자체와 당국이 김씨 탓만하는 것은 마녀사냥"이라고 했다. 이어 "불투명한 정보공개가 감염공포를 증폭시키고 있다"면서 "지역사회 감염을 막기 위해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삼성서울병원 방문 미신고자에 대한 지역 감염확산 우려에 대해 강종문 대경인의협 공동대표는 "정부가 삼성서울병원에 초기 대응을 맡겨 여러 가지 사실이 파악되지 않았다"며 "대구도 지자체 간 손발이 맞지 않아 정보를 늦게 알았다. 누락된 환자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지역확산 가능성은 있다"고 예측했다.

김씨가 근무했던 주민센터는 폐쇄됐다(2015.6.1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김씨가 근무했던 주민센터는 폐쇄됐다(2015.6.1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때문에 "각 병원 방문객 인적사항을 체크하고 방역을 체계화해야 한다"면서 "노숙자 등 방역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 대한 관심도 잊어선 안된다"고 했다. 이어 "확진자와 그 가족에 대한 신상털기는 정보공유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민들이 스스로 보호하기 위한 공포심 때문"이라며 "실명공개는 그런 점에서 공포를 불식시킬 수 있는 대응이다. 앞으로는 조속히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우 대경인의협 공동대표도 확진자 이동경로 실명공개에 대해서는 "감염확산을 막기 위해 찬성한다"고 했다. 그러나 "아무리 확진자가 공무원이라 해도 그 역시 피해자인데 지자체가 환자를 보호하지 않고 개인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가혹하다"면서 "환자도 국가와 지자체 무능에 의한 피해자"라고 지적했다.

도교동 보건의료노조대구경북본부 조직부장은 "국내 의료시스템 문제로 병원이 감염 진원지가 됐다"며 "상황이 이런데도 마스크나 방진복 물량이 부족한 것이 대구 현실"이라고 했다. 때문에 "보호구가 부족한 병원에 감염이 확산될까 걱정된다"면서 "대구시는 병원의 보호구 수량, 유통기한, 상태 등을 전수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김씨가 이용한 한 목욕탕도 영업정지 된 상태다(2015.6.1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김씨가 이용한 한 목욕탕도 영업정지 된 상태다(2015.6.1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한편, 대경인의협과 보건의료노조대경본부, 우리복지시민연합 등 8개 보건의료단체가 참여하는 '대경보건복지단체연대회의'와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는 19일 오전 대구시청 앞에서 '대구지역 메르스 확산방지와 지역민 안전 확보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요구안을 대구시에 전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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